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입원을 하셨다. 아침에 괜찮다고 하셔서 진료 결과를 낙관했는데 엑스레이 소견이 폐에 물이 많이 찬 걸로 나타났다. 코로나로 외부인 출입은 제한되는 상항에서 상주 보호자로 팔순 어머님이 기어이 들어가셨다. 평소 건강을 자신하시는 분이지만 이 또한 자식 된 입장에서 마음이 영 불편하다. 조금이라도 힘에 부치시면 바로 간병인을 세우자고 말씀드렸다.
그나마 다행인 건 나의 은퇴 후 일자리가 부산 경남지역의 출장 일이라 본가에 머물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경우도 어머님 혼자 처리하시기엔 여러 가지로 어려움이 많았을 것이다. 전날 온라인으로 예약을 마치고는 이튿날 차로 병원까지 모셔드렸고 아버지를 휠체어에 앉혀 각종 검사와 수속을 처리하고는 마지막으로 진료 의사를 만났다. 의사는 검사 결과를 보더니 바로 입원이란 말이 떨어졌고 이내 입원 수속과 보호자 코로나 검사 등을 일사천리로 진행했다. 입원 준비 없이 갔던 터라 살짝 당황스러웠지만 후속 처리에는 별 무리가 없었다.
입원 물품 등을 챙겨 넣어드리고는 두 분을 병원에 남겨 두고 혼자 돌아왔다. 두 분이 없는 집은 조용하다 못해 적막했다. 그런 고요함이 싫어 음악을 하나 열었다. 이런 분위기에는 영웅 본색 OST가 제격이다. 왠지 가라앉는 분위기의 묵직한 느낌이 좋았다. 하루의 상황을 복기해 본다. 정말 다행히도 나의 퇴직 시기와 본가에 머물러야 하는 상황이 맞아떨어져 수월하게 대처했지만 평소 같았으면 서울에 사는 아들, 호주에 있는 딸, 맞벌이하는 막내까지 누구 하나 두 분을 곁에서 돌볼 형편이 안 되었을 것이다. 34년 만에 본가로 돌아와 두 분과 지내다 보니 노인들의 건강은 정말이지 내일을 장담할 수 없다는 걸 알게 된다. 다행히 아버님의 입원은 심각한 수준은 아니라 열흘 정도 예상하지만 두 분과 함께 지내는 이 시기가 나에게는 하늘이 준 기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