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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iraiano Mar 08. 2019

클로드 레비 스트로스 - 슬픈 열대, 2주차

열대는 왜 슬픈가

1주차에서 문명과 야만의 이분법적 사유에 대한 비판에 대해 다뤄본 후, 본격적으로 레비 스트로스의 슬픈 열대로 들어갑니다.


로랑을 위하여 -

너와 마찬가지로, 지금까지 그런 세대는 멸망해왔고,

또 앞으로 멸망해가리라.

-루크레티우스, <사물의 본성에 대하여> 3, 969.


제 1부 여행의 마감

1. 출발

 슬픈 열대는 일상에서의 사물을 관찰하는 태도에서 시작합니다. 맨 첫 문장 "나는 여행이란 것을 싫어하며, 또 탐험가들도 싫어한다."를 통해서 레비 스트로스가 사물을 관찰하는 태도가 무엇인지 엿볼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 레비 스트로스가 정의한 여행과 탐험에 대해서 알아보아야 합니다. 레비 스트로스가 의미하는 인류학자의 진정한 여행과 탐험은 시시하고 무미건조하며 위험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해석과 접근을 위해서 꼭 필요한 존재입니다. 이 진정한 여행과 탐험이 부재한다면 의미와 구조를 발견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레비 스트로스가 의미하는 진정한 여행과 탐험은 연구대상으로서의 원주민이라는 특성을 가집니다. 이는 원주민을 야만인으로, 우위성을 통해서 연구하는 것이 아니라 서구문명에 영향을 완전히 받지 않은 원주민이어야만 인류학적으로 연구가치가 있기 때문입니다. 레비 스트로스는 이 특성을 가지지 않는 대부분의 여행과 탐험가들을 비판합니다. 이는 당시의 여행과 탐험이 감상만을 적고 인류학적 조사와 문헌으로 둔갑한 경우가 많았던 시기 때문이었습니다. 따라서 레비는 현대의 여행서적과 같은 인류학적 조사와 문헌을 비판하며 동시에 탐험의 자본화와 속물화를 같이 비판하였습니다. 


 이는 이후에 나오겠지만 레비가 직접 겪은 사례가 존재합니다. 20세기에 영화가 보급되기 시작하며 환등기를 통한 강의가 유행하기 시작했습니다. 영상을 보여주는 환등기를 통해서 학자들은 계몽과 교육적 효과를 기대했는데, 이러한 사조에 힘입어 영상인류학이 등장했습니다. 영상인류학은 직접 원주민의 생활을 녹화한 후 이를 토대로 한 교육과 연구의 학문이었는데, 문제는 영상인류학과 자본화가 결합하며 레비 스트로스가 염려하던 여행과 탐험으로의 변질이 일어나게 된 것입니다. 레비가 보았던 어떠한 영상인류학의 영상은 브라질에서의 원주민을 연구했다는 사례였는데, 알고보니 원주민들은 브라질에서 농장을 소유했던 자본가 계급이었고, 소위 'MT'를 나온 사람들이었습니다. 이러한 사람들을 찍고 원주민의 생활로부터 의미와 구조를 도출했다는 논문을 본 레비가 어떠한 상상을 했을 지는 여러분의 상상에 맡기겠습니다. 

 문득 보면 엉터리인 영상인류학이 인기를 얻은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아이러니하게도 그것은 레비의 스승인 조르주 뒤마 때문이었습니다. 뒤마는 레비에게 스승보다는 오히려 반면교사 같은 인물이었습니다. 왜냐하면 뒤마를 통해서 레비가 인류학에 입문하였지만, 뒤마는 철저히 서구중심주의 사상에 기반하였고, 레비가 극도로 경계하던 우월성의 시선에 매몰되었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잠깐 뒤마의 주장에 대하여 알아보자면, 뒤마는 심리학개론, '감정의 법칙에 대한 연구'라는 글로 유명합니다. 뒤마는 이 글을 통해 인간의 감정에는 일정한 법칙이 있고, 이를 분석하여 패턴화의 가능성을 찾고자 했습니다. 이는 현대의 과학의 관점에서 매우 그럴듯해 보이는 주장이지만, 뒤마는 여기서 정서를 보편적 기질로 결론내기 직전 백인우월주의에 젖게 되어 한계를 드러냈습니다. 이는 뒤마와 레비의 일화를 통해서도 알 수 있습니다. 뒤마는 자신의 연구, 정서적 보편을 찾으러 브라질에 자주 갔는데, 그가 가서 연구를 진행한 곳은 브라질에서도 문명화가 이루어진 곳이었습니다. 그러나 뒤마는 주민들을 원주민으로 단정지어버리고 이를 통해서 연구를 진행하였고 후에 비판을 받습니다. 또한 뒤마는 레비가 브라질로 출국하기 전, "옷을 잘 차려 입어야 한다."라고 말하며 자신이 자주 가던 양복점을 소개해 주었는데, 레비는 이때의 일화를 통해 자신의 스승이 얼마나 백인우월주의에 사로잡혔는지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결국 유행하던 여행과 탐험, 영상인류학의 사조와 달리 레비 스트로스는 진정한 의미와 구조를 찾는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이는 어떠한 현상을 그 시대의 사회상으로 이해하고, 현상이 자연발생적으로 만들어진다는 생각에 기반하였습니다. 사회가 관계속에서 자연발생한다는 주장은 도덕이 자연발생한다는 주장과 니체의 "내가 어쩔 수 없는 도덕"이나 가브리엘 타르드의 사회적 현상, 그리고 레비의 개인적 사례를 통해서 이해해 볼 수 있습니다. 도덕은 정리된 규범이 아니라 사회에서 암묵적으로 받아들여진 사고 방식으로 정리된 사고 방식인 윤리보다 더 강력합니다. 따라서 도덕은 한 개인이 스스로의 노력만으로 탈피하기가 매우 힘듭니다. 예를 들어 연민의 감정을 혐오하였던 니체가 병든 말을 보고 대낮에 연민을 가져 엉엉 울었던 사건이나, 레비의 어머니가 암 말기에 혼수 상태였음에도 불구하고 레비의 불편한 자세를 보며 "자세가 불편하지 않니?"라고 하였던 사건들이 이러한 도덕의 자연발생적 면모를 드러낸다고 할 수 있으며, 자연발생적 사회도 이러한 맥락에 비추어 볼 수 있습니다. 인간이 공동체를 이루며 관계속에서 개인의 특성과 관계의 창발성에서 기인하는 사회상과 도덕이 생겨나는 것입니다.


 레비 스트로스는 "완전한 변증법은 관습과 집단의 철학에서 비롯되는 것이다."라고 말하며 과거를 열등한 위치로 규정하는 기존의 인류학에서 벗어나 과거를 새로운 지식을 전달해주는 존재로 규정합니다. 여기서 원주민도 레비 스트로스에게서 열등한 존재로부터 벗어나 새로운 지식의 매개체, 변증법의 핵심적 요소가 되는 것입니다. 여기서 레비는 개인과 사회의 관계를 타르드적으로 규정했는데, 이는 개인의 힘을 하나의 원자로 규정하고, 사회는 이러한 원자의 합이라고 보는 것입니다. 여기서 전 단락의 타르드의 사회적 현상으로 돌아가면, 레비는 현상을 사회상의 발현으로 해석하지만, 이러한 사회상도 결국 원자적 개인들의 합이기 때문에 개인주의적, 실존주의적 성격을 가지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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