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사람이라 역시 생각이 신선하네’
어제 선배 문인께서 나에게 하신 말씀이었다. 그 자리에서는 내가 제일 젊긴 했다. 가을에 시작한 지역 문집 발간을 자축하는 의미로 편집위원들끼리 마련된 저녁 자리였다. 문인들이라 책 내는 것에는 관심이 있지만 출판비용을 부담스러워 하시는 것 같아 POD 방식을 소개했더니 하신 말씀이었다. 내가 다니는 직장에선 나이 많다고 나가라는 소리를 듣는데 젊은 사람이라고 불러주시니 감사하다 했더니 모두들 웃으신다. 이렇듯 시작과 끝은 맞닿아 있다. 이제 곧 졸업시즌이다. 초등학교에서는 6학년 언니들이라 하지만 중학교 1학년이고, 대학 4학년의 군에 다녀온 예비역들은 입사하면 풋풋한 신입사원들이다. 나 역시 직장에서는 은퇴각을 맞이할 상황이지만 다른 곳에선 젊은 사람이란 소리를 듣는다. 하나의 문이 닫히면 다른 문이 열리는 법이다. 언제까지나 닫힌 문만 바라보고 있으면 새롭게 열린 다른 문을 보지 못한다.
상사와 직원 이상으로 각별하게 지내온 직원이 지방 으로 발령이 났다. 작년에 부산에 살던 그가 서울 본사로 오겠다기에 처음엔 만류했었다. 50대의 나이에 이사를 오는 것도 아니고 혼자서 생활하는 게 괜찮겠냐고 했지만 본인의 의지가 확고하기에 부서로 불러들인 경우였다. 지난 일년 동안 낯선 환경에 적응하느라 애도 많이 썼는데 본인의 희망으로 지역의 영업 책임자로 다시 내려가게 되었다. 얼마남지 않은 직장 생활을 가족들이 있는 부산에서 마무리 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짧은 일년이었지만 서울 생활도 해보고 많이 배우고 간다 하니 고마운 일이다. 인사상담을 요청하며 다시 가겠다기에 흔쾌히 전출 내신을 써준 것도 지난 일년 간 그의 마음 고생을 알아서였다. 직장생활 대부분을 영업 현장에서 보냈던 그에게 보고서 작성이나 타부서와의 협업은 쉽지 않았고 그로 인한 직원들의 수군거림도 알고 있었다. 가끔 저녁에 조용히 불러 소주잔을 건네며 마음고생을 다독였는데 자신은 괜찮지만 나에게 부담을 지우는 것 같다며 늘 미안해 했다. 본인이 원했던 자리에 가는 거라 축하는 건넸지만 현장 영업의 어려움을 아는터라 우려를 전했더니 그래도 자신은 현장이 더 낫겠다고 한다.
시작은 끝과 닿아 있다. 만일 내가 어딘가의 끝에 있다 여겨지면 주변을 둘러 볼 필요가 있다. 익숙했던 무대가 바뀌어 전혀 다른 무대에서 신출내기로 등장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것은 새로운 시작이다. 이렇게 우리는 하나가 끝나는 지점에서 또 하나의 새로운 시작을 맞는다. 떠나온 자리에 연연해 한다면 정말 답이 없지만 새로운 무대의 가능성을 본다면 내 역할은 무척 다양할 수 있다. 어제 선배 문인의 얘기를 들으니 내년에 지역 문인들 대상으로 POD 소개 자리와 개인의 글들을 모아 출간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볼까도 싶다. 이래저래 할 일이 많다. 그런데 그게 재미있다.
ps.
지난 일년 간 부족한 글 받아주셔서 감사합니다. 혼자 쓰고 마는 글이었다면 이렇게 지속하기 힘들었을 겁니다. 감사드리며 내년에도 쭈욱 이어 가겠습니다새해 복많이 받으십시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