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서점을 운영하면서 책을 팔아 수익은 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저희 협동조합은 꾸준히 이익을 내고 있습니다.”
살면서 한 번씩 “아하!”라고 느끼는 순간이 있다. 창업교육에서 한 강사의 말에서 그런 느낌을 받았다. 그는 충남 공주에서 협동조합을 만들어 독립서점을 운영하는 대표였다. 그 서점은 협동조합 명의로 매입한 옛 한옥을 공주시의 창업 지원을 받아 서점과 문화공간 형태로 개조했나 보다. 서점은 운영되고 있지만 투자금에 대한 배당 줄 형편은 아니라고 하니 조합원들의 불만도 있을 것 같은데 오히려 하나 더 열자는 이야기가 나오나 보다.
대체 무슨 일이 생긴 것일까?
하지만 너무도 간단한 원리라서 허탈하기까지 하다. 기업이 회계상으로 이익을 남기는 원리는 세 가지이다. 첫째, 영업이익이다. 이것은 판매 수익이 영업비용보다 클 때 생긴다. 위의 경우 책을 팔아 얻은 수익이 서점을 운영하는 비용보다 클 때 가능하다. 하지만 생각해 보자. 요즘 같은 세상에 과연 책이 그리 잘 팔릴까? 밥 굶지 않으면 다행이다. 그런 면에서 독립서점을 운영한다는 것은 그리 좋은 사업 아이템은 아닌 것이다.
둘째, 현금흐름을 조정하는 방식이다. 즉, 받을 돈은 최대한 빨리 받고 줘야 할 돈은 최대한 늦춰서 주는 방식이다. 쿠팡 같은 플랫폼 기업이 운영하는 방식이다. 구매자에게는 즉시 돈을 받지만 판매자에게는 구매확정이 이뤄진 다음에 준다거나 일정 기일이 지난 후에 주는 방식이다. 쿠팡은 그 기간 동안 돈을 달리 운영할 수 있는 것이다. 한 건의 거래라면 큰돈이 아니겠지만 거래건수가 늘어나면 늘어나는 만큼 자금 운용 여력은 커진다.
셋째, 자산의 가치를 높여 이익을 얻는다.
공주시의 한 독립서점이 수익을 내는 원리이기도 하다. 지인들이 협동조합을 만들어 공주시의 한옥마을 내에 허름한 한옥을 한 채 구입한다. 그리고 지역 내 한옥으로 된 독립서점을 운영한다는 사업 계획을 제출하여 지원금을 받는다. 그 지원금은 한옥 내부를 서점 운영에 적합한 형태로 개조하는데 다 쓴다. 이제 누가 봐도 깔끔한 서점이 하나 탄생했고 지역 내 문화활동도 겸한다. 정책 자금이 잘 쓰인 것이다. 그런데 책을 판 수익은 얼마 되지 않지만 조합원들은 만족한다. 자신이 출자해 매입한 한옥의 자산 가치가 세 배로 뛰었기 때문이다. 회계학에서 이야기하는 ‘자산-부채=자본’인데 자신의 출자지분 가치가 올랐으니 불만이 있을 수 없다.
나는 기업이 이익을 내는 회계원리를 익히 알고 있는 사람이다. 그럼에도 사업을 영업이익의 관점에서만 머물렀던 것은 내가 배웠던 지식이 책으로만 아는 죽은 지식이었기 때문이다. 이렇듯 지식은 현실과 맞닿을 때 펄펄 살아있는 생명력을 지니게 되는 것 같다. 사업을 하는 사람이 판매만 생각한다면 그는 사업이익의 30%정도만 추구하는 것이다.
약간 다른 이야기지만 예전에 ‘객주’라는 드라마에서 주인공이 했던 “장사는 이익이 아니라 사람을 남기는 것”이라는 말이있다. 하지만 이것도 크게 보면 이익을 남기는 것인데 좋은 인연은 그 자체로 큰 자산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