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리즈번 사우스뱅크에서
안녕?
우리는 아침 단골메뉴인 그래놀라+ 코코넛요구르트+블루베리, 사과. 키위, 오렌지 등 과일을 준비해서 먹고 사우스뱅크로 출발했어. 출국 전에 한 번 더 주변의 갤러리와 박물관을 관람하고 한국에 가지고 갈 선물을 고르기로 했거든.
봄 햇살에 휴일을 즐기듯 여유롭게 15분 남짓 걸어서 우리는 사우스뱅크 Queensland Museum Kurilpa 도착하였어.
평일인데도 호주의 자연사 및 과학 박물관이라 많은 학생들이 견학을 왔어. 지팡이를 짚은 할아버지, 할머니들, 유모차에 아이를 데려온 젊은 엄마들, 수녀들, 여행객들이 있었어. 공룡을 고생대부터 근대까지 자연사를 다루는 아주 큰 공간인데도 많은 이들이 여기저기 유리에 붙어서 들여다보고 있어서 기념사진 한 장도 찍지 못했어. 아무튼 물고기 종류도 많고 뱀 같은 종류는 또 왜 그렇게나 많던지. 섹션마다 특징이 있었으나 가야 할 곳이 있어서 대강 훑고 나와야 했어.
먼저 아트 갤러리에서 전시를 관람하기로 했어. 거의 무료 관람이었는데도 작품이 많아서 보고 즐기기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어.
라운지의 한쪽 섹션에서는 물 위 가운데로 길을 내고 양쪽으로 염색천을 드리운 설치전이 있었어. 자세히 살펴보니 다양한 색과 무늬로 직조하여 천장에서 아래까지
물 위에 반사되는 색감의 조화가 느껴지고 끊임없이 창작하는 작가들이 예사로 봐지지가 않았어.
아프리카 특별전을 특별하게 전시하고 있는데 원색의 컬러감이 주는 환하고 밝은 기운이 눈길을 사로잡았어.
경사진 이층으로 올라가니 넓은 전시공간에 호주 원주민들의 작품 섹션, 호주에서 지금까지 활동한 작가들 뿐만 아니라 무명작가의 사소한 개인의 서사에서 브리즈번의 변천사까지 전시를 하고 있었어.
아시안 작가들의 코너에서는 일본, 중국, 동남아시아 근데 우리나라 작가는 안보였어. 외국 작가들의 회화 작품과 중간에 설치 작품들 중에 생각보다 일본 작가들 작품이 많았어.
"아, 저기 이우환 작가의 작품이 보이네."
우리나라 작가로는 유일하게 이우환 작가의 작품이 두 점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라 여김.
better than nothing이라 생각하다가 이우환 작가를 한국작가로 분류한 것인지 일본 작가들 중의 한 사람으로 참여한 것인지 알 수 없었어(사실 처음부터 리플릿을 챙기지 못함). 일본에서 활동하는 작가들과 같이 묻어온 느낌이 들었어.
그림 감상을 하다 보니 간간이 액자 앞에서 스케치를 하는 이도 있고 미술관에서
체험을 할 수 있게 미술도구를 제공해 주고 있었어.
다양한 작가들의 개성 넘치고 재기 발랄한 컨템퍼러리 작품 앞에서 우리는 서로를 쳐다보며 소리 낮춰 낄낄거리기도 했어.
갤러리카페에서 따뜻한 수프와 바라문디 튀김요리, 커피와 주스를 주문하였어. 야외테이블에는 자리가 없어서 안쪽의 테이블에 앉아서 음식이 나올 때까지 기다렸지.
옆 테이블의 정장차림의 할아버지는 혼자서도 식사를 잘하고 계시네. 우리의 식사가 나오자마자 마침 자리가 비었다고 웨이터가 식사를 밖으로 내다 주었어.
호수 같은 물 위로 호주의 꽃, 골든와틀은 노란 꽃을 달고 연녹색의 잎을 물 가까이에 뻗고 있었어. 갤러리 카페에서는 다양한 직업을 가진 듯한 사람들이 점심이나 차를 나누고 있었어. 어떤 팀은 궁금증을 자아내게 하였어. 여나믄 명의 젊은 남녀와 늙은 남녀 그리고 할머니쯤 되는 사람들의 조합이 말이야. 도심에 있으나 호수같이 맑고 좋은 풍경이 주는 신선함에 우리도 덩달아 여유롭고 기분이 업 되었지. vogue지에 나올 법한 아주 멋지게 차려입은 옆 좌석의 중년 아저씨는 뭐 하는 사람인가 싶기도 하고 ㅎㅎㅎ...
