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매한 재능이 무기가 되는 순간>이라는 책을 읽다 끌리는 내용이 있어 약간 응용해 본다. 만일 두 가지 상황에 처했다고 치자. 첫 번째는 “가장 좋아하는 활동 세 가지를 적고 그 이유를 설명할 것”이고, 두 번째는 “이번 주에 했던 활동들을 요일별로 리스트 업하고 그중 가장 좋아하는 활동 세 가지를 골라 그 이유를 설명하는 것”이다. 어떤 것이 답하기 수월할까? 당연히 두 번째이다. 왜 그럴까? 인간의 인지 구조는 데이터를 구성할 수 있는 조건과 범주를 전해주면 생각의 범위가 명확해 지기 때문이다.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른다면 아무거나 해도 된다고 하지만 이왕이면 좀 더 나에게 맞는 높은 접근법을 택할 수도 있다. 그동안 구입했던 책들의 제목들을 본다거나 유튜브 콘텐츠 중 구독, 좋아요를 눌렀던 것들을 살펴봐도 좋고, 지난 기간 동안 적었던 글들을 훑어보며 나만의 빅 데이터로 만들어 볼 수도 있다. 어쩌면 그 지점이 내가 끌리는 것일 가능성이 높다. 사람들은 생각보다 스스로를 잘 모른다. 그러니 자신이 부지불식간에 선택하며 지나왔던 흔적들을 찾아 성향을 파악하는 것은 꽤나 괜찮은 방법이다.
이처럼 지나온 흔적 데이터를 통해 나의 성향을 살펴보니 무언가를 하나 진득이 해내기보다는 이것저것 한다거나 여기저기 돌아다니기를 좋아하는 것 같다. 그리고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이 크고 대단한 리스크를 떠안는 일만 아니라면 시도하기를 주저하지 않는 면도 있다. 이렇게 판단한 것은 그간 구입했던 책들을 보니 통일성도 없이 한창 끌리다가 시들해지면 다른 것으로 관심이 가곤 했다. 유튜브의 구독 콘텐츠들을 보니 예능이나 음악보다는 경제, 심리, 불교, 명상, 인문, 여행, IT 등이 더 많았다. 이런 성향이면 한 자리에 눌러앉아 장사하는 일이나 끈질기게 한 곳을 파는 연구직 같은 일은 맞지 않았을 것 같다. 장돌뱅이처럼 돌아다니고 사람들을 만나 교류하는 일, 무언가를 새로이 만들어 가는 일이 적당할 것 같다. 그동안 회사 업무적으로 숫자를 다루는 기획이나 계리보다는 사람 만나고 활동적인 영업 부문을 오래 할 수 있었던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그라데이션 효과가 있다. 흑백의 색을 예로 들면 흰색에서 점점 짙어지더니 마지막에 가장 진한 검은색이 되는 것을 말한다. 옳다 그르다가 가장 확실한 시기는 아마 유치원에 다닐 때이지 싶다. 빨간불이면 멈추고 파란불이면 간다는 명확한 기준이 있었다. 하지만 어른이 될수록 벌금을 물더라도 빨간불에 가야 할 때가 있고 구급차가 오고 있다면 파란불에도 멈춰야 할 때가 있다. 점점 다양한 회색지대가 많아지는 것이다. 그것을 애매함이라 한다면 우리의 삶은 분명한 것보다 애매한 것이 더 많을지도 모른다. 그러니 우리 성향의 애매함에 대해 괜히 위축되거나 불안감을 느낄 이유는 없을 것 같다. 그게 자연스러운 현상이고 어디에 좀 가까운가 정도만 있을 뿐이다.
나의 애매함이 무기가 되는 순간은 그라데이션 효과처럼 점진적인 매일의 일상에 있을 것이다. 흑과 백 같은 분명한 성과 목표보다는 조금씩 짙어지거나 옅어지는 향상 목표를 설정하는 게 좋다. 그러니 이게 아니면 안 된다는 마음은 잠시 내려두자. 대신 결정은 좀 가볍게 대신 꾸준함을 좀 갖출 수 있다면 좋은 것이다. 그게 더 힘들다고 여겨지면 그 꾸준함도 어느 시기를 정해 3-3-3의 기간 동안만 지속한다는 마음을 내어 보면 어떨까. 그만두는 지점을 3일, 3주, 3개월에 한 번 정한다는 의미이다. 그런데 3개월을 넘기면 그건 자신에게 맞는 경우가 많다. 이 때는 웬만해선 1년을 넘기게 되고 잘하면 3년까지 이어지는 경험을 자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