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7. 키르기스스탄 기록 5

by 장용범

비즈니스란 무엇일까? 당연히 투자 대비 수익을 기대하는 행위이다. 내가 100을 투자했다면 적어도 100 이상을 시현해야 영속적인 비즈니스가 된다. 그런데 수익이라는 것이 꼭 돈이어야 할 것인가? 내게는 대륙학교 시절부터 알고 지내는 다큐 감독님이 한 분 계시다. 우리는 유라시아 대륙이라는 공통된 관심사를 가지고 있지만 이 분은 좀 더 적극적인 분으로 본업인 영상제작 외에 키르기스스탄의 비슈케크와 극동의 블라디보스톡에 치킨 매장을 운영하고 계신다. 감독님은 우즈벡의 다른 일정을 마치고 우리와 함께 귀국하고자 합류하셨는데 이전부터 궁금했던 내용을 여쭈어 보았다. 국내서도 수익 내기 어려운 게 사업인데 감독이란 본업까지 있으신 분이 어떻게 키르기스스탄에서 사업을 할 마음을 내셨냐고 말이다. 나의 물음에 감독님은 남북관계가 활발할 땐 평양에도 치킨 매장이 하나 있었다고 하셨다. 그리고 최근 비슈케크 매장은 코로나 이후 적자가 누적되어 폐점했다며 지금은 블라디보스톡에만 매장이 남아 있다는 최근의 상황을 전해 주셨다. 하지만 내가 보기엔 너무도 당연한 수순으로 보였다. 한국에서 중앙아시아에 있는 치킨집 매장 관리가 제대로 될 리 없지 않은가? 더구나 평양의 치킨집이라니 도대체 사업을 어떤 마음으로 하셨던 것일까? 감독님과의 대화에서 사업을 보는 관점을 달리 볼 수도 있음을 알게 되었기에 Q&A 식으로 정리해 본다.


Q.

누가 봐도 수익내기 어려운 여건임을 아실 텐데 블라디보스톡과 비슈케크, 평양에다 치킨 매장을 연 이유는?

A.

투자란 것이 꼭 돈을 버는 것만이 투자일까? 설령 잃더라도 내 삶에 크게 지장이 없다면(자산의 10% 정도 수준) 내가 경험하고 싶고 의미 있다고 여겨지는 일에 투자하는 것도 수익 못지않게 좋은 투자가 아닐까? 평양 매장은 남북관계가 경색되면서 제일 먼저 문을 닫았고, 비슈케크 매장도 코로나를 견디다 최근 문을 닫았으니 4년 정도 끌고 온 셈인데 비록 수익은 못 내었지만 중앙아시아, 러시아, 북한에서의 사업여건을 경험으로 알게 되었고 사업을 하면서 북한의 엘리트 계층이나 고려인. 현지인들과 교류하게 된 것도 돈 못지않은 수익으로 생각한다. 일종의 게임머니와 같은 건데 이를 통해 그 기간 동안 재미있고 의미 있게 보내었으니 된 거다. 비슈케크 매장을 연 계기는 2008년 경 유네스코의 프로젝트로 중앙아시아의 다큐를 찍을 기회가 있었는데 당시 고려인 통역의 남자 친구가 일이 없어 논다고 했다. 당시 이곳에서의 투자금액이 우리 돈으로는 그리 크지 않음을 알고는 시작해 본 사업이었다. 비록 두 매장이 문은 닫았지만 나의 삶이 크게 달라진 것도 없다. 그 정도는 잃어도 큰 문제는 없다고 보고 시작한 사업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블라디보스톡 매장은 최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외국기업인 KFC까지 철수하다 보니 오히려 매장의 매출이 오르고 있어 더 오래가는 게임이 될 것 같다.


Q.

왜 하필 치킨 사업이었습니까?

A.

남북 관계가 원활했을 때 북한에 갈 일이 있었는데 아이들의 영양실조 상태를 보고 그나마 수월하게 먹일 수 있는 고기가 닭고기겠다는 생각이 있었다. 그리고 나에게 지장 없는 투자여건이 딱 그 정도의 사업 수준이었다. 비록 국내서는 적은 돈이지만 현지에서는 크게 여겨지는 액수 기도 했었다. 상표명 ‘KOKO 치킨’은 남과 북을 뜻하는 두 KOREA의 의미와 닭이 ‘꼬꼬’하고 우는 소리기도 하지만 러시아어로도 닭 울음소리를 KOKO라고도 표시해 이름 하나는 잘 지은 것 같다. 하지만 이들에게는 닭 한 마리 사 먹기도 어려운 형편이라는 것을 나중에야 알게 되었다.


Q.

외국에 오랜만에 나오신 거죠?

A.

코로나 때문에 매장을 다녀올 기회가 없기도 했다. 언제부터인지 외국을 나가 구경만 하고 오는 게 좀 의미 없어 보이더라. 그래서 매장관리나 촬영 등 목적을 좀 지니고 싶었다. 지금도 어떤 일을 진행하고 있는데 키르기스스탄에 온 이유기도 하다. 장 선생도 은퇴가 다 되었다 하니 이곳에서 재미난 일을 벌여보면 어떨까? 가진 것의 10% 정도가 잃더라도 나의 삶에 큰 지장이 없는 수준인 것 같다. 그것으로 키르기스스탄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진행해 보면 꽤 재미난 게임이 될 것 같다. 삶의 의미란 게 그냥 이 한 몸 평안하게만 살다 가는 것만이 다는 아니지 않은가?


‘삶이 이 한 몸 편안히 지내다 가는 것만이 다는 아니잖은가’는 말씀이 여운을 남긴다. 외국 여행을 하며 이곳저곳 사진만 찍고 오는 것보다 내가 더 할 수 있는 일이 과연 있을까? 하나의 화두로 남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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