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셀 수 없이 많은 세균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 오해할 수 있는데, 인간 주변에 셀 수 없이 많은 세균이 있다는 게 아니라 인간의 겉과 속에 셀 수 없이 많은 세균이 존재하고 있다는 말이다. 인간의 피부 전체가 세균으로 덮여있다고 보면 되고, 입 속과 뱃속에도 엄청난 숫자의 세균이 서식하고 있다. 인간을 구성하는 세포보다 더 많은 수의 세균이 인간의 몸에서 살아가고 있다고 하니, 세균에 대해 아는 것은 의사가 아니더라도 꽤 중요한 일이다.
인간이 지구라는 행성에서 살아간다면, 세균은 인간이라는 지구에서 살아간다. 인간이 지구를 살리겠다는 생각보다는 아등바등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것처럼, 세균도 딱히 인간을 살리겠다는 생각을 하지는 않고 종족 최대의 목표인 증식에만 힘을 쓴다. 하지만 인간과 세균의 삶에 대한 노력은 분명히 그들의 지구에 영향을 미친다. 인간의 활동이 지구를 망치기도 하고 살리기도 하는 것처럼, 세균의 활동도 인간에게 이로울 때가 있고 나쁠 때가 있다.
인간 몸의 세균은 외계 세균을 막는 이로운 역할을 한다. 인간의 세계에서는 외계인의 존재가 불분명하지만, 세균의 세계에서는 끊임없는 외계 세균의 침공이 있다. 하지만 몸 곳곳에 가득 차 있는 '우리 세균'은 외계 세균이 쉽게 들어올 수 없도록 방어하는 역할을 한다. 또한 뱃속의 세균들은 인간의 소화를 돕는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 우리 몸에 필수적인 비타민을 음식으로부터 만들어주는 세균도 있고, 음식이 분해되고 흡수되게 돕는 세균도 있다.
하지만 우리 세균이 인간을 공격할 때도 있다. 앞에서 말했듯이 세균의 목적은 인간과 함께 행복하게 사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생존과 증식뿐이기 때문이다. 평소에는 인간의 면역이라는 감시자 때문에 묵묵히 자신의 할 일을 하고 있지만, 면역이 약해진다면 우리 세균의 생존 본능이 발휘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심지어 인간의 면역은 외계 세균의 침공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기에, 면역력이 감소하는 상황이 되면 인간은 안팎으로 세균의 공격을 받게 된다.
세균의 공격 방식은 다음과 같다. 세균마다 선호하는 인간 몸속 위치가 다른데, 그곳에서 면역을 이겨내고 자리를 잡아 증식에 성공하면 본격적인 공격이 시작된다. 감염 시작 위치에 따라 연조직염, 폐렴, 요로감염, 충수돌기염 등으로 나눠 부를 수 있다.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위협적인데, 여기서 막아내지 못하면 이후에는 인간의 피를 타고 몸 전체로 퍼져나가기 시작한다. 몸 곳곳에 있는 생명에 중요한 장기들에서 세균이 증식하기 시작하면, 장기들이 자기 역할에 부담을 느끼기 시작하는데, 이를 패혈증이라고 부른다. 패혈증이 더 번지면 장기들이 결국 고장 나고 인간은 사망에 이르게 된다.
우리 세균은 면역력이 떨어져 있을 때도 위협적이지만, 원래 있어야 할 곳에 있지 않을 때 위협적으로 변할 수도 있다. 피부에 존재하는 세균은 피부에서는 균형 있게 증식하지만, 피부에 상처가 나서 몸속으로 들어가게 되면 인간을 공격할 수 있다. 또한 입 속에 정상적으로 있던 세균이, 사레가 들리면서 폐로 넘어가면 폐렴이 생길 수도 있다. 보통 면역력이 떨어지면서, 세균이 원래 있던 곳에서 벗어나는 두 상황이 동시에 일어날 때, 우리 세균에 의한 공격이 시작된다.
그렇다고 자기 몸에 있는 세균에 대하여 과도한 공포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 우리 세균은 면역력이 있을 때는 없어서 안될 이로운 존재고, 면역력이 떨어져 있다면 우리 세균뿐 아니라 외계 세균에도 공격당할 수 있으니 우리 세균만 콕 집어서 걱정할 필요는 없다. 우리는 세균이 우리 몸을 포함하여 이 세상 모든 곳에 항상 널려있다는 사실만 알고 있으면 된다. 그 사실을 안다면, 몸의 면역을 유지하기 위해 충분한 수면과 식사를 챙길 것이고, 세균이 몸속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손을 잘 씻고 오염되지 않은 음식을 먹을 것이며, 발열로 대표되는 세균 공격의 증상이 있을 경우 즉시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