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세상의 가장 큰 이슈는 세 가지인 것 같다. 코로나와 우크라이나 전쟁 그리고 인플레이션이다. 그런데 이 셋은 별개의 사안이 아니라 서로 연결되어 있다. 이중 대중들이 직접 체감하는 건 코로나와 인플레이션이다. 여름철 무더위 속에 매일 써야 하는 마스크도 불편이지만 식당에 가서 보는 메뉴표 가격들도 사람들을 위축되게 한다. 이 문제들이 어느 유능한 정치인이 나서서 해결할 수 있는 것도 아니지만 각 나라들이 자국의 이익만 추구하다 보면 상황은 점점 악화될 것이다. 그러면 개인들이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그냥 ‘할 수 있는 것을 할 수 있는 만큼만 하자’이다. 한국은행이 금리를 크게 올리는 빅 스텝을 했다고, 우리나라 대통령이 나토에 갔다고,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고 있다고 해서 내가 할 수 있는 게 무얼까 생각하면 별로 없다. 신문을 보며 걱정하고 욕이나 하는 게 다일 것이다. 이럴 땐 그냥 신문이나 뉴스를 끊고 사는 것도 방법이다. 어차피 내가 어찌할 수도 없는 일들이니 내 마음만은 좀 편안하게 유지하는 게 현실적으로 더 나을 것이다.
제로 베이스에서 생각해 보자는 말들을 한다. 문제의 시작인 원점으로 돌아가 본다는 말이다. 지금은 인플레이션으로 난리들이지만 과연 예상치 못한 일이었을까? 아니다. 우린 이미 알고 있었다. 코로나 이후 세계적으로 돈을 그렇게 풀어대는데 어찌 인플레이션이 없을 수 있겠는가. 당연한 수순이다. 중앙은행의 금리인상도 경제를 좀 아는 사람이라면 그러리라 알 수 있었던 조치들이다. 물가를 잡아야 하니 그간 풀었던 돈을 다시 거둬들여야 할 것 아닌가. 다만 지금의 금리인상 조치의 효과는 인플레이션을 잡는데 제한적일 것 같다. 재정이나 통화 정책만으로는 어쩔 수 없는 에너지와 곡물 등의 공급 부족 원인이 크기 때문이다. 이제 금리까지 올렸으니 빚을 잔뜩 안고 아파트를 구입했던 영끌 개인들의 이자 부담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앞으로 과도한 부채를 감당 못하는 개인들이 재산상으로 몰락하는 모습들이 서서히 나타날 것이다. 세상은 참 냉혹한 면이 있다. 누군가의 불행은 누군가의 행복으로 이어지기도 하는데 헐값으로 던져진 자산을 여력 있는 누군가는 사갈 것이기 때문이다.
다시 제로베이스로 돌아가 보자. 이건 다소 인문학적인 관점이다. 철학자 하이데거는 ‘인간은 세상에 내던져진 존재’라고 했다. 세상에 태어난 게 나의 의지는 아니지만 태어난 이상 어떡하든 살아는 가야 한다. 모두가 평온하게 서로 싸우지 않고 오순도순 도우며 살아간다면야 더할 나위 없이 이상적이겠지만 인류의 역사는 늘 시끄러운 역사였다. 자연은 아름답지만 재해를 일으켜 어렵사리 만들어둔 문명을 한 번에 쓸어버리기도 했고 인간들끼리의 갈등은 서로를 대량으로 죽이는 전쟁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그리고 그런 도전의 역사에서 살아남은 자들이 만들어 왔던 게 지금까지의 문명이었다. ‘평화를 원하는가? 전쟁을 준비하라’는 말은 역설적이지만 사실이기도 하다. 붓다의 말씀처럼 인간은 태어난 이상 괴로울 수밖에 없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지금의 상황은 엄청난 폭우가 쏟아지고 있다. 처음에는 비를 피하려 이리저리 뛰어다녔으나 이미 젖어버렸다면 마음이나마 편히 가지는 게 좋겠다. 내가 폭우를 멈출 수 있는 것도 아니니 말이다. ‘세상은 무대이고, 모든 사람들은 배우일 뿐’이라는 말처럼 지금의 이 혼란스러운 무대에서 나는 나의 역할을 찾아서 하는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렇게 나의 역할이 끝나고 나면 조용히 무대 뒤로 퇴장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