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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의 이유

공감 독서

by 해인

전쟁의 이유/ 하인츠 야니쉬


뭐야, 이 그림책!

제목도 의미심장한데 표지 그림 또한 강렬하다.

커다랗고 과장된 파란 옷을 입은 사람과 마찬가지로 상대방을 압도하기 위해 과시욕으로 부푼

빨간 옷의 사람이 마주 보며 위협하듯 두 주먹과

발을 내밀고 서로 노려보고 있다.

파란 옷을 입은 사람은 가로로 긴 모자에 위로 뾰족한 가시를 꽂고, 빨간 옷의 사람은 세로로

긴 모자에 옆으로 가시를 달았다.



그럼 왜 전쟁이 났는지 이유나 들어보자.

표지를 넘기니 자전거를 타거나 일을 하고, 짐을 옮기고, 강아지 산책을 시키고,

마트 캐리어를 끌고 가고, 청소하고, 오토바이를 타고 지나가고, 지팡이를 짚고

마실 가는 노인들, 혼자서 구경하는 이 등 주변에 흔한 사람 풍경이다.

하얀 백지에 가는 펜으로 표현된 무채색의 그림에 아주 작은 파랑과 빨강의 유채색이 눈에 띈다.




아뿔싸!

아이를 데리고 가던 사람이 부주의로 빨강 강아지에게 파란색의 끈적한 것을 흘렸네.

빨강이의 엄마가 화가 엄청났겠다.

상대방이 제대로 사과를 안 했나?

아니면 사과를 받아주지 않았나?

설전이 일고 군중이 모이고, 각자 다른 의견을 가진 이들이 같은 생각의 편을 만들기 시작하고

너와 나를 가르기 시작하였어.


상대방을 참을 수 없어하며 결전을 치르기로 하였어.

각자 상대보다 힘이 세게 보여야 하기에 전쟁을 위해 최선을 다했어.

드디어 결전의 날.

파란색의 군인들과 파란색의 군인들이 서로를 향하여 가시 돋친 모자를 던지고,

단추를 뜯어 던지고 옷을 벗어던지고 군화까지 벗어던졌어.

이것들은 얽히고설키고 뒤죽박죽 난리도 아니었어.

양말까지 벗어던지고 나자 모두 속옷 바람이 되었지.

그러고 보니 누가 친군지, 적인지도 알 수가 없었어.

ㅎㅎㅎ

한참을 전쟁을 치르느라 배가 고팠던 누군가가

아, 배고파!

나도, 나도,

초원의 발가벗은 이들은 음식냄새에 이끌려 가족들이 기다리는 집으로 향한다.

싸우는 이유조차 모르고 부회뇌동 하는 사람들.

사소한 오해가 갈등을 낳고 더 큰 전쟁으로 나아가는 것을 보았다.

전쟁의 이유는 전 세계 인구만큼이나 많을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아름다운 경치, 가족, 친구, 축구보다 좋다고 말할 수 없다는 것을

사람들은 알고 있다.


전쟁의 무의미함을 이토록 쉽게 알려주는 그림책이라니.

그림책의 세상처럼 살 수만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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