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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용범 Mar 31. 2023

스스로 돈을 벌어본 사람은 안다

그것이 곧 자신감임을

생각만 해도 실실 웃음이 나는 상상을 해보자.

퇴근길에 로또 1등 당첨자를 여러 번 배출했다는 복권 판매점에서 복권을 한 장 샀다. 그런데 이게 덜커덕 당첨이 된 것이다. 세금 떼고 통장에 입금된 금액이 무려 20억이다. 갑자기 인생이 너무 여유로워진다. 그러나 아무에게도 자신의 당첨 사실을 알리지 않고 오롯이 혼자 즐거워하는 상황이라고 가정해 보자. 여느 때처럼  출근길 만원 버스에 시달리지만 짜증이 나지 않는다. 상사에게 혼나도 그러려니 여유롭게 받아들여진다. 그리고 좀 더 당당하게 자신의 의견을 내세우기도 한다. 주변에서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A 대리는 대체 뭘 믿고 저러지?”

그렇다. 우리는 믿는 구석이 있으면 당당해진다. 그게 복권 당첨이 되어 일확천금 한 상황이면 얼마나 좋을까마는 설령 그런 기회가 없더라도 우리는 믿는 구석을 하나씩 늘려갈 필요가 있다. 정신의학자 전미경은 살면서 우리의 믿는 구석으로 다음과 같은 다섯 가지를 이야기한다.


1. 경제력

2. 실력

3. 삶의 의미와 목적

4. 내가 미치도록 좋아하는 무엇

5. 의미 있는 타인  


경제력이 1순위다. 인생의 문제를 회피하지 말자. 사람은 자신의 밥벌이를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면 당당해지기가 어렵다. 대학 졸업 후 삼십 대의 나이가 되도록 여전히 취준생으로 부모님에게 의식주를 의탁하는 청년은 자존감이 떨어지게 마련이다. 한 사람의 건강한 삶이란 독립된 개체로 우뚝 서는 것이다. 남들 기준이 아닌 내 능력과 수준에 맞는 직업을 찾아 그 분야에서 적응하다 보면 어느덧 실력이란 건 붙게 마련이다. 그 실력이 붙은 후에 좋아하는 것과 잘 하는 것에 대한 고민도 생겨난다. 그러니 성인이 되었다면 스스로 돈을 벌어봐야 한다. 나의 지난 시간을 돌아보면 내 노동으로 첫 월급이 꼽혔을 때 들었던 생각이 있다. “아, 이제 나도 스스로 먹고사는 힘이 생겼구나"라는 자신감이었다.

이게 제일 먼저 할 일이다. 그 후에 실력도 쌓고 삶의 의미와 목적을 추구하며 좋아하는 것이나 의미 있는 타인도 생각할 수 있다. “어디 돈 벌기가 그리 쉽냐”라고 할 수도 있다. 그렇다. 돈 벌기가 쉬운 세상은 아니다. 하지만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돈벌이가 있기 때문이다. 직접 부딪치지 않고 앉아서 돈벌이가 어렵네, 청년 취업이 문제네, 나라의 정책에 대한 불만을 이야기한다고 누가 나에게 떡 고물 하나라도 갖다 줄 사람은 없다.


그렇다면 이런 현상이 지금 시대만의 독특한 특징일까? 아니다. 일제 강점기나 한국 전쟁 후 엘리트들은 훨씬 더 했다. 한국 전쟁 후에는 대학을 일컬어 ‘지식을 갖춘 고등실업자 양성소’라 할 정도로 청년 실업률이 50%에 육박하던 때도 있었다. 어느 시대나 성인이 되는 과정은 힘들고 고통스러운 과정이다. 해결 방안은 하나밖에 없다. 그냥 행동으로 부딪치는 수밖에 없다. 이리 부닥치고 저리 깨지는 가운데 조금씩 길이 보인다. 삶은 드라마가 아니라 리얼다큐이다.


“너 보다 못한 놈도 다 먹고사는데 너라고 못할 게 뭐냐?” 처음 연고 없는 서울에 올라오게 되어 우려하던 나에게 용기 주신 어머님의 말씀이다. 출근길 멀리서 만원 버스가 오는 걸 보면 도저히 내가 들어갈 틈이 없을 것 같지만 차 문이 열리고 기어이 한 발 올라서고 나면 그 속에도 나의 자리 하나쯤은 있게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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