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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8. 변화하기는 정말 어렵다

by 장용범

간헐적 단식 21일 차를 지나면서 다이어트 2차 목표가 달성되었다. 이것은 이번 다이어트가 성공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 있는 징조이다. 로켓 발사를 보면 한 번에 지구 중력을 벗어나지는 못하고 1단, 2단, 3단으로 차례차례 추진체를 분리하면서 우주로 나아간다. 마찬가지로 개인의 습관도 오랜 관성과 중력으로 쉽게 변하기 어려운 법이다. 습관의 변화는 개인에게는 상당한 목표인데 습(習)이란 게 하루아침에 형성된 게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목표 달성에 제법 승률이 높은 편이다. 그건 경험과 학습으로 익힌 몇 가지 원칙을 고수하기 때문이다.


첫째, 목표는 내가 정말 원하는 목표여야 한다.

가끔 어떤 목표는 남들을 좇아 정하는 목표가 있다. 이것은 달성되기가 어렵다. 나에게 의미 있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마음도 움직인다. 많은 돈을 벌고 싶다는 것은 희망사항이지만 5년 안에 1억의 종잣돈을 만들겠다는 것은 목표이다. 하지만 이것도 한 달 소득이 200만 원인 사람에게는 생활비 빼면 거의 불가능한 목표이다. 이러면 마음이 동의하지 않는다. 그래서 두 번째 원칙이 나온다.


둘째, 달성 가능한 수준의 목표여야 한다.

마음은 이게 달성 가능한지 아닌지 귀신같이 알아챈다. 마음에서 수용되지 않는 목표는 아무리 떠들어도 달성 가능성이 없는 목표이다.


셋째, 목표가 크다면 몇 단계로 나누어야 한다.

특히 습관 변화를 목표로 삼는다면 자신의 의지를 믿어선 안 된다. 습관의 변화는 초반 3일이 가장 힘든 법인데 이전의 관성을 벗어나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로켓도 지구 중력을 벗어나기 위한 1단계 추진체가 가장 크고 연료를 많이 소비한다. 2단계는 21일간 지속하는 것으로 3주 정도 지나면 몸은 어느 정도 받아들이지만 수시로 다시 돌아가려는 경향을 보인다. 마지막 3단계 100일 정도 지나야 어느 정도 새로운 습관으로 자리 잡게 된다.


넷째, 목표를 달성하면 자축 이벤트를 가진다.

이벤트는 무엇이든 상관없지만 축하의 의미이니 혼자 하는 것보다 여러 사람과 함께 하는 게 더 좋다. 가장 편하고 좋은 게 한 턱 쏘는 것이다. 일종의 자랑 값이다. 동료에게 점심이라도 사면서 목표 달성을 공유하는 게 좋다. 이상하다 여길지 모르지만 목표를 달성하면 내가 받는 것보다는 남에게 주는 것이 이벤트로 더 효과적이었다. 나눌수록 기쁨이 커진다는 말은 사실이었다.


다섯째, 기록하고 관리해야 한다.

로켓을 발사하면 지상에서는 모니터링이 계속 이어지듯 목표를 향해 출발했다면 매일 기록하고 관리하는 일을 반복해야 한다. 기록도 습관처럼 반복해야 하는 일이라 실행에 옮기기가 참 어렵다. 하지만 3-3-3의 원칙(3일-21일-100일)만 지속하면 지속적인 기록 관리도 가능하였다.


목표를 세워 추진하면 주변 상황이 이전과 달라진다. 간헐적 단식의 경우도 저녁 자리를 만들지 않고 바로 퇴근을 하니 친한 직원들과 자주 하던 술자리가 줄어들고 약간 소원해졌다. 다음 달에는 1박 2일 동기모임도 예정되어 있는데 우선순위를 어디에 둘지 고민되기도 한다. 이처럼 목표 달성이 어려운 이유는 거기에 맞춰 내가 변해야 하고 변화는 이전과 달리 사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하루 이틀 달리 살았다고 별다른 변화를 보이지 않으니 의심되기도 한다. 하지만 방법은 오직 하나, 무슨 일이 생기더라도 최소 100일 동안은 밀고 나가는 수밖에 없다. 변화가 있고 없고는 최소한 그때 가서 판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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