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과제에 기획 프로세스 접목하기
스스로 생각하기에 무언가를 기획하고 밀고 나가는 힘은 좀 있는 것 같다. 그것을 기획력이라 해야 할지 실행력이라 해야 할지 애매하지만 아무튼 나의 이런 성향은 때로는 성과를 때로는 아픔을 안겨 주었다. 차라리 하지 말 걸 싶었던 경우는 어떤 사안이 시간이 흐르면서 문제가 발생했을 때인데 처음부터 모든 걸 예상해 완벽하게 준비 못 했다는 이유로 책임을 물을 경우였다. 시간이 흐르면서 상황이 바뀌었다는 억울한 면도 있지만 그 사안에 대해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게 조직의 생리였다. 그런 예기치 못한 경우를 제외하면 기획력이나 실행력이 있다는 건 여러모로 장점이 많았다.
기획과 계획은 비슷한 용어 같지만 약간 다른 면이 있다. 기획은 계획을 포함하는 포괄적인 범위이다. 어릴 적 여름 방학을 맞으면 생활계획표란 걸 만들었다. 몇 시에 일어나고 밥은 언제까지 먹고 오전에 두 시간 공부한다는 등 컴퍼스로 동그란 원을 그려 하루 24시간을 표현해서 시간대별 해야 할 일을 적어두곤 했다. 이처럼 시간과 활동을 배치시키는 것이 계획이라면 기획은 To Be가 있고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인적, 물적 자원을 배치하고 실행하면서 중간중간 진도를 관리하는 행위이다.
기획력은 조직에 있을 때나 의미가 있지 개인에게는 크게 쓰일 데가 없을 것 같지만 꼭 그리 볼 것도 아니다. 개인이 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그것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역시나 시간과 자원이란 게 들어간다. 어쩌면 조직의 기획보다 더 빨리 가시적인 성과를 볼 수 있는 것이 개인에게 적용된 기획일 수도 있다. 일단 단기간이고 들일 수 있는 자원이 소규모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퍼스널 기획 프로세스를 생각해 보았다.
무엇보다 ‘무엇을 하고 싶다’는 것이 분명해야 한다. 이게 있어야 기획을 접목시킬 수 있다. 가끔 아내로부터 듣는 핀잔이 그냥 하면 되지 그걸 꼭 이런저런 계획을 세워야 하느냐는 말이다. 아내의 말이 맞을 수도 있지만 지금껏 그렇게 하다 보니 나에게는 이게 더 익숙한 일이 되었다. 개인의 목표를 위한 기획은 거창할 것도 없이 마인드 맵 한 장이면 충분하다. 이를테면 ‘허리둘레 줄이기’를 예로 들어보자.
1. 현상 파악&목표 (As Is 와 To Be)
허리둘레 34인치. 내장 비만은 각종 성인병을 일으키는 원인. 보기에도 안 좋고 건강을 위해서라도 줄여야 함. 최소 30인치 아래는 되어야 할 것임.
2. 문제의 정의(To Be - As Is)
문제란 To Be와 As Is의 간격이다. 여기서는 목표 대비 4인치 오버된 허리둘레가 문제가 된다.
3. 문제점
문제점은 문제가 생긴 원인이다. 내가 생각하는 초과된 허리둘레의 문제점은 다음과 같다. 과식, 탄수화물 과잉섭취, 음주, 육류 위주의 식단, 섭취량 대비 운동 부족 등이다.
4. 문제점 분석
문제를 “왜?”로 좀 디테일하게 분석해야 한다. 그래야 취할 수 있는 행동이 도출된다.
- 과식을 한다는데 왜 그렇지?
- 왜 탄수화물을 많이 먹고 있지?
- 술을 왜 마시지? 주로 언제 마시지?
- 왜 고기를 많이 먹게 되었지?
- 운동을 더 하려면 어쩌면 되지?
5. 해결 방안
“먹는 양을 줄이고 더 많이 운동” 하면 된다. 좀, 허탈한가? ^^;) 그래서 실행을 위한 How를 고민해야 한다. 인간의 결심이나 의지는 그리 믿을 게 못 되기에 스스로 만든 시스템에 집어넣는 게 필요하다. 이는 개인이나 조직이나 익숙해지게 만드는 과정인데 그냥 습관이라 해도 좋다.
6. 실행 시스템 구축
*수치화: 측정이 가능한 수치화로 만들어야 한다. 위의 예로 들자면.. 목표 허리둘레 29인치, 하루 두 끼 먹기, 금주 3주 실천, 매일 걷기와 헬스 90분, 간식 먹지 않기. 6시 이전 저녁식사 마치기 등을 들 수 있다.
*가시화: 관리를 위해 과정을 가시화한다. 탁상달력과 스티커 준비(달성하면 빨간색, 못했으면 파란색), 매일 몸의 느낌 기록으로 남기기. 알람으로 그 시간대 행동 기록하기 등
*333 기한 정하기: 달성 여부를 평가하기 위해 기한을 정해야 한다. 3일-3주-3개월로 마일스톤을 세워 관리해 간다. 무엇이든지 3개월 정도 하면 효과는 있는 것 같다.
*공개하기(선택): 함께 할 사람들 모아 진행하기. SNS에 자신의 진척사항 공개 등. 이것은 반드시는 아니고 선택사항이지만 효과는 상당하다. 쪽팔림이 싫기 때문이다.
별것 아니지만 나름 효과를 본 기획과 실행에 관한 내용이라 정리해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