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일기
불. 법. 승
삼보 전에 귀의합니다.
와! 내가 해냈다.
내가 천 배를 할 수 있다니.
천 배를 시작하면서 먼저 불법의 인연과 스님, 도반들과 함께하는 시간에 감사하며 눈물이 났습니다.
절을 마치자 도반들의 격려와 괜찮냐는 스님의 물음에 "예."라고 대답하였습니다.
그동안 108배도 힘들어 똑. 딱. 뚝. 툭... 관절 꺾이던 소리와 무릎통증은 20여 일간 가족여행을 하는 동안
깜쪽같이 사라져서 웃었던 기억이 납니다.
일상으로 돌아와 새벽예불에 동참하고 처음 며칠 동안은 괜찮더니 다시 무릎 관절 꺾이는 소리가 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통증은 크게 없고 관절 꺾이는 소리는 제가 절을 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하였습니다.
매일 삼천배를 하시는 스님께는 정말 민망한 일이었습니다.
지난달에 5백 배 절 수행을 하였습니다. 4백 배까지는 무난하게 따라갔는데 그 이상을 넘어가면서 양무릎은 바위처럼 무거워지고 눈은 자꾸만 시계를 향하고 있었습니다. 드디어 5백 배를 끝내자 뭔가를 해냈다는 희열(법열을 느끼려면 까마득하겠지요)이 가슴을 꽉 채웠습니다. 그날 절 수행을 끝내고 차 한잔씩 나누면서 소감을 나누는데 저는 텅 빈 충만함을 느꼈습니다.
며칠 전에 스님께서 주말 새벽예불에 천 배를 하시겠다는 선언에 저는 속으로 살짝 당황했으며 걱정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걱정과는 달리 신참 둘은 잘 해냈습니다. 매일 하는 108배의 근육이 키워낸 결과라고 할까요.
어느 날 스님께 어떤 마음으로 절을 하시는지 여쭈었더니 그저 "그저 무념무상으로 할 뿐입니다."라는 대답을 들었습니다. 또한 스님의 깨달음을 향한 불퇴전의 마음과 수행의 어려움을 조금은 알게 되었습니다.
예불시간에 도반들을 지켜보면서 뛰어넘을 수 없는 시간의 간극을 느낍니다. 저도 쉼 없이 해가 뜨고 지는 일상처럼 그렇게 부처님 법으로 채워가고 또 행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가져봅니다.
존재하는
모두가 건강하기를
모두가 평화롭기를
모두가 행복하기를
두 손 모읍니다.
반야사 밴드에 올렸던 글을 가져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