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8. 키르기스스탄 기록 6

by 장용범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 오며가며 비행시간까지 포함한 8박 9일간의 일정이었다. 이번 여행을 어떻게 정리할 수 있을까? 키르기스스탄의 멋진 풍광 외에 꽤 많은 사람들을 만난 여행이었다. 체류기간 중 세 차례의 만찬을 준비해 준 마마와 그 가족들, 고된 일정을 끝까지 함께하며 우리의 편의를 도와 준 아르겐과 버스기사 누르하르, 초원 여행을 떠나기 전 찾아주신 주 키르기스스탄 이원재 대사님과 박기석 영사님, 마지막 날 늦은 밤까지 키르기스스탄 고려인 단체와 유라시아 평론의 발전적 방향을 논의했던 고려인 사업가 박 아르뚜르 님과 김 유리 님 등 짧은 외국 여행 중 이렇게 많은 분들과 교류하기란 쉽지 않은 일인데 이 모든 게 이사장이신 김 교수님의 폭넓은 러시아와 중앙아시아의 인맥 덕분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하지만 결코 편안한 여행만은 아니었다. 3,000미터 톈산산맥을 비포장 도로로 넘어야 했고, 말을 타다 낙마사고를 당한 분도 있었으며 초원의 유르트에서 난방연기가 빠지지 않아 중독증세를 보인 분도 있었다. 그 외 각자가 크고작은 어려움들을 겪었지만 그래도 더 큰 사고 없이 무사히 돌아온 것이 감사한 여행이었다.


코로나 이후 첫 외국 여행이기도 했지만 나에게는 은퇴를 6개월 남겨둔 시점에서 스스로를 돌아보게 한 귀중한 시간이었다. 세상에는 자신의 문제만큼 크게 보이는 문제란 없다. 하지만 좀 더 넓게 주변을 둘러보면 내가 이 정도로 살고 있는 것만도 참 감사하고 다행한 일임을 알게된다. 그런 의미에서 여행은 익숙한 나를 객관적으로 보게하는 좋은 계기가 되어준다.


요즘은 여행을 가면 참 많은 사진들을 찍는다. 예전 같으면 필름 카메라여서 사진 한 장도 귀하게 찍었지만 지금은 손에 든 휴대폰으로 너무도 쉽게 장면장면을 소유하고 있다. 이번 여행을 그냥 지나치기에는 좀 아쉬운 감이 있어 간단한 화보집 하나를 제작해 보기로 했다. 촬영을 편집해 영상파일로 남기는 것도 방법이지만 영상은 볼 때뿐 그 후론 남는 게 별로없어 비슷한 비용으로 전자책으로 남기는 게 좀 더 의미있어 보여서다. 이렇듯 일거리를 또 하나 만들고 만다.


자, 앞으로의 과제는 무엇일까? 지난 여행이 나에게 남긴 것이 단지 잘 둘러보고 왔다 정도는 아닌 것 같다. 김 교수님은 한국과 키르기스스탄의 수교 30주년을 맞아 11월 중 민간 협력단체를 출범시킨다는 포부를 가지고 계시고 이를 위해 유라시아 평론과 현지의 고려인 단체를 중심으로 그 일을 추진할 작정이신 것 같다. 교수님을 보면 그 열정적인 에너지에 감탄할 때가 있다. 내가 아직 현직에 있어 진행에 다소 한계가 있지만 내년 은퇴 후에는 좀 더 본격적으로 일을 도모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번 키르기스스탄 여행을 통해 내가 추구하는 유라시아 대륙과 관련된 일이 그리 허황된 일만은 아니겠다는자신감을 심어 주었다. 혼자 하는 게 아니라 뜻을 함께하는 이들과 머리를 맞대다 보면 뭔가는 나오지 않을까 싶다. 그게 어떤 결과일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추진하는 그 과정만큼은 재미나고 즐거운 시간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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