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고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라!’
참 간단한데도 자주 놓치는 삶의 지침이다. 지난번 서점에서 품절되어 구입 못했던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가 도착했다. 표지에 적힌 저 문구가 인상적이다. 쇼펜하우어에 대해서는 염세주의 철학자라는 정도만 알고 있었는데 책을 읽다 보니 그것도 아니었다. 그는 ‘인간이 사는 것은 고통’이라는 현실을 직시하고 그 속에서 행복을 찾는 방법을 진지하게 탐구했던 철학자였다.
‘성공하고 싶다면 원하는 바를 가져라. 행복하고 싶다면 가진 것을 즐겨라’는 말에서 행복의 조건을 돈, 명예, 권력 등 무언가를 더하는 데서 찾지 말고 삶의 고통을 덜어내기를 권한다. 그것은 아무리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 욕망의 성질을 직시하고 어느 정도 경계를 두라는 의미겠다.
‘쇼펜하우어가 말하는 행복한 사람이란 다른 사람에게 손 벌리지 않을 정도의 재산이 있고, 여가 시간을 누릴 수 있는 뛰어난 정신력을 지닌 자다. 우리도 행복을 위해서는 물질적인 결핍이 없어야 할 뿐 아니라 권태, 따분함, 지루함을 충분히 견딜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다.’_<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중에서
위의 구절이 마음에 든다. ‘안정된 자유’를 추구하는 나의 방향성과 통하는 것도 같다. 쇼펜하우어라는 사람은 돈이 궁한 사람이 아니었다. 상속받은 주식이 많았고 주식을 돈으로 바꿔 평생 일을 않고 철학을 연구해도 되는 여건이었다. 하지만 대개 그런 부류의 사람들이 권태와 무료함으로 스스로 무너지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지 않고 자신의 정신세계를 확장했다는 면에서 후한 점수를 주고 싶다.
인간의 삶은 결핍해도 고통이지만 너무 과잉되어도 권태와 지루함이라는 문제가 생긴다. 이래도 고통, 저래도 고통인 게 인생임을 직시하고는 ‘고뇌는 한 쪽 원인에서 멀어질수록 다른 쪽 원인에 가까워진다.’고 했다. 이런 해저드에 빠지지 않으려면 내면의 풍요와 정신의 풍요를 지키라고도 했다.
사람이 절대빈곤 상태에서는 제아무리 도덕과 정신적 풍요를 이야기한들 귀에 들어갈 리가 없다. 그러니 우리는 자신의 육체를 어느 정도 만족시켜야 한다. 하지만 그쪽으로 너무 가버리면 이제 공허감에 휩싸여 더 자극적인 쾌락을 추구하게 되고 스스로 파멸에 이르고 만다. 그러니 적정선을 유지하는 게 현명한 처사이다. 수시로 벌어지는 가진 자들의 이해 못 할 행동들을 보면 수긍이 되는 대목이다. 법정 스님은 선물로 들어오는 만년필이 많았는데 모두 다른 이들에게 나누어 주었다고 한다. 그 이유가 만년필이 하나만 있을 때는 그렇게 소중하고 귀하게 여겨졌는데 두 개, 세 개가 되니 처음의 소중함이 줄어들어서였다. 하나만 있어도 되는데 굳이 두 개, 세 개를 지닐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요즘 말하는 미니멀리즘을 쇼펜하우어나 법정 스님은 알고 실천했던 것 같다.
하고 싶고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라!
사실 이렇게 살면 큰 무리 없이 평탄하게 살 것 같다. 아무리 하고 싶지만 지금 내 처지나 능력으로 할 수 없는 일이라면 미련 두지 말고 제쳐두자. 그래서 이것저것 다 내려두고 그냥 하고 싶고 할 수 있는 일에만 집중하라는 조언은 새겨들을만하다. 2023년 11월 현재 내가 하고 싶고 할 수 있는 일들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이처럼 매일 글을 한 편씩 쓰는 즐거움도 포함해야 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