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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필년 Mar 15. 2021

재능은 누가 가르쳐 줄 수가 없는 고유한 능력

재능에 대한 이야기 하나.


어떤 작가 말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재능이란 누가 옆에 딱 달라붙어도 가르쳐줄 수 없는 개개인의 고유한 능력」이라 말했던 게 기억에 남는다. 특히 창작자에게 부여된 재능이란 '시선'이라고, 같은 것을 감각하고 경험하더라도 남들이 미처 살피지 못한 것을 짚어내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것만큼은 창작 워크숍을 거쳐서 티칭할 수 있는 능력이 아니라고, 가르쳐 줄 수 없는 것이라는 점에서 재능이라 말했다.

평소에 가진 생각이랑 거의 같아서 신기했어...



'남다른 시선'은 동일조건, 이상결과에서 선명하게 드러난다. 창작물을 간단한 과학실험처럼 비교했을 때 잘 드러나지 않을까.  같은 인풋을 넣었음에도, 다른 아웃풋을 내는 결과물...뭐가 있을까.

아! 듀스의 <여름 안에서>를 듣고 글을 썼던 필자 두명이 기억난다.

김애란 소설가는 <여름 안에서>라는 노래를 통해 1996년의 사춘기를 잔잔하게 추억한다. 애란작가님의 소설은 초여름의 기나긴 장마처럼 눅눅한 분위기라 느끼는 데, 이 산문은 8월의 뭉게구름 여름의 분위기로 다가와서 좋았다. 특유의 나른한듯하면서도 예리한 묘사는 그대로였고.  「언제나 꿈꿔왔던 순간이 바로 여기」라는 짧은 산문이다.

사회학자 김홍중은 <여름 안에서>의 뮤직비디오가 주는 이미지를 살펴본다. 파도가 밀려오는 해변에서 나른한 힙합 댄스 군무를 추는 남성들, 의도적으로 설계된 비디오 아트의 눈부심효과 따위를 진술하며, 번쩍이는 것들 이면에 숨겨진 시대상을 예술의 눈으로, 미학의 눈으로, 사회학의 눈으로 추적한다. 영화<버닝>과 엮여 전개되는 멋진 글은 단행본 「은둔기계」에 더 많은 내용이 실려있으니 관심있으신 분들은 읽어보시길.

<여름 안에서>는 한국사회를 살아가는 한국문화 향유자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접하는 보편적인 창작물이다. 이 노래에 5분 가량 휘감기는 경험은 누구에게나 동일하다. 그러나 이 노래를 매개로 도약할 수 있는 시선은 철저하게 개별적이며, 개인적이다. 

당신은 그 누구도 말하지 못한 이야기를, 누구나 즐기는 콘텐츠로부터 뽑아낼 수 있다. 나한테 그런 능력은 없다고 안타까워하지 않기를 바란다. 당신은 하지 않았을 뿐이거나, 지금 온 몸으로 생명을 소진하며  '남다른 시선'을 틔워내고 있을 뿐이다. 당신의 모든 창작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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