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허무하게 집으로 돌아가는 거였어?
원래 브런치를 시작하면서, 제주도 기행문 꼭지도 써 볼 계획이었다.
4월 3주간 제주도 서귀포의 '아시아 CGI 애니메이션센터' 숙소를 제공받아, 머물 기회가 생겼기 때문이었다.
제주 영상위 - CJ EnM, 콜라보 일환.
헌데 신청자가 나, 하나여서 방이 5개나 남고, 상주 근무자와 입주 회사원들이 퇴근하고 나면, 나 혼자 건물에 남을 수 있었다.
혼자, 건물 남는 거냐는 질의에 담당자는 혹시나, 다른 외부인을 데려올까 사뭇 딱딱하게 물었다.
"왜 그러시죠?"
나는 주저하다가, 곤란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니... 제가 귀신을 무서워해서요. 안 봤으면 해, 해서요...."
그는 의심과 다른 대답이 나오자, 빵- 터졌다. 그러고는 여차저차 리모델링을 해서 방에 들어가 있음, 안 무섭다는 등 설명을 신의성실하게 이어 나갔다.
헌데, 사진 상 방에는 책상이 없었다. 그럼, 밤에 복도나 회의실, 작업실, 세탁실은 무서울 수 있단 건가? 상세히 물으려다 접었다. 큰 건물에 혼자 남는다는 건, 이미 여러 작가실을 경험하며 익히 알고 있으니까.
(아, 진짜 귀신 보면 안 되는데... 군대에서도 초병 근무 2년 동안 단, 1초도 안 잔, 나니까. 꼭 깜빡 졸은 애들이 귀신을 보곤 했다.)
11년 만에 제주도로의 복귀다.
11년 전, 제주시 중앙동(중앙여고 앞) 신지구에서 1년을 산 적이 있다. 1년 동안 제주에서 안 가본 곳 없이 돌아다녔다.
그 경험으로 난, 2-3 월에는 절대 제주도에 오지 않겠다 다짐했었다. 바람이 너무 심하다 못해 짜증이 순간순간 솟구쳤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4월에 신청했고, 브런치 기행문과 작업 중인 시나리오와 두 번째 소설 등 이런저런 계획으로 마음이 들떴었다.
기실 그때 1년 살면서, 처음엔 좋았지만 나중엔 그렇지 않았다. 함께 작업한 상 탄 배우가 여배우들도 있다며, 술 먹으러 나오라고 전화가 와도, 나 제주도야. 하면 그다음은 으레 제주도겠거니 날 찾지 않았다.
재미있는 일이 점차 사라지면서, 나는 분홍색의 제주 막걸리 두 병과 (나 닮은 오징어, 다리) 쫀득이를 사서 용두머리 가기 전, 공항동 바닷가 바위에 앉아 세월아 네월아 하는 게, 하루 중 가장 중요한 루틴이었다.
파도 소리를 들으며, 막걸리 한 잔 마시고 체감상 1분 단위로 입도하는 비행기 똥꼬 올려다보기는 나의 중요한 취미였다.
'아, 저 거 타고 서울 가고 싶다....'
제주도는 섬이다. 어디를 가도 그 끝은 바다였고 빠져나갈 수 없었다. 결항 나면 바로 대체 수단을 찾을 수도 없고, "내일 가지 뭐."도 표가 없어, 불가한 곳이다. 들어가는 것도 나오는 것도 사실 한계가 많았다.
그렇지만, '달콤한 망각'에 난 다시 제주 바다를 생각하며, 들뜰 수밖에 없었다.
혼자 사는 남자(여자)는 장기 여행 전, 남은 김치와 야채, 빨래 등 오롯이 혼자 처리하고 가야 해서 과식과 과로도 불사해야 했다.
그렇게 다 처리, 정리하고 김포 공항 갔는데... 공항은 도떼기시장이었고, 두 시간 대기 끝에, 딱! 내 비행기까지 최후 결항 결정이 났다.
여기 온, 비용 등은 자연재해라 알 바 아니란다. 분명 갈 때는 가벼웠는데, 비까지 오고 캐리어는 엄청 무거워져 있었다.
또, 분명 따뜻했고 가까웠는데... 오는 길은 멀고 추웠다.
집에 와, 코드선 인터넷 등 다시 연결하고 짐 풀어 필요한 작업 세팅 장비 꺼내고, 세면도구 등 원위치.
'아... 다 처리해서, 먹을게 없네?'
오늘은 브런치 안 쓰려고 했다. 작업 중인 기획도 복잡하고 결항에 시간 날리고, 하지만 어제 브런치 덕에 매일 쓴다니 어쩌고 저쩌고 온통 설레발을 쳤기에, 사람들 시간 낭비가 될지 모르는 글을 쓰고 있다. (브런치 이거 약간 중독성 있다. 그리고 애써 의연하려 했지만, 자꾸 조회수가 신경 쓰인다.)
월요일에 입도를 다시 시도해서, 성공하면 당분간 11년 전 제주도와 2026. 04월의 제주도 이야기를 시작해 볼 심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