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0. 오고 가는 사람들

by 장용범

오고 가는 인사가 마침내 끝났다. 갈 사람은 하나 둘 떠나갔고 올 사람은 자신의 자리를 채워갔다. 가고 는 싶었으나 가지 못했던 사람도 있었고, 오고 싶었으나 오지 못한 사람도 있었지만 그럭저럭 잘 마무리 지어졌다. 어제 대표이사 주관의 회의까지 마치고 나니 본격적으로 새해 업무가 시작된 느낌도 든다. 이제 이들과 한 해를 보내야 한다. 2022년, 나에게 주어진 인연들이다.


한 청년이 법륜 스님께 물었다. 소개팅을 자주 하는데 마음에 드는 사람 찾기 어렵다며 인연이란 따로 있는 거냐고 말이다. 그러자 스님은 소개팅을 통해 어떤 인연을 찾고자 하는지 되물었다. 친구를 얻고자 하는지 애인인지 아니면 결혼 상대인지에 따라 달라진다고 했다. 핵심을 찌른 말씀이다. 미팅과는 달리 소개팅을 나간 이유는 그래도 애인의 가능성을 찾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나도 마음에 들어야 하지만 상대에게도 내가 마음에 들어야 하는 것이다. 이렇듯 쌍방이 마음에 들어야 애인의 관계로 발전한다. 반면 친구를 찾았다면 만남이 좀 수월했을 것이다.


좋은 인연이란 내가 처한 조건에 따라 달라진다. 직장 동료로서 원하는 좋은 인연이란 키 크고 잘 생긴 사람이 아니라 일 잘하고 사람들과 조화로운 사람이다. 하지만 결혼 상대를 찾는다면 조건이 많이 달라질 것이다. 키 크고 인물도 잘 생겼으면 좋겠고, 나이, 성격, 학력, 재산, 성장 배경 등등 이 모든 조건을 갖춘 사람을 찾으니 어려운 법이다. 설령 그런 사람을 찾았다 한들 그 사람에게도 내가 마음에 들지는 또 다른 문제이다. 그 역시 그런 조건의 사람을 찾고 있을 테니 말이다. 이리 보면 세상 사람들이 결혼하고 산다는 게 기적 같은 일이다. 거의 불가능할 것 같은 조건의 사람을 각자가 구했으니 말이다. 스님의 말씀처럼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의 선택을 했으니 그럭저럭 살아가는 것이라 여겨진다. ‘인연이라고 하죠. 거부할 수가 없죠’라는 노랫말이 있는데 이는 인연을 운명적인 사랑이라 여기는 면이 있다. 하지만 운명이란 것은 어떤 사건이 지나고 나서 의미를 부여한 것이지 정작 그 사건이 일어날 시기엔 인(因)이라는 나와 연(緣)이라는 너의 조건이 서로 맞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헤어짐은 그 조건이 다했다는 것이다. 그마저도 운명이었다고 하면 그런 것도 같다.


올해는 작년보다 업무를 많이 덜어냈다. 팀도 하나 승격시켰고, 파트도 만들어 인원을 대폭 보강을 했다. 어제는 새로 전입 온 직원과 저녁을 함께 했다. 부서의 인적 구성상 좀 더 많은 일을 맡겨야 해서 미안한 마음을 담아 소주를 한 잔 권했다. 세 번의 시도 끝에 참 어렵게 데려온 사람이다. 그간 꾸준히 원했음에도 인사 반영이 안 되어 아쉬움이 있었는데 이번에 본인이 몸 담았던 사무소가 개편되는 통에 합류시킬 수 있었다. 사람들은 좋은 인연들을 원한다. 어떤 게 좋은 인연일까? 나에게도 좋고 너에게도 좋아야 좋은 인연이다. 어느 한쪽의 희생만 강요하는 인연은 좋은 인연이 아니다. 현재 몸담은 부서의 분위기를 바꾸는데 꼬박 1년은 걸린 것 같다. 처음 이곳에 발령받았을 때의 인상은 회사로부터 상처받은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았고 분위기도 많이 가라앉아 있었다. 그 후 젊은 직원들을 전면에 내세워 분위기를 주도하게 하고 개성 강한 직원들은 다름을 인정하는 식으로 대하다 보니 그나마 이 정도로 끌고 왔다. 좋은 인연이라면 그 사람으로 인해 내가 힘들지 않아야 한다. 사람으로 인한 괴로움이 없어야 한다는 말이다. 그간 많은 사람들을 겪으며 나름 터득한 좋은 인연 맺는 법이 있다. 사람에 대해 크게 기대를 않는다는 것과 그 사람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고 이왕이면 장점을 찾아보는 것이다. 이것은 그를 위한 게 아니라 나를 위한 이기심이다. 나는 사람으로 인해 힘들거나 괴롭고 싶지 않아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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