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분의 일은 그분에게, 나의 일은 나에게

by 장용범

살면서 늘 좋은 일만 생기길 바라지만 인생이 어디 그런가? 재직 시 받았던 금감원 감사에 대해 행위자로서 소명하라는 연락을 받았다. 퇴직 시점에 신경이 제법 쓰였던 미해결 과제였다. 고민스러웠다. 차라리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제출하지 말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제출 마감일도 좀 남아 있어 미루고 있다가 어제 이 문제에 대해 본격적인 고민을 하기로 했다.


A: 뭐가 문제야?

B: 회사가 이 문제로 금감원 제재를 받았을 때 이로 인한 나의 불이익은 무엇일까?


A: 다른 건 없니?

B: 회사나 직원들에 대해서는 별 감정이 없네. 내가 그랬듯 그들의 입장도 이해는 되니까.


A: 그 불이익이란 게 무얼까?

B: 일부 변상 또는 금융회사 취업 제한 등이겠지.


A: 너는 그것을 받아들일 수 있니?

B: 아니, 그럴 순 없지.


A: 그럼 반박하면 되지 뭐가 고민이지?

B: 문제는 내가 상대해야 할 대상이 법인이라는 거대 조직이기 때문이지.


A: 그럼 고민한다고 뭐가 해결될까? 이 문제 해결에 누가 도움이 될까? 내 생각엔 결국 법률 이슈 같은데. 법적 조언을 좀 받아보면 어때? 아는 변호사들 좀 있잖아?

B: 그들은 안돼. 변호사들도 전문이란 게 있으니 이쪽 전문 변호사에게 상담해야 할 것 같아. 그리고 관계와 사안은 분리하는 게 좋아. 그래야 나도 사안에 집중해 상대에게 정당한 요구를 할 수 있으니까.


A: 아는 사람 있니?

B: 아는 사람은 없지만 한 가지 생각나는 방법은 있어. 큰돈 들이지 않고 이 사안에 대해 법률 상담을 할 만한.


A: 뭔데?

B: 로톡이라는 앱이야. 변호사들을 시간 단위로 약정해 그 시간 동안 상담을 하는 거지. 이왕이면 전화 상담보다는 직접 만나는 게 났겠다. (잠시 검색하더니) 오케이! 이 변호사가 보험사 법무팀장 출신이니 좀 나을 것 같네. 고마워.

결국 답변서는 쓰기로 했다. 이렇듯 살면서 문제는 늘 일어나게 마련이다. 그럴 때 ‘왜 하필이면 이 일이 나에게 일어났지?’ 하고 한탄하고 고민해 본들 해결에는 도움이 안 된다. 그때는 현 위치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찾아 행동을 하는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일의 결과는 그분에게 맡기자. 내 영역이 아니므로. 그분의 일은 그분에게, 나의 일은 나에게. 우리는 문제에서 나를 분리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