봄빛의 풍경을 담으려고 방송국에서 나와서 촬영을 하는데 보통사람의 눈에도 좋아 보이는데 스크린에 비치면 더 근사해 보일 거 같아.
갤러리에서 운영하는 아트샵 1층에는 공예나 도예 등 작가들의 작품이 많이 있었고, 2층에는 화가의 작품집이나 미술 관련 도서와 상품이 많았어. 특히 일본 문화를 소개하는 책과 문화 관광 상품이 많았어. 나는 우리 것을 열심히 찾았지만 책 한 권도 아트상품 하나도 찾지 못했어. 이것이 바로 호주에서의 우리의 예술 위상을 말하는 건가 생각하니 속이 상했어.
그런 맘도 잠시 선물 준비를 해야 하는 터라 1,2 층을 오가며 여동생들이랑 지인들에게 나눠줄 것을 찾았어. 원주민들의 도트 무늬의 좀 비싼 듯한 앞치마와 타월을 몇 개씩 사고, 고흐가 조카의 탄생을 축하해서 그렸다는 아몬드나무를 양각화해서 만든 다이어리와 색다른 문구류와 앤디워홀의 캔버스가방 등을 샀어. 다른 스케줄이 없었다면 아마 몇 시간이고 붙어 있고 싶을 정도로 퀄리티가 좋은 상품들이 많았어.
퀸즐랜드 아트갤러리에서 나와서 뒤에 있는 모던 아트 갤러리 Goma(Gallery of Modern Art)에 가서 영상실에서 특별전을 보았어. 독특하게 본 작품으로 한 땀 한 땀 온몸으로 뜨개질하는 일본작가의 행위예술을 영상으로 담아 반복 재생하고 있었어. 새로운 전시를 준비 중이라 무료전시만 간단하게 보고 나왔어.
그리곤 곧 바로 바로 앞에 있는 공공도서관으로 갔어.
도서관에서는 다리도 쉴 겸 자리를 찾아서 앉았어. 유리창 밖에는 강 건너편의 시티 건물들이 보였어. 원주민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는데, 호주에서는 원주민과 이주민들의 갈등을 어떻게 해결했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긴더라.
나와서 브리즈번의 랜드마크인 'Brisbane' sign 한 번 찍고 나니 시티 쪽 건물들이 노을빛을 받아 황금빛이 돌기 시작하였어.
우리는 계획했던 관람차 탔는데, 둘 다 고소공포증이 있는 터라 얼마나 무서웠는지,.. . 소리를 지르니 더 흔들리는데 마치 무서운 놀이기구 같았달까.
누가 보면 우리 소리에 더 기겁했을걸. 대관람차가 아닌 관계로 다섯 바퀴나 돌고 마지막엔 손잡이를 붙들고 겨우 사진도 몇 장 건지고 내리는데 다리가 후덜덜. ㅎㅎㅎ.
사우스뱅크를 마지막으로 걸으면서 집에 도착하니 오후 5시가 넘었어.
마치 기다렸다는 듯 갑자기 먹구름이 몰려오더니 천둥번개가 휘몰아치기 시작하더니 비가 쏟아졌어.
창밖의 비와 맞은편 성당의 꼭대기를 지나가는 구름을 지켜보았어.
애나는 나의 마지막 호주에서의 저녁식사를 준비했어. 된장찌개, 소시지양배추볶음, 계란 프라이, 컬리플라워, 당근 등 채소 데친 거, 단무지 무침, 고추장아찌, 김치, 김...
역시 한식은 많이 먹어도 몸이 가벼운 느낌이야.
브리즈번에서 보름 넘게 살다 보니 낯설던 풍경이 눈에 익기 시작하니 사람은 역시 환경에 적응하는 동물인가 봐.
낯섦은 두려운 일이다.
그것이 사람이든 일이든 환경이든.
그럼에도 마주하는 것이 여행이지 않을까
라는 말은 소심한 나 자신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야.
'여행은 더 나은 인간이 되는 길이다.'-바듀의 말에 공감하면서.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