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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7. 개인 콘텐츠, 할 만하다

개인이 돈 없이 할 수 있는 비즈니스

by 장용범

금번 졸업을 앞둔 대학원 전공은 ‘문예창작 콘텐츠학’이다. 보통 문예창작과, 문창과라고 하지만 여기에 콘텐츠라는 단어가 하나 더 붙은 것이다. 2020년에 입학 당시 이 전공을 택한 이유는 다소 복합적이었다. 글쓰기를 본격적으로 배우겠다는 생각도 있었지만 앞으로 콘텐츠의 미래를 낙관적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사회적 통념으로 보면 은퇴 예정자는 그만 현직에서 물러나란 것이고, 설령 새로운 직장을 잡는다 해도 소득이나 일의 성취감에서 만족도가 그리 높아 보이지 않았다. 이처럼 퇴직 후 일에 대한 생각이 교차하던 중 우연히 김민식 PD의 강의를 신청하게 되었다. 이 분의 ‘영어책 한 권 외워봤니’라는 책을 예전에 읽었는데 내용이 인상 깊어 호감을 가졌던 터였다. 다른 재미난 이야기도 많았지만 내 귀에 쏙 들어왔던 대목이 “여러분, 세상에서 작가 되기가 가장 쉬운 거 아세요? 글을 써서 블로그에 올리기만 하면 됩니다.”는 말이었다. 그도 MBC에서 사장 퇴진 운동 주동자로 좌천당했을 때 아픔을 달래고자 시작한 것이 블로그 글쓰기였다고 했다. 이게 글에 대한 내 관심의 시작이었다.


하지만 관심과 실행은 별개의 문제이다. 본격적인 글쓰기는 차일피일 미루며 그냥 글쓰기에 관한 책만 뒤적이던 중 또 하나 얻어걸린 대목이 ‘글쓰기는 작가도 있어야지만 독자가 있어야 한다’는 너무도 당연한 말이었다. 하지만 대체 누가 내 글을 읽어 줄 것인가? 찾는 이도 별로 없는 블로그에 글을 올려 하염없이 독자를 기다리느니 내가 독자를 찾는 편이 나아 보였다. 이왕이면 내게 우호적인 독자들이면 좋겠다 싶어 몇몇 분들에게 요청을 드렸다. “제가 앞으로 글을 쓸 텐데 부족하지만 저의 글을 좀 받아 주시겠어요?” 평소 잘 지낸 분들이라 흔쾌히 허락하셨고 매일 새벽에 글을 써서 아침에 그분들에게 보내는 것이 나의 일과가 되었다. 지금 처음의 글들을 보면 부족함이 많지만 그게 하루 이틀 반복되고 100일, 200일을 지나더니 어느덧 1,000일을 넘겼다. 어떤 일이든 3년 정도 하게 되면 조금은 아는 수준이 된다. 그래서 나의 글쓰기 수련은 처음 시간을 함께 해주신 카톡 독자님들의 영향이 매우 크다.


그러면 나는 왜 글이라는 콘텐츠에 끌리는가?


첫째, 앞서 언급한 대로 지금이 은퇴시점이기 때문이다. 개인에게 은퇴란 장단점이 있다. 단점으로는 그간 지속적으로 공급되던 소득의 중단, 직장 내 인간관계의 단절이 있겠지만 장점도 상당한데 가장 큰 것이 풍부해진 시간이다. 지금 나이에 새로운 직장에 취업을 해서 더 많은 노동소득을 기대하기란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면 새로운 직업을 가져야 하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작가’라는 직업만큼 경험 있고 시간 많은 은퇴자에게 적당한 분야도 없는 것 같다.


둘째, 콘텐츠는 개인이 뛰어들 수 있는 몇 안 되는 미래 산업이다. 오늘날 현장은 노동자의 설 자리가 점점 줄어드는 세상이다. 로봇과 인공지능이 산업 전반에 퍼지면서 인간 노동자는 아주 고급진 노동력을 가졌거나 높은 경쟁률을 뚫은 사람들만 고용안정을 유지하고 대부분은 중소기업이나 저임금의 일자리에서 불안한 고용형태를 유지하게 된다. 여기에 콘텐츠는 개인에게 N 잡러의 길을 제시하는 분야이다. 밥벌이 일은 그 일대로 하고 나의 콘텐츠는 따로 구축할 수도 있다. 더구나 갈수록 지식 재산권(IP)은 확대 강화될 것이다. 그중 내가 글을 선택한 이유는 모든 콘텐츠의 기본이 텍스트이기 때문이다. 영화나 드라마도 시놉시스와 시나리오로 이루어지고 음악도 작사가 붙는다.

셋째, 개인이 콘텐츠를 제작, 유통시킬 환경이 점점 좋아진다. 그냥 들고 있는 휴대폰으로도 영상 콘텐츠 제작이 가능한 세상이니 나머지는 말할 필요도 없다. 게다가 콘텐츠 유통은 다양한 SNS나 유튜브에 올리기만 하면 된다. 요즘은 자신의 노하우를 강의로 제작해 올리는 강의 플랫폼도 다수여서 콘텐츠 유통망은 문제가 아니다. 출판도 굳이 출판사를 끼지 않고 POD 출판으로 무료출판이 가능하다. 이처럼 콘텐츠 분야는 개인의 돈이 거의 들지 않는 분야이다. 다만, 콘텐츠 유통을 위한 디지털 마케팅은 좀 배워야 한다. 아무래도 오프라인 마케팅과는 다른 면이 있어서다.


콘텐츠 산업은 기술의 발전과 함께 개인의 진입장벽이 매우 낮아진 분야이다. 이제 평범한 직장인도 전혀 다른 방식으로 스타가 되기도 한다. ‘쏘울리스좌’를 보면 그냥 에버랜드의 아마존 익스프레스에서 일하던 계약직 직원인데 유튜브상에 자신의 안내 랩 콘텐츠로 유명세를 타더니 이제 광고에까지 나온다. 주변에서 나에게 은퇴 후 뭐 할 거냐는 질문에 그냥 글 쓰고 여행하고 책이나 읽겠다고 답하지만 사실, 이면에는 콘텐츠와 관련된 일을 하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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