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1. 명품을 몰라 보다니

by 장용범

기업은 이익을 남겨야 한다. 또한 기업은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얼핏 상반된 것 같은 두 가치를 기업은 추구한다. 기업의 매출이익은 매출가액에서 매출원가를 차감하여 계산한다. 이익을 많이 남기려면 소비자에게 비싸게 많이 팔고 원가는 낮추는 수밖에 없다. 똑같은 가방이라도 몇천만 원짜리 명품 가방이 있는가 하면 몇만 원이면 구입하는 가방도 있다. 가방의 매출 원가가 차이나 봐야 얼마나 다를 것인가? 이것은 가방의 재질이나 용도만으로 가치를 판단할 수 없음을 보여준다. 그러면 명품 가방을 생산하는 회사의 입장에서 보면 더 많은 이익을 남기기 위해 생산량을 늘려 많이 팔면 될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는다. 오히려 팔지 못한 제품들을 한데 모아 소각시키기도 한다. 그럼에도 오픈런이라 하여 백화점의 문을 열기도 전에 그 명품 하나 사려고 줄을 서는 기이한 현상을 보인다. 자원의 활용 측면에서 보면 낭비도 이런 낭비가 없다. 안 팔리면 태워 없애는 것이나 어렵사리 번 돈을 잔뜩 들고 가방 하나 사러 가는 것이나 둘 다 선뜻 이해되지 않는 면도 있다. 하지만 여기서 현대인의 소비 성향을 엿볼 수 있다. 사람들은 어느 정도 타인의 시선을 소비하는 것 같다. 고대 무덤들을 보면 여러 장신구들이 함께 출토된다. 사람의 기본 생활과는 무관한 것으로 장신구는 자신을 다른 사람들과 차별되게 하는 물건들이다. 인정의 욕구를 겉으로 드러낸 장치이니 현대인의 명품 소비와도 맥을 같이 한다.


얼마 전 직원과 상담을 하다 XL로 표시된 벨트가 좋아 보이기에 레슬링 쳄피언 벨트 같다고 하니 백만 원대가 넘는 루이뷔통 벨트라고 했다. 백화점에서 대기표를 뽑아 구입했다고 하는데 오히려 그걸 몰라보는 나를 이상하게 본다. 덕분에 루이뷔통 로고 하나는 확실히 익혔다. 명품에 별 관심이 없다 보니 한 번씩 이런 실수를 한다. 예전에는 한 사업가형 지점장이 왕년에 벤틀리를 타고 다녔다기에 좋은 차냐고 묻자 ‘자동차 마니아들에게는 잘 알려진 차죠’라며 머쓱하게 웃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벤츠보다 좋은 차라고 했다. 이렇듯 명품은 모르는 사람에게는 별 힘을 발휘 못한다. 루이뷔통 가방을 메고 히말라야 산간 오지에 간다고 누가 알아줄 것 같지 않다. 명품이 명품이기 위해서는 그것이 보통 사람은 사기 어려운 값비싼 것이란 걸 아는 사람에게나 내세울 수 있는 것이다.


다른 보험사의 VIP센터에 근무했다는 한 지인은 부자 고객을 유치했던 경험담을 이야기해줬다. 한 고객이 조용히 상담 차례를 기다리는데 가만 보니 수천만 원짜리 명품 시계를 차고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조용히 고객에게 다가가 그 시계가 아무개 시계 아니냐고 하자 만면에 미소를 지으며 그렇다고 하더란다. 여기에 그는 영업적 기질을 발휘해 그림으로만 보던 시계인데 자기 손목에 한 번 차볼 수 있겠냐고 하자 웃으며 흔쾌히 풀어 주었다고 했다. 명품을 알아본 덕에 그 상담은 잘 진행되어 큰 계약을 유치할 수 있었다는 말을 전했다. 자랑하고 싶은데 아무도 몰라주면 서운하긴 할 것 같다. 남들 다 아는 명품을 못 알아봐서 상대방을 당황시킨 경험이 몇 번 있다 보니 이제 모르는 상표에 대해서는 침묵하는 편이다. 괜히 달나라에서 온 사람 취급받기 싫어서다. 그러면서 명품으로 타인의 시선을 소비하기보다는 내적으로 좀 더 성숙한 인간 명품을 지향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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