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리즈번 여행기
n야.
브리즈번 여행 일정 중 동물원 아니 생추어리를 가는 날이었어.
Sanctuary, tv프로 '동물의 왕국'을 에서 내레이터가 '야생동물 보호 구역'이라고 하던, 아프리카 열대 사바나 세렝게티와 케냐 대초원에 사는 동물들 이야기에 나오던 그곳이 생추어리였잖아.
애나는 일반적인 동물원이 아니고 '론파인 코알라 생추어리'라고 하였어. '야생동물보호구역' 병들고 다치거나 고아가 된 코알라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었다고 하네. 이곳은 한 때, 유럽인들이 코알라의 부드러운 털가죽이나 박제를 원해 코알라가 거의 멸종 상태였대. 호주 정부에서는 이들의 개체수가 현저히 줄어들자 사냥을 법으로 금지시키고 지속적인 보호 정책으로 그나마 멸종위기 단계를 면했다고. 하지만 계속되는 산불, 홍수, 기후 위기 등의 요인으로 관심 단계의 레벨에서 취약(Vulnerable) 등급의 멸종위기동물로 다시 지정되었다나 봐.
호주에는 마른하늘의 벼락으로 방화가 일어나면 폭풍 같은 바람을 타고 6개월 이상씩 지속되는 산불이 난대. 이로 인해 많은 야생동물들은 생명을 잃을 뿐만 아니라 살아남은 동물들은 먹이가 부족해서 기아상태로 죽기도 하는가 봐.
여기 론파인에는 100여 마리의 코알라뿐만 아니라 캥거루, 딩고, 핑크색, 흰색. 노란색 무지개색 등의 많은 잉꼬 종류, 로리킷, 에뮤, 부엉이, 외양간 올빼미, 웃음물총새, 오리너구리 등이 작은 동물들도 많다고 해.
론파인에는 동물의 숫자만큼이나 남녀노소의 인간 동물들도 참 많이 왔어. 평일인데도 단체 관광객인 듯한
사람들과 혼자서 혹은 커플끼리 친구들끼리 우르르 몰려다니고 있었어.
제일 인기가 많은 데가 아무래도 코알라 존이었어.
코알라는 대부분의 시간을 나무에 붙어서 잠을 자는 게 생리현상이라는데 매달려 자고 있는 아기 코알라의
모습이 웃기면서도 귀엽기는 하더라. 사람들이 왜 코알라 코알라 하는지 알 것 같았어. 호주 애니메이션 영화 'GO TO THE OUT BACK'이 생각나는 거 있지. 동물을 좋아하는 척 학대하는 조련사에게 상처를 받은 동물들이 동물원을 탈출하여 야생으로 가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이야기야. 몇 번을 봤는데도 재미있고 동물들이 말을 한다면 이 영화의 장면처럼 대화를 할 거 같은 또 다른 동물의 세계였어.
애나는 가끔씩 캥거루와 같이 있는 사진을 보내주었어. 캥거루 옆에 나란히 누워있거나, 먹이를 주거나 혹은 살짝 만지고 있는 듯한 모습을 찍은 것을 말이야.
캥거루공원으로 가보니 많은 캥거루들이 사람을 무서워하지도 않고 그냥 저들끼리 혹은 사람들이 주는 먹이를 곧잘 받아먹고 있었어. 저편 나무그늘 아래에는 여러 무리의 캥거루들은 관광객에게는 관심 없는 듯 자거나 쉬고 있었어.
나도 캥거루에게 먹이를 주려고 준비는 했는데 무서워서 주춤거려졌어. 괜찮다는 애나의 응원에 겨우 큰 마음먹고 가까이 가서 팔을 뻗어 손바닥에 놓인 먹이를 캥거루 코앞에 들이미니 고개를 쓱 돌리더니 "그래 네가 준다면 내가 먹어줄게."라는 듯이 두어 번 먹더니 안 먹으려고 입을 꼭 다물어버리네. 또 어떤 녀석은 "계속 나만 줘."라는 듯이 자꾸 먹기도 하고 말이야. 아이고 어른이고 할 것 없이 캥거루들에게 먹이를 주고 만지고 누워서 사진을 찍기도 하는데, 풀밭을 보니까 온갖 오물들이 있는 거 같더구먼 그냥 자연의 일부로 생각하는 듯싶더라.
