깔깔깔깔- 목젖을 보이며 웃던 그녀.

추억을 잊어가는 사람들에게....

by 이우진

옛날 옛적에

항상 깔깔깔- 목젖을 드러내며 웃는 여자가 살았다.

어느 날, 여자는 남자에게 배를 타보고 싶다고 말했다.


남자는 ‘이번엔 대빵 깔깔깔- 웃게 해야지!’ 생각했다.

복학생에 졸업반 남자는 전필수업 땡땡이치면서까지 준비에 몰두했다.


동대문 시장을 미친 듯, 돌아다녔고

60m 길이의 낚싯줄과 꽃다발, 자동차시트 셋, 인형, 편지, 상품권을 준비했다.


남자는 낚싯줄에 선물을 줄줄이 10m 간격으로 달았다.

‘돌을 넣을까?’ 고민했지만, 시간이 없어 포기하고. 비닐로 밀봉했다.


40L 쌕에 선물을 담은 남자는 여자와 함께 한강유람선에 올랐다.


예상한 대로, 여자는 배에 오르자마자 깔깔깔- 웃어대기 시작했다.

처음 타보는 배라며 신이 났다.

그 모습에 남자도 덩달아 신이 났다.


여자는 남자의 짧은 머리가 귀엽다며 머리를 마구 쓰다듬었다.

그때, 남자가 말했다.

“나 콜라 하나만 사다 줘?”

“콜라 안 먹잖아? 알았어~!”


남자는 가방을 메고 선미로 향했다.

다행히 선미에는 사람이 없었다.

다만 2층 유리로 풍경을 감상하는 많은 연인들이 보였다.


남자는 주변을 살피고는 심호흡을 했다.

이내, 용기를 낸 남자는 가방을 열고 선물들을 강을 향해 던지기 시작했다.

주르륵 선물들이 풀려나갔고,

혹시, 스쿠루에 말리지는 않을까? 줄이 끊기지는 않을까? 염려했지만,

선물은 스쿠루에 말리지도 않았고, 끊길 정도의 인장력도 느껴지지 않았다.

남자는 쾌재를 부르며, 안도했다.

그런데, 문제는 다른 곳에서 발생했다.


남자의 예상대로라면 선물들은 가라앉아야 했다.

하지만, 1~5번 밀봉된 선물들은 제각기 물 위에서 미쳐 날뛰고 있었다.

'아 씨... 돌을 넣었어야 했어....’

후회했지만, 이미 늦었다.

2층 사람들은 그쯤에서 남자를 주목하기 시작했고,

여자는 잠시 후 콜라를 들고 돌아왔다.

선물들은 여전히 일정한 규칙과 불규칙을 반복하며 춤추고 있었다.


남자는 당혹스럽고 창피했지만, 애써 태연한 척 줄을 잡고 있었다.

상황을 전혀 인지하지 못한 여자가 콜라를 주며, 남자에게 말했다.

“자, 콜라.”

줄을 잡고 있던 남자는, 여자에게 부탁을 했다.

“따 줘.”

...? 그래.”

여자는 남자에게 콜라를 따서 건넸다.

남자가 콜라와 낚싯줄을 교환했다.

여자는 의아해하며 “뭐야?” 물었다.

멀리 미친 듯 춤추고 있는 선물들을 아직, 발견하지 못한 여자였다.


“당겨봐.” 남자가 말했고,

여자는 그제야 멀리 물 위에서 춤추고 있는 선물들을 발견하고는

깔깔깔깔- 아까보다 더 크게, 웃어대기 시작했다.


문뜩, 남자가 2층을 올려다봤다.

여전히 풍경을 감상하는 연인들이 보였는데,

그중 선미를 지켜보던 어떤 한 여자가 자기 연인의 어깨를 때렸다.


남자는 왠지 으쓱하면서도, 창피하기도 해

여자가 빨리 줄을 당기기만을 원했다.

하지만, 여자는


10m 당기고는 “줄 좀, 잡고 있어.” 비닐을 벗기고, 깔깔깔깔-.

다시 10m 당기고는 비닐을 벗기고, 깔깔깔깔-.


하나씩 하나씩 확인하며, 천천히 줄을 당겼다.

그들 주변에는 비닐 쓰레기가 쌓이기 시작했고,

사람들의 이목도 그와 함께 점점 더, 증가했다.


더 창피해진 남자는 빨리 시간이 흐르기만을 고대했고,

여자는 그저, 깔깔깔깔- 웃어대기만 했다.


그렇게,

남자의 바람대로 시간은 (빨리) 흘렀고....


남자는 그 웃음소리를 기억하며,

그때의 한강에서 스승님과 농구를 하며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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