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황장애는 비교적 많은 사람들에게 익숙한 질환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정작 내게 그 공황이 찾아왔을 때, 이를 정확히 알아보고 대처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닌 것 같아요. 실제로 응급실이나 외래로 찾아오는 많은 사람들이 흉통이나 두근거림, 어지럼증, 손발 저림 등의 증상으로 여러 병원을 전전하며 다양한 검사를 반복해도 원인을 찾지 못해 답답한 마음을 호소하곤 합니다. 죽을 것 같은 공포를 느끼며 병원을 찾았지만, 딱히 이상소견이 없다는 말에 당황해 오히려 두려움이 배가 되기도 하죠. 안타깝게도 아직은 낯설고 무겁게 느껴지는 정신건강의학과에 대한 시선 탓에 방문을 미루고 병을 키우기도 합니다.
공황장애는 유전적, 심리적, 생물학적, 환경적으로 다양한 요인에 의해 발생합니다. 임상에서 주로 마주하는 사례를 예로 들어볼까요? 중요한 시험이 있어 며칠을 날을 꼬박 새우며 카페인을 과다 섭취한 20대 여성이 시험 전날, 시험이 망할 것 같은 느낌에 스트레스를 받다가 갑자기 숨이 안 쉬어지고 가슴이 두근거리는 느낌을 겪다가 죽을 것만 같은 두려움에 응급실에 방문했지만 검사 결과는 이상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다음날, 또 다음날까지 하루에도 여러 번 반복되는 증상에 정신과를 방문했습니다. 이처럼, 공황장애는 불안과 연관된 다양한 신체반응을 증상을 보입니다. 공황발작이라고 부르는 몇 분만에 최고조에 달하는 불쾌한 신체 증상과 다음번 발작이 또 언제 올까 두려움에 떠는 예기불안이 진단에 중요한 기준이 되죠.
두려움에 대처하기 위한 몸의 당연한 투쟁-도피(fight or flight) 반응. 공황장애는 신경전달회로의 이상으로 고장 난 소화전이 계속해서 울리듯 통제할 수 없는 두려움에 몸이 계속해서 긴장상태에 돌입하는 것과 같아요. 때문에 신경전달물질의 불균형을 교정하기 위한 약물치료가 필요한 경우가 많습니다. 약물치료뿐만 아니라, 복식호흡과 같은 불안과 연관되어 나타나는 심계항진 등 신체 증상을 조절하는 이완요법을 교육하고 공황을 유발하는 왜곡된 생각에 접근해 점진적으로 공황을 극복하는 인지행동치료를 병행하기도 해요.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공황장애에 대해 제대로 아는 것입니다. 반복해서 나타나는 신체증상에 마치 숲 속에서 곰을 만난 듯, 막연한 두려움에 떨고 있는 당신이 용기를 내 그 불안의 실체를 천천히 들여다볼 수 있길 바라며 글을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