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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용범 Oct 24. 2023

은퇴자의 효율적 소비법

좀 기분 좋은 상상을 해보자. “돈을 어떻게 쓸 것인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돈을 어떻게 벌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지만 이 화두를 돈을 어떻게 쓸 것인가로 바꾸어 보자. 특히 은퇴자라면 말이다. 어쩌면 돈에 관한 질문으로는 이 순서가 맞을지도 모른다. 어디에 얼마나 쓸 것인지를 알아야 지금 내가 얼마나 벌어야 할지 알 수 있을 테니까. 그렇지 않으면 계속 통장에 숫자만 늘려가다 억울하게 죽는 순간이 올지도 모른다. 그러니 일단 돈을 쓰는 몇 가지 원칙을 정해두자.


첫째, 물건보다는 체험이나 경험을 사자.

물건을 구입하는 것은 소유지만 여행이나 영화를 보는 것은 경험이다. 심리학에서는 나중의 만족도가 더 높은 소비는 소유보다는 경험이나 체험에 쓴 돈이라고 한다. 어떤 경험을 하고 싶을까? 아무래도 여행이 대표적이다. 주로 해외여행이나 국내여행이겠지만 오히려 테마별로 여행 컨셉을 정하는 것도 좋겠다. 휴양이나 맛 기행, 박물관이나 미술관 기행, 나라별 기차 타기, 삼국지 역사기행처럼 같은 곳을 가더라도 왜 갔는지 목적이 있으면 그 느낌이 다를 것이다. 테마여행은 내가 정하기 나름이다. 요즘은 둘레길 조성도 잘 되어 있으니 ‘국내 둘레길 모두 걷기’도 좋고 ‘모든 군청, 시청 소재지 탐방’, ‘시내버스만 이용해 서울에서 부산 가기’ 등 테마여행은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

     

둘째, 생활은 좀 소박하게 하자.

의식주에 대한 소비는 하기 나름이다. 지금의 한국 사회는 못 먹어서 병원을 찾는 사람보다는 너무 잘 먹어서 찾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잘 먹고 잘 산다는 기준을 끊임없이 남과 비교하면 매일 허덕이며 살겠지만 내가 정한 기준이 있어 ‘이만하면 되었다’고 만족할 수 있다면 유유자적 살 수도 있다. 명품을 가지기 보다 내가 명품 인간이 되는 게 더 좋은 것이다.


셋째, 취미와 배움에는 돈을 좀 쓰자.

그래봤자 큰돈을 쓰는 것도 아니다. 기껏 책이나 수강료 수준이다. 이것도 내일배움카드란 게 있어 국가 보조를 받아 가며 배울 수도 있고 저렴한 수업료 내고 방통대 같은 데서도 배움과 교류를 함께 할 수도 있다.  


넷째, 소중한 사람들과의 시간에 돈을 쓰자

내 가족들도 언젠가는 나를 떠나갈 사람들이다. 사랑하는 그들과 함께 하는 시간의 소중함을 알고 그들과 함께 하는 시간에 돈을 쓰자. 그러고도 내 마음에 여유가 있다면 이웃을 위한 기부도 하자.     


어제 암 투병 중인 처남을 보러 병원을 다녀왔다. 비록 면회는 허락되지 않았지만 오면서 이런저런 생각이 든다. 언제 갈지 모르는 게 인생이라면 살아있는 지금 내가 가진 만큼 잘 누리는 것도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가진 게 쥐뿔도 없다고? 과연 그럴까? 가까운 병원 대기실에 한 시간만 있어보라. 생각보다 많이 가진 나를 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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