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1. 원우회장 한 말씀

by 장용범

대학원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이 줌으로 열렸다. 이제 남은 한 학기를 마무리하면 되지만 원우회장으로서 한 말씀하라기에 시간에 맞춰 줌 접속을 했다. 방송통신대학의 특성을 보여주듯 신입생들은 전국에 흩어져 있었고 멀리는 베트남에 거주하시는 분도 있었다. 시작은 의욕적으로 하지만 중간에 휴학하는 분들이 많은지 교수들은 어려움이 있더라도 끝까지 해내길 바란다는 주문들을 많이 하셨다. 그러고 보니 내 기수의 경우도 중간에 그만두거나 휴학하신 분들이 제법 있는 것 같다. 학교 측의 학사 운영, 교수 및 학과목 소개를 마치니 시간도 제법 흘러 참여자들의 집중력도 많이 떨어진 것 같았다. 이럴 때는 시간은 짧게 내용은 임팩트 있게 전달하는 게 좋은데 짧은 스토리텔링이 효과적인 수단이다.


반갑습니다. 모두들 높은 경쟁률을 뚫고 입학하신 여러분들을 환영하고 축하하시는데 저는 여기에 더하여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앞으로 수업과 과제, 세미나 등을 하시느라 많은 어려움을 겪으셔야 해서입니다. 저는 이제 한 학기가 남았는데 코로나가 시작할 무렵 시작해 코로나 중에 끝날지도 모르겠습니다. 돌아보면 제가 지난 시간 동안 꾸준할 수 있었던 것은 쪽팔림과 글쓰기 때문이었습니다. 먼저 쪽팔림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입학 면접 때 교수님이 전공자도 아니고 자기소개서를 보니 지금도 잘 살고 계시는데 지원한 다른 사람들을 위해 그냥 하는 거나 계속하라기에 아무래도 떨어질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합격여부는 교수님이 결정하시겠지만 저는 그와 상관없이 글은 계속 쓸 거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저를 떨어뜨리시면 학교 입장에서는 미래의 유명한 작가 한 사람을 동문으로 둘 기회를 놓치는 건데 괜찮으시냐고 되물었습니다. 이렇게까지 해서 들어왔는데 쪽팔려서 어찌 중간에 그만둘 수 있었겠습니까.


또한 글쓰기도 저를 계속하게 한 힘이었습니다. 입학 전에도 블로그 글쓰기는 하고 있었고 입학 후에는 이 효과를 함께 나누고자 매일 글 쓰는 동아리도 만들어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글쓰기를 100일 정도 하고 나니 본격적으로 배워보자 싶어 대학원 욕심이 생겼고, 200일 정도 하다 보니 책을 낼 마음이 생겼습니다. 하지만 출판사에 아무리 원고를 보내도 반응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비용 부담 없는 POD 방식으로 책을 내었습니다. 그렇게 글쓰기 300일쯤 지나자 이번에는 등단이 하고 싶어 졌고 이미 등단한 선배님께 방법을 물어 이제 등단 이후 한국문인협회 회원이 되었습니다. 저는 올해를 마지막으로 직장생활 31년을 마무리합니다. 하지만 저의 인생 3막은 작가라는 타이틀로 계속 이어질 것 같습니다. 이 모든 게 대학원 진학 후 생긴 일들입니다. 그러니 이 과정이 저에게는 얼마나 소중한 시간들이겠습니까. 어렵게 입학하신 여러분을 환영하고 응원합니다. 감사합니다.


대학원 졸업 후 갖게 될 학위는 하나의 형식에 불과하다. 정작 중요한 것은 내가 그 시간 동안 무엇을 했고 경험했는가이다. 우리의 인생도 결과만 따지자면 모두가 같은 종착역이지만 그 과정은 각자가 다른 경험과 느낌으로 채워간다. 그러니 잘 사는 삶이란 그 과정이 풍성한 삶 같다. 오늘 하루 사람들에게 주어진 시간의 양은 똑같지만 내용물은 서로 다르듯이 시도하지 않는 인생은 어쩐지 좀 재미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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