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미완성'이란 노래를 흥얼거리다 가사를 음미해 본다. 인생이란 쓰다 마는 편지처럼, 부르다 멎은 노래처럼, 그리다 만 그림처럼 비록 미완성으로 시작하지만 완성을 위해 계속 나아가야 한다는 의미 같다. 하지만 완성이란 단계까지 갈 수 있을까? 대부분은 미완성으로 생이 끝날 것이다. 몇 달 전 날글쟁이 회원이신 나열 선생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회장님, QR 만드는 법 배우고 싶은데 가르쳐 주세요." 간단한 작업이라 광화문에서 만나 알려드렸는데 음악이 주는 치유의 효과를 주제로 에세이 작업을 하려는데 QR로 노래까지 담고 싶다는 출판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었다. 꽤 재미난 기획이라 생각했다. 이후 한참을 잊고 지내던 어느날 출판사로부터 본인의 기획안이 수용되어 마침내 책이 나왔다는 소식을 전했다. 역시 이 선생 다웠다. 어제는 이 선생의 북토크가 있는 날이었다. 마침 오후 일정이 비어 참석하기로 했다. 판교로 가는 길은 좀 멀었다. 광화문에서 기다리던 직행버스는 전광판에 도착 시간 10분 전이 표시되더니 이내 우회한다고 바뀌었다. 주말이라 시내 어디선가 집회가 있었나 보다. 그래서 지하철로 신사역까지 갔다가 신분당선으로 갈아타고 가야 했다. 그러고는 무거운 배낭을 지하철 보관함에 두고는 공유 자전거로 행사가 열리는 북 카페까지 페달을 밟아갔다.
판교는 세 번째 방문이다. 올 때마다 느끼지만 도시가 전체적으로 차분하면서도 깔끔하다는 인상을 받는다. IT기업들이 많아선지 사람들도 젊은 층이 대부분이다. 그렇게 장소에 도착하니 주인공 나열 선생이 곱게 단장하고 반겨주신다. 이내 날글쟁이 회원이신 은찬, 애리 선생도 도착했다. 대학원에서 글 동아리로 만난 이들 인연이 참으로 소중하게 여겨진다. 애리 선생은 "어쩌다 예술가"라는 이번에 출간한 자신의 신간을 들고 오셨다. 글을 재미나게 쓰시는 분인데 출간이 늦은 감도 있다. 디자인도 직접 하셨다는데 웬만한 전문가 솜씨 같다. 정말이지 대단한 능력이다. 출간을 미루고 있는 은찬 선생이 은근 자극을 받는가 보다. 주인공 나열 선생은 조곤조곤 자신의 책 이야기를 이어가며 중간중간 책에 소개된 음악을 들려주었다. 이제는 책도 종이면에 소리를 입힐 수 있다는 걸 보여주신 셈이다. 어디 소리뿐인가. 영상과 그림도 입힐 수 있는 시대이다. 협찬으로 아마추어 음악가들이 책에 실린 음악을 몇 곡 연주하고 불러도 주신 알찬 북토크였다.
나열 선생도 글이 주는 치유의 효과를 언급했지만 나 역시 글쓰기를 통해 달라진 나의 세계를 느낀다. 직장 생활에 회의가 들 무렵 글쓰기를 시작했고 글을 통해 치유되고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온 시간들이었다. 이제는 직장을 은퇴하고서도 여전히 글과 함께 놀고 있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모를 때는 무엇을 할 때 시간이 훌쩍 지난 느낌이 드는지 살펴보라고 했다. 나에겐 그게 글쓰기이다. 가끔 드는 생각이지만 내가 어떻게 작가 될 생각을 하게 되었을까. 신기할 따름이다. 아직은 작가로 불리는 게 쑥스럽지만 글을 쓰고 발표하는 작업을 계속하고 있으니 작가의 길은 이어가고 있는 셈이다. 아무튼 인생 참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