앵무새 종류가 참 많더라.
애나네 동네의 전봇대에도 하얀 앵무새가 앉았다가 날아갈 때는 꽤-액 쾌-액 큰소리를 내면서 날아가더구먼. 백설공주 같은 하얀 앵무새, 빨간 머리 앵무새, 핑크빛 몸 앵무새, 초록색, 아쿠아블루 색, 노란색, 여러 가지 섞인 앵무새 등등...
박쥐 종류도 여럿 있는데 어릴 때 만화 영화에 등장하던 황금박쥐도 있는 데 박쥐가 엄청 크긴 하더라.
동물의 천국답게 어디서나 제 집 정원을 거니는 듯 걸어 다니는 에뮤, 웜뱃, 도마뱀, 거위 등도 볼 수 있었어.
우리는 보호종인 오리너구리를 보러 갔는데 알에서 태어나는 포유류라는데 생전 처음 보는 동물이었어.
오리너구리들이 사는 생태계의 느낌을 주는 컴컴하고 조용한 수족관에 마련되어 있었는데 그들은 잘 움직이지 않고 가끔 이쪽에서 저쪽으로 휙 지나가는 걸 자세히 지켜봐도 잘 알아볼 수가 없었어. 오히려 그림으로 보니까 겨우 이해할 수 있겠더라고.
어느 한 곳을 지나가는데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어서 가까이 가보니 커다란 뱀을 감고 있는 직원이 다른 직원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어. 아이들과 어른들은 구경하기에 여념이 없었어. 특히 아이들은 겁도 없이 신기해하면서 보고 있는데 나는 "으-- -" 기절하는 줄.
나는 땅에 기어 다니는 종류 중에 뱀이 제일 싫다고 했더니 특히 한국사람들이 벌레 같은 종류를 특히 땅에서 꿈틀거리는 것을 엄청 싫어한다고 그러네.
간식 먹을 수 있는 오픈형 큰 부스에 들어가니, 어린이집에서 견학을 어린이들이 많았어.
선생님 이야기를 잘 듣고 눈을 깜빡이는 아이들이 있는가 하며, 그러거나 말거나 딴전을 피우는 아이들,
다른 사람들 쳐다보기에 여념이 없는 아이들. 그 모습을 보면서 우리 아이들 어릴 적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웃음이 나왔어.
우리도 도시락을 꺼내 먹는데 아이비스 몇 마리가 탁자 위까지 어슬렁 거리며 과자부스러기를 주워 먹고 있었어. 사람들이 먹이를 던져주니 받아먹고는 탁자에서 내려갈 생각은 않고 다른 먹을거리를 찾아 당당하게 여기 기웃 저기 기웃거리고 있네.
양몰이를 보고 나서 맹금류 쇼를 보러 많은 사람들이 계단식 의자에 앉았어.
FREE FLIGHT RAPTOR SHOW 맹금류 쇼라고 다들 호기심을 갖고 보았어.
조련사 두 명 중 남자가 호각을 불자 가죽장갑을 낀 여자 조련사의 손등에 앉아있던 매가 우리 머리 위를 날아
뒤쪽 어딘가에 앉았다가 조련사의 호각 소리를 듣고 되돌아왔어. 말을 잘 들을 때마다 조련사는 새의 입에 먹이를 주었어. 두 마리의 맹금류인 독수리와 올빼미였는데 낮에는 자는 새를 낮 공연을 시키는 것이 맞는지 모르겠네. 올빼미는 먹이를 한 입에 넣는데, 독수리는 살아있는 생쥐를 던져주니 콕 콕 찍어서 먹는지 벌건 내장이 다
튀어나오는 것을 보고 다들 소리를 냈고 그들이 야생의 동물임을 실감하였어.
기후위기 시대에 생태환경이 변하고 먹이 사슬의 파괴가 일어나고 있는 지금, 멸종 위기의 동물들이 더욱 빨리 사라져 가고 있다고 하잖아. 생추어리를 통해 다친 동물들을 구조하고 안식처를 제공하여 다시 자연으로 보내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 있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대의 경우는 항상 존재하잖아. 요즘 아프리카 열대 사바나 사냥 여행 상품이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는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는 일인 거 같아.
또 전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