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라는 말을 죽도록 듣고 싶었다.

모두를 건다는 건, 외로운 거라고 조용필 형님은 말씀하셨다.

by 이우진

먹이를 찾아 산기슭을 어스렁거리는 하이에나를 본 일이 있는가... (중략)

나는 하이에나가 아니라, 표범이고 싶다.


용필 형님과 다르게 나는, 글에 모든 걸 걸었음에도 우직하게 표범이 아니라, 하이에나처럼 살았다.

작가라는 말이 너무 듣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난 작가라는 말만 들을 수 있다면, 하이에나든 유니콘이든, 물먹는 하마든 상관없었다.


드디어 첫 계약, 네이버 웹소설로 시작했다.

'국내 최초의 대화형 소설'을 표방하자고 네이버에서 끈질기게 유도해, 산문소설로 쓰고 싶은 고집을 꺾고, 대화형으로 소설을 썼다. 비록 온라인이었지만, 내 이름이 유력 매체를 통해, 전국으로 처음 나가는 신기한 경험!


하지만,

"이건, 소설이 아니다!" 열광적인 반응과 함께, 참혹한 별점테러를 당했고, 결국 폭망 했다.


프랑스 작가 '알랭 드 보통'이 대화형으로 쓰면, 소설이라 말했다.

내가 쓰면 소설이 아니라고 했다.

고맙다.


빨리 연재접자고 네이버가 종용했지만, 난 버텼고 5개월 연재로 끝. 1년 뒤, 담당자 이직한다고 메일 왔는데, 나 때문은 아니겠지? 그렇담 진심으로 미안하고, 뒤늦게 사죄드린다....


2차전은 kbs 단막극.

남자 주인공이 연말 시상식에서 단막극이 유일하게 받을 수 있는, '남우주연상'을 받으며 웬일이지? 성공했지만...

남우주연이 소감에서 날 차마 언급 못했다고 다음 날 "형, 미안해요." 친절히 전화를 주며 사과했다.

괜찮다. 그 정도는.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었다. 차마 공개적으로 밝힐 수 없는... (중략) 결과적으로 내 과실(성과)은 이번에도 없었다.


공중파를 타고, 전국에 이름이 나갔겠만,


'이건 성공도 아니고, 실패도 아니냐! 그럼 뭘까?'


절치부심. 운 좋게 바로 영화 시나리오 계약을 했다. 영화가 나왔다. 난 영화사에 전화를 걸어 내 이름 좀 빼줄 수 없는지? 문의했다. 감독님을 미워하지는 않지만, 지금까지도 세세히 묻지 않는 한, 결코! 죽어도 제목을 밝히지 않고 살고 있다.

그래도 또 고맙다. 전국 스크린에 이름이 나가봤으니까.

그다음.

이래저래 '작가'라는 소리를 듣던 나는,

하이에나였기에, cj에 당선되고, 2차에서 5000만 원을 지원받아 '단편 영화감독' 데뷔도 했다. 5000만 원, 장편도 찍을 돈이다. 이건 나름 성공했다.


작가에서 감독이라는 소리도 들으며 두 편을 더 찍었고, 결국 정식 감독 계약까지 했다. 하지만,


시련이 또 찾아왔다. 이번에는 혼자만 당한 것이 아니어서 덜 억울했다.

세상을 혼란의 소용돌이로 몰고 간 '코로나' 때문에 내 첫 연출작이 될 수 있었던 영화는 엎어졌다.


그 뒤, 기타 여러 '글' 계약으로 들쭉날쭉 했지만, 입에 풀칠을 하며 살았다.


그래 '작가' 소리, 느낌이 사라질 만큼 원 없이 들었으면 됐지.

"그러하면, 충분히 되었지...."

라며, 모든 걸 내려놓았다. 그런데 모든 걸 내려놨음에도 인생의 최정점 고비가 시나브로 찾아왔다. 난 이대로 썩은 고기 한 점 못 물고 산을 내려갈 수 없어, 중고 오토바이를 구입했다.

배민, 쿠팡을 뛰었다. 입맛에 맞게 양다리로 뛰었다.


음식을 싣고, 도로 위를 주야간 내달리며 다시 한번 초탈했고 진짜! 모든 걸, 도로 위에 미련 없이 내려놓았다.


그러자, 아이러니하게도 글이 더 좋아졌고, 기약 없던 배달은 10개월 후, 끝났다. (언젠가 배달 특집을 쓸 예정이다. 글감까지 얻었네? 개이득.)


거짓말처럼, 은인이 나타나더니 새 시나리오 계약과 소설 등, 통장에 돈이 조금씩 쌓였다. 코로나 때 날린 주식도 회복을 넘어 불기둥이다.


한 때, 작가 -> 감독으로 살짝 마음을 바꿨지만, 난 이제 초발심으로 돌아와 다시 그토록 듣고 싶던 '작가'소리 듣기에 심취하고 있다. (굳이 감독시켜 주면, 안 할 이유가 없지만)

멀리 돌아 돌아 처음 이 자리에 다시 섰다.

도 이제는 용필 형님처럼, 어스렁거리는 하이에나가 아니라, 표범이고 싶다.

그런 나에게, 브런치는 미처 생각 못했던 또 다른 구원자다. 매일 글을 쓰는 새로운 습관을 주었기 때문이다.


브런치 만세!

여긴 별점 테러도 없다. 브런치 이웃들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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