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러움의 대상은 변한다
글쓰기를 꾸준히 하다보니 시간의 축을 거슬러 몇 년 전 나의 생각이 어떠했는지 살펴보는 게 가능하다. 때는 2020년 4월 나는 '좋아 보이는 사람들' 이라는 주제로 글을 썼고 그 글의 시작은 이러했다. "어떻게 살고 싶은지 잘 모를 땐 그냥 보기에 좋아 보이는 사람들의 삶을 살펴 볼 필요가 있다. 나에게는 그런 사람들이 누가 있을까?" 당시 내가 선정했던 인물들은 다음과 같다.
[2020년 4월 좋아 보이던 사람들]
*나의 부모님 : 두 분의 노후생활이 너무도 건강하고 편안해 보이신다.
*J선배 : 퇴직하신 선배인데 자신의 은퇴후 삶을 소소하게 잘 즐길줄 아는 분이다.
*류시화 : 글쓰고 여행하며 살아도 생활이 된다. 히피성향의 자유로운 영혼이다.
*유시민 : 학생운동, 정치인의 삶을 지나 결국 작가의 삶으로 안착했다. 사회적 영향력도 남다르다.
*김민식 : 방송사 PD지만 역시 글쓰고 여행하는 자유롭고 긍정적인 삶을 사는 것 같다.
*고미숙 : 읽고 쓰기를 좋아하는 이 분은 인문 강연도하면서 자기가 생각한 인문학당을 열었다.
*한비야 : 세계를 누빈 여행작가이면서 외국어를 여럿 구사한다. 긴급구호 활동가 생활도 한 그녀의 독립적인 삶에 대한 가치관이 멋져 보인다.
*제현주 : 작가. 사회운동가. 임팩트 투자자. 여하튼 괜찮아 보인다.
*요조 : 가수.서점주인.작가. 역시 나름 좋아 보인다.
당시 나는 직장에 근무할 때였고 퇴직을 2년 넘게 남겨둔 시점이었다. 그로부터 5년이 지난 지금은 어떨까? 당시 좋아 보이던 그 인물들을 다시 한번 만나 보자
* 나의 부모님: 자녀들이 독립 후 두 분은 집을 줄여 사시면서 여전히 건강하고 편안한 노후를 보내고 게시다. 이제 아버지는 87세, 어머니 85세. 자식된 입장에서 두 분이 건강하게 잘 지내심에 감사하면서도 나중에 나도 부모님처럼 노후를 보내고 싶은 마음이다. 여전히 보기에 좋아 보이는 두 분이다.
*J선배 : 퇴직 선배님인데 은퇴 후 삶을 소소하게 잘 누리신다 여겼는데 무리한 투자로 퇴직금 손실을 크게 보신 모양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좋아 보이는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역시 은퇴 후에는 돈 욕심을 좀 내려두어야 한다.
*류시화 : 글 쓰고 여행하며 살아도 생활이 된다. 히피성향의 자유로운 삶을 사는 시인인데 지금도 꾸준히 독자와 소통하고 작품 발표를 이어가고 있다. 그런데 류시화 시인에 대해서는 더 이상 부러움의 대상은 아니다. 나도 소박하지만 그와 비슷한 삶을 누리고 있어서다. 꾸준히 글을 쓰고 있고 시간날 때 마다 수시로 여행도 떠나고 있다. 오히려 시인이 자주 다녔던 인도는 피하고 싶은데 불편하고 안전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다만 명단에서 제외는 않겠는데 그의 자유를 추구하는 성향이 나와 같아서다. 지금 나의 삶은 그가 누리는 삶과 제법 닮아있다.
*유시민 : 쓰는 책 마다 베스트셀러이고 영향력도 남다르지만 이제는 별로 끌리는 인물이 아니다. 너무 말 많고 시끄러운 것 같아 좀 조용히 지내시지 싶다.
*김민식 : 전 MBC PD 로 이제는 은퇴한 분이고 작가 겸 유튜브 콘텐츠를 찍는 분이다. 이 분에 대해서도 이전 만큼의 부러움은 없다. 그의 가는 길과 나의 길이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고미숙 : 공부하는 모임으로 소득도 만드는 분. 좋아 보인다. 역시 이전 만큼의 부러움은 없다. 나도 공부 모임을 만들면 되지 싶어서다. 다만 얽매이기 싫은 마음이 크다.
*한비야 : 이제 한비야 씨도 그다지 부러운 인물이 아니다. 그녀는 오지 여행가지만 나는 오지 여행을 원치 않고 대신 활력있는 도시나 편안한 휴양지를 선호한다. 그녀는 긍정적이고 도전적인 과제를 많이 수행했지만 그런 일에 이제 좀 시큰둥하다. 오히려 내가 나은 면도 있다. 일찍 가정을 이루어 자녀들을 키워냈고 이제 은퇴를 해 시간부자의 삶을 누리고 있어서다. 한비야 씨는 그런 삶을 살아보지 않았다.
*제현주 : 작가, 사회운동가, 임팩트 투자자 이지만 이제는 별로 부러운 대상은 아니다.
*요조 : 가수이자 서점 주인인데 역시 부러움은 그리 없다. 그녀가 음악을 할 수 있는 것이 좀 부럽긴 하다. 서점 운영은 정말 부럽지 않은데 사업체를 하나 운영하는 게 얼마나 골머리 아픈 일인지 알기 때문이다.
5년 전 좋아 보이는 사람들을 다시 한번 리뷰해 보았다. 은퇴 전후의 비교이기도 하지만 이제 대부분은 부러움의 대상에서는 멀어졌고 나의 부모님만 여전히 좋아 보이는 분들이다. 이로써 지금의 나는 5년 전의 나에 비해 많이 달라졌음을 알게 된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 보니 이들에 대해 더 이상 좋아 보이지 않는 또는 부러움을 거두게 된 이유가 지금 내가 사는 삶과 그들의 삶이 그리 다르지 않은 이유가 큰 것 같다. 이는 지난 5년 동안 이들의 삶을 지향하며 꾸준히 따르려고 했던 이유는 아니었을까. 그리보면 지금의 내 삶은 나름 목표를 달성한 것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