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시호 Nov 24. 2020

파리 목숨과 사람 목숨

<유 퀴즈 온 더 블럭> 국과수 편에 나온 직원분이 직업병으로 '안전 예민증'이 생겼다고 다. 사람이 생각보다 너무 쉽게 죽는다는 것이다. 국과수에서 부검하는 시신은 보통 '변사체'라고 부르는, 사망 원인을 알 수 없는 시신이다. 병원에서 의사가 사망 선고를 내리지 않은, 병원 밖에서 발견되는 시신은 모두 변사체로 분류된다. 병원 밖에서 시신이 발견됐다는 것은, 그 원인이 자의든 타의든 사고든 몸의 이상이든 간에, 자신이 죽을 거라 생각하지 못한 상황에서 죽음을 맞이했다는 뜻이다. 그런 변사체를 부검해서  밝혀낸 사망 원인 생각보다 흔하고 단순한 이유였고, 자신에게도 언제든지 찾아올 수 있는 이유였기에 안전 예민증이 생 것이다.


사람이 쉽게 죽는 존재라는 이야기는 영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에서 찾아볼 수 있다. 영화에 등장하는 사이코패스 연쇄살인마 '안톤'이 그 사실을 몸소 증명한다. 안톤과 마주한 사람들은 그들이 어떤 인생을 살아왔 간에, 안톤에게 어떤 감정을 가지고 있 간에, 안톤이 죽음 그 자체라는 것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가 속수무책으로 죽다. 안톤에게서 살아남은 사람은 철저히 대비하고 있던 사람 또는 억세게 운이 좋은 사람뿐이었다. 안톤이 선사하는 죽음은 실제로 사람에게 찾아오는 죽음의 특성을 완벽하게 반영하고 있다. 


영화가 아닌 현실에서도 사람 목숨이 쉽게 사라진다는 사실은 자주 증명된다. 독감 백신 접종 후 사망 사건이 이슈가 될 때, 정부에서는  '작년 노인 하루 평균 560명 사망', '작년 독감 백신 접종 일주일 내 사망 노인 1500명' 등의 해명을 내놓았다. 독감 백신을 접종하든 접종하지 않든, 사람은 원래 쉽게 죽는다는 것을 국가가 나서서 국민에게 알려준 것이다. 또한 한국 최고의 부자마저도 심장 문제로 장기간 투병 생활 끝에 무기력하게 사망했고, 마이클 잭슨, 스티브 잡스, 코비 브라이언트 등 세계적인 천재들마저도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 찾아온 죽음을 피하지 못하고 요절하고 말았다.


사람은 누구도 죽고 싶어 하지 않지만, 죽음은 생각보다 가까이 있다. 그리고 죽음은 절대 우리가 바라는 모습으로 찾아오지 않는다. 꿈꾸던 모든 것을 이루고 건강하게 장수하던 어느 날, 잠든 와중에 문득 맞이하는 편안한 죽음은 현실에 없다. 대부분의 죽음은 전혀 준비되지 않았을 때 찾아오고, 비된 죽음은 시한부 선고를 받은 사람 중 일부에서나 가능하다. 암에 걸려 서서히 죽어가는 사람마저도 태반이 갑자기 찾아온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한 채 억울한 마음으로 세상을 떠난다.


언제든 죽을 수 있는 상황에 놓인 사람을 파리 목숨에 비유하곤 한다. 실 모든 사람은 언제든 쉽게 죽을 가능성이 있기에, 모든 사람의 목숨은 파리 목숨과 큰 차이가 없다. 하지만 어디 파리 목숨 하나라도 맘대로 뺏기가 쉬운가. 으로 잡아보려 하면 어난 시각과 반응속도를 바탕으로 우습게 피해버린다. 살아가는 방식은 또 어떤가. 다분히 인간의 관점이지만, 누구도 먹지 않는 썩은 음식과 대변, 시체에 달려들어 얻은 에너지로 생명을 유지하고 자손을 만들어낸다. 사람은 파리 목숨이라는 단어로 파리를 하찮게 여기지만, 파리가 살기 위해 하는 노력만큼 노력하는 사람이 있을까 싶다.


사람이 쉽게 죽는다는 사실이 두렵게 느껴진다면, 항상 가까이 있는 죽음과 거리를 두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총을 든 살인마 안톤이 어딘가에서 나를 노리고 있다는 생각으로 집, 학교, 회사, 도보 및 찻길에서 안전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 어디를 가든 주변을 잘 살피고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위험을 피할 수 있다. 요즘은 특히 배달 오토바이와 킥보드가 상당히 위험해 보인다. 그리고 파리 목숨보다는 오래 살아보자는 생각으로 건강 관리를 해야 한다. 잠, 운동, 식사, 스트레스, 건강검진 다섯 가지만 잘 챙기면 된다. 아마 알면서도 챙기기 힘든 다섯 가지일 텐데, 어려우면 우선 건강검진부터 받는 것을 추천한다.

작가의 이전글 알아두면 좋은 세균 이야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