몇 년 전에 정말 인상 깊게 본 인생 영화 중 하나인 <인사이드아웃>의 후속 편이 개봉했다는 소식에 영화관으로 냉큼 달려갔어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전작과 비교해도 흠이 없을 새로운 인생영화의 탄생이었습니다. 특히, 주인공인 라일리가 점점 성장해 가며 우리가 누구나 느꼈을 감정들을 보여줘서 그런지, 더 뭉클하게 다가온 것 같기도 해요. 이런 장르의 애니메이션은 보는 사람마다 감상하는 포인트가 다른 것도 재미있는 요소 중에 하나인 것 같습니다.
**스포일러가 포함되는 내용을 담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항상, 인사이드아웃을 볼 때마다 느끼는 점이지만 전작과 마찬가지로 영화를 관통하는 큰 메시지는 “모든 감정은 각자의 역할을 가진 소중한 감정이다”인 것 같아요. 정신과의사로 일하며 감정을 억누르고 회피하려 하는 분들을 자주 만나서 그런지 더욱 인상 깊게 느껴졌던 것 같습니다. 당장 불편해 보이는 감정들도 차분히 들여다보면 다 역할이 있고 나를 찾아온 이유가 있다는 거죠.
전작에는 등장하지 않았던 자아라는 개념의 등장도 인상적이었어요. 라일리가 청소년이 되어가며 형성된 자아는 도덕적 신념이나 가치관을 품고 반짝거리는 조형물처럼 표현됩니다. 이 자아가 때로는 감정들의 욕구나 성급한 결정들을 자제시켜 주는 역할을 하는 걸 보면서, 이전에 배웠던 프로이트의 자아심리학 이론이 떠오르기도 했어요. 이론에 따르면 의식에서 실제 판단하고 행동하는 자아보다는 무의식과 전의식에 걸쳐 도덕적 신념과 양심, 가치관 같은 것들을 자아에게 요구하는 초자아가 좀 더 영화 속 반짝거리는 자아와 닮아있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습니다.(물론, 개인적인 의견입니다ㅎㅎ) 초반부에 영화를 보며 조이가 나쁜 기억들을 모두 던져버리고 좋은 기억만을 토대로 “난 좋은 사람이야”라는 어찌 보면 너무 높은 기준을 요구할 것만 같은 자아를 고집하는 것이 걱정되기도 했어요. 성장과정에서 부모나 환경 등 여러 요인을 통해 가혹한 초자아가 형성되면, 자신이 내면에 정해놓은 높은 기준을 현실의 내가 충족시키지 못할 때마다 처벌을 받게 됩니다. 이런 과정이 반복되다 보면 우울이나 불안 등의 증상으로 이어지기도 하죠. 실제로 내면에 너무 높은 기준을 두고 현실과 이상의 괴리감을 느끼며 자신을 끊임없이 깎아내리는 환자들을 종종 만나곤 합니다. 영화는 언뜻 좋게만 보이는 “나는 좋은 사람이야”라는 자아가 때로는 라일리에게 너무 가혹한 기준을 요구하며, 모든 걸 잘 해내야 하고 때로는 거절하지 못하는 모습을 반복하다 좌절을 경험하는 이야기로, 점차 역경을 딛고 성숙한 자아를 통합해 가는 과정을 그려가며 우리에게 깊은 울림을 주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불안이의 등장은 정말 빼놓을 수 없는 주제 중 하나죠. 불안이라는 캐릭터가 등장해 라일리의 미래를 위해 안절부절못하며 잦은 실수를 반복하기 시작합니다. 그 실수가 점점 커지며 때로는 안 좋은 결과로 이어지기도 하지만, 불안이가 밉게만 느껴지지 않았던 건 아마, 우리 모두가 사실은 잘하고 싶었을 뿐인 불안이의 그 마음을 너무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저도 걱정이 많아 사소한 것도 계획을 세우곤 합니다. 이런 제 마음속에도 불안이가 뛰어다니고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불안이가 당황해 소용돌이치며 계기판을 잠식했을 때는 라일리가 가슴을 부여잡고 숨을 몰아쉬는 모습을 보입니다. 이는 아마, 불안이라는 감정과 연관 지어 떠올려 볼 수 있는 공황발작을 표현한 것이 아닐까 싶었어요. 공황발작 정도의 심한 상태는 아니더라도 누구나 감정이 극에 달해 자율신경계가 항진되며 심박수가 오르고 숨이 가빠지는 그런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감정이 실제로 신체적 증상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을 표현해서 그런지 인상 깊게 다가왔어요.
감정들은 그런 불안이를 다루는 방법을 영화 마지막에 찾아냅니다. 푹신해 보이는 큼지막한 소파에서 온몸에 힘을 풀고 따뜻한 차를 한 잔 마시는 불안이의 모습을 보고 환자들에게 종종 알려주고 했던 복식호흡이나 이완요법 같은 기술들이 떠올랐어요. 감정에서 벗어나 현실로 돌아오는 방법 중에 온몸의 근육을 이완시키고 차분하게 좋아하는 음악을 듣는 등의 방법을 표현한 것 같아 속으로 디테일에 여러 번 감탄했답니다.
우리는 감정이 중요한 걸 안다고 말하면서도, 막상 내 감정에 이름을 붙이고 자세히 들여다보는 것과 그 감정을 다루는 것은 여전히 어렵게 느껴지기만 하죠. 그런 당신에게 꼭 추천드리고 싶은 영화 <인사이드아웃2> 후기였습니다. 언젠가 영화 속 캐릭터처럼 이름을 붙인 감정들을 마주하고 능숙하게 다뤄갈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라며. 당신의 마음속은 어떤 감정이 이끌고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