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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시호 Oct 23. 2020

독감 백신, 어떻게 해야 할까

독감 백신 접종 후 사망한 사람이 30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국민들 사이에서 독감 백신에 대한 불안감이 고조된 가운데, 책임 정부 부처인 질병관리청에서는 백신과 사망 사이의 관련성이 떨어진다며 백신 접종을 중단할 필요가 없다고 말하고 있다. 반대로 의사 협회에서는 접종을 우선 중단하고 철저한 조사를 통해 안전성을 증명하자고 이야기하고 있다. 누구 말이 맞는 것일까?


순수 과학의 측면에서 보면 질병관리청의 지침이 맞다. 현재 백신 접종 후 사망은 전국 각지에서 골고루 일어나고 있고, 사망자가 맞은 백신의 제조사나 운반 업체 역시 일관성 없이 다양한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독감 접종 후 사망에 일으기까지 걸린 시간도 수 시간에서 수 일까지 천차만별이고, 대부분의 사망자는 70대 이상의 고령 인구로 백신 외에 다른 사망 원인을 생각할 여지가 많다. 또한 모든 백신 접종 관련 사망자에 대한 부검을 시행하고 있어 얼마 뒤엔 그들의 사망 원인이 명확하게 밝혀질 예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미 수십 년간의 접종으로 그 안전성과 효과가 증명된 독감 백신을 갑자기 의심한다는 것은 논리적이지 못하고, 오히려 접종 중단으로 인하여 겨울에 독감이 확산되는 것이 국민 건강에 더 큰 위협이 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인간의 심리까지 고려하여 치료와 건강 관리에 반영하는 의학의 관점에서 보면 의사 협회의 지침이 맞다. 지금 사태의 원인은 백신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바탕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초 코로나 유행이 시작될 때부터 겨울에 올 독감에 대한 이야기가 꾸준히 나왔다. 두 바이러스가 동시에 유행하는 상황은 치명적일 수 있으니 독감 예방 백신을 반드시 맞아야 한다는 여러 전문가들의 의견이 있었고, 국민들은 자연스럽게 올해는 독감 백신을 꼭 맞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런 상황에서 백신 운반 과정의 문제가 발견되었고 질병관리청의 전수 조사 후 이상이 없다는 발표가 있었으나, 백신에 대한 불신의 씨앗이 심어졌다. 이후 백신 접종이 시작되었고, 백신 접종 후 사망한 사람들에 대한 보도가 쏟아지기 시작하며 불신의 씨앗이 화려하게 꽃을 피우게 된 것이다.


지금 의사 협회의 주장은 이 불신을 뿌리 뽑고 가자는 것이다. 질병관리청과 의사협회, 둘 모두 백신의 안전성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안전성과 별개로 안전하게 보이는 것 역시 중요하다. 그래서 크게 무리가 되지 않는 기간 동안 접종을 일시 중단하고, 사망자들에 대한 부검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하여 국민들의 불신을 해소할 필요가 있다. 이후 접종을 재개한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독감 백신을 맞게 하자는 처음의 목표에 더 쉽게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의사 협회의 생각이다. 결국 질병관리청과 의사 협회가 원하는 바는 완전히 같다. 다만 나그네의 옷을 벗기려는 바람과 태양의 대결처럼 방법론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개인적으로는 의사 협회의 지침이 지금 상황에서는 더 맞다고 생각한다. 사망자 수가 한 자릿수였을 때는 질병관리청이 뚝심 있게 밀어붙여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관련 사망자가 서른 명이 넘는 것으로 보도되며 전 국민이 백신에 대한 공포감을 가지게 된 지금 상황에서는 우선 멈추고 가는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의학의 문제에 정치적 요소가 가미되고 있는 것이다. 질병관리청이 시행한 상온 노출 백신에 대한 조사는 충분했다. 그리고 백신 접종 이후 사망자의 사망 원인에 대한 논리적 판단 역시 정확했다. 하지만 이를 정치적 공격의 기회로 여기고, 정치 성향에 따라 의사의 의학적 판단을 다르게 해석하는 상황이 안타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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