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를 읽는 즐거움의 발견. 저자의 블로그도 보고 싶어졌다
읽기 위해 구입한 책은 아니고, 같이 교보문고에 방문한 형이 구입 후 바로 빌려주어 읽게 되었다. 저자에 대한 배경지식도, 책의 일부 내용도 읽어보지 않았다. 그 형의 추천사 덕분이었는데, '트레이더의 담백한 일상 회고'라는 내용이었다. 자신은 그 문체와 담담한 내용이 마음에 들어 책을 두 권이나 샀다는 사족과 함께.
집에 돌아온 이후 저자에 대해 찾아보았다. 독서토론 동아리를 하며 잘 따랐던 형이 강력하게 추천한 책이라면, 그 저자는 어떤 사람이고 어떤 삶을 살았을지 너무나 궁금하였다. 씨티그룹 트레이더, 투자회사 설립, 경제 및 금융 지식 제공 블로그 운영. 내가 알고 있던 평범한 금융업 종사자의 경력이었다. 적어도 경력에서 그 형이 특별함을 느낄만한 점은 없었다. 그렇다면 그 형이 느꼈던 매력은 트레이더가 아니라, 담백한 일상 회고에 좀 더 핀트가 맞춰졌을 것이라 생각하며 책을 읽기 시작하였다.
일기와 수필과 같은 장르의 글을 선호하지 않았다. 굳이 구입하지 않고, 이처럼 우연한 기회가 주어진다면 읽어보는 정도에 불과하였다. 생각해보니 마지막에 읽었던 이 장르의 책은 3년쯤 전에 읽었던 몽테뉴 수상록이었다. 몽테뉴 수상록을 읽은 이유도 그 장르의 글을 읽고 싶었다기 보다는, 수필이라는 장르가 탄생하게 된 배경을 알고 싶었기 때문이다. 수필은 개인의 인생을 들여다보는데 있어 가장 효과적인 장르이다. 다양한 관점이 있음을 느끼게 해줄 수도, 그저 삶을 느끼게 해줄 수도 있다. 그런데 개인보다는 사회의 움직임에 관심이 더 많아 선뜻 손이 가지는 않았다. 특히 고전 수필의 경우 시대상 그 자체인 경우가 많으나, 현대 수필의 경우는 그것이 온전히 개인의 관점이라는 생각이 드는 점도 컸다.
이러한 관점에도 불구하고, 저자의 글은 흡입력 있었다. 글이 명징하다는 느낌은, 글 자체가 짧다고 하여 모두 만족할 수 있지 않다. 주제를 간단하게 표현하는 방식에 대해 저자가 고민한 흔적이 명징함이다. 트레이딩 포지션에 대한 고민, 완전한 존재를 위한 자유 열망, 인생의 목표에 대한 확고함 등등. 책에 나온 기간은 3년 남짓이나, 어찌보면 고민은 10년은 족히 넘었을 것이다. 사람의 인생을 읽는다는 의미와 재미가 이러한 줄 몰랐음은 꽤나 아쉬운 일이다. 읽고 나니, 저자는 블로그에 어떠한 인생과 고민을 올리는지 너무나 궁금해졌다. 주는 트레이딩과 시장에 관한 블로그라 하지만, 그 의견들도 반드시 고민들에서 출발했을 것이다. 다만 비싸기 때문에, 경제 사정이 나아진 후가 되겠다.
여담으로, 레이 달리오의 원칙에 관하여 저자가 남긴 문장이 인상깊었다. 내가 살아온 길과 닮았다. 이것만으로도 내가 이전의 글을 주기적으로 읽을 이유는 충분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