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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iraiano Jan 27. 2020

손종만 - CEO로 산다는 것

별 것 없지만 그게 핵심

 이전의 내가 이 책을 읽었다면, 시대에서 이미 지나간 사상에 의한 성공과, 그를 담은 책이라고 치부했을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 책의 내용에도 그러한 내용들이 존재한다. 운 좋은 개인의 영웅담이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었다. 한 편의 잘 짜여진 성공스토리는, 반대로 타인들이 현실성을 느끼지 못하는 자화자찬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손종만 대표의 관점에서 그간의 행적을 돌아보면 어떠할까. 신입사원, 일개 차장, 위기에 빠진 기업의 월급쟁이 CEO가 처음부터 자신이 속한 시스템을 개혁할 수 있을까? 적어도 한국 사회에선 불가능한 일이다. 시스템을 바꿀 권한을 가진 위치에 올라서야 시스템을 바꿀 수 있다고 믿는 한국 사회에서 이는 금기이다. 시스템을 바꿀 수 없다면, 개인은 한도 내에서 최선을 다할 수 밖에 없다. 그 위치로 올라서도록 노력해야만 한다. 다른 선택지는 없기 때문이다. 저자는 그저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의 선택을 하기 위해 다른 선택지들을 포기하고 몰두하기만 했을 뿐이다. 개인의 재능 차이를 차치하고서라도, 그러한 의지를 가진 사람은 당연히 배울 점을 많이 가지고 있다.


 이후는 우연히 저자와 단 둘이 이야기할 시간을 가져 책을 읽고 궁금하였던 점을 물어본 것이다.


0. 핵심을 단순하게 정리하는 역량을 자신의 장점으로 꼽았는데, 그렇게 할 수 있던 방안은 무엇인가?

- 단순하게 본질을 설명하지 못한다는 것은, 솔직히 말해 이해가 부족한 것이다. 단순하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절대 복잡하게 설명하지 않는다. 나 자신이 업무를 정확히 이해하였는지 돌아보기를 바란다. 첨언하자면 진대제 전 사장의 333 이론을 숙지하라. 30초안에 관심을 유발하고, 3분을 얻어 설명하는 내용을 확실히 전달하고, 30분을 얻어 세부 내용까지 전달하는 방법이다. 기회가 주어졌을때 확실히 잡으려면 항상 30초 내에 전달할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하고, 이는 업무를 철저히 이해해야 가능하다. 업의 본질이 무엇인지 항상 생각하라.


1. 왜 일본은 '빨리빨리'의 문화를 하지 못한 것일까? 도요타에 방문하였을 때 그들이 말한 이유가 있는가?

- 민족이 그간 수행해온 방식을 하루 아침에 바꿀 수는 없다. 일본을 발전시켜온 원동력은 장인정신이고, 이는 '빨리빨리'와는 상반되는 가치를 가지고 있다. 그들이 대대적인 개편을 하지 않는 한 이를 자연스럽게 수행할 수 없다.


2. 타인의 눈으로 볼때 차장이 소니 사장을 독대하는 것은 반대할 근거가 충분하다고 보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장을 찾아간 원동력은 무엇인가?

- 기분이 나빠서 거래를 해지하던가, 절차의 무시 등 반대할 근거는 충분했다. 그러나 생산 물량을 확보한다는 목표를 가장 확실히 해결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은 이것이었다. 어차피 물량이 제때 공급되지 않을 수 있는 상황이 최악이었기에 다른 선택지는 고민 사항이 아니었다.


3. 국내에 160여개 반도체 팹리스 기업이 있었는데, 왜 이들은 지니틱스와 달리 협력 모델을 추진하지 않았는가?

- 사회에 오래 있으면 알겠지만, 개인과 기업은 모두 자신의 이익을 생각하는데, 대체로 단기적으로 고려한다.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같이 가야한다는 말이 있으나, 이를 지킬 수 있는 사람과 기업은 극소수이다. 팹리스 기업들도 모두 각자 이익을 최대화한다는 단순하고 단기적인 관점을 가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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