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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이쑤 Dec 25. 2018

서울의 맛집을 좋아합니다.

남들이 맛있다는 곳은 하나같이 내 입맛에도 찰떡이더라. #팟타이 찬양론

 맛집을 찾아다니는 게 한때 취미였던 적이 있었다. 누가봐도 자신있게 나는 foodie라고 이야기할 수 있었고 그에 대한 관심과 자부심은 캐나다에서 절정을 찍었다. 무슨 음식을 대면 관련한 맛집 3개와 그 중에서 내 입맛에 제일 맞는 레스토랑과 메뉴를 달달 외울수 있었으니 먹기위해 세시간씩 운동했고 삶의 낙이 그거밖에 없었다. 그렇게 열정을 다해 무언가에 꽂혀서 살다보니 한 순간 허망해지는 타이밍이 왔다. 서울로 돌아와서는 동네에서 한끼 때울 수 있는 곳을 선택했고 웨이팅은 사치였다. 그냥 맛집에서 한끼보다 적당히 배부르게 먹고 진짜 맛있는 초콜렛이면 세상 모든 힘듬이 다 용서되는 나날을 보냈다. 회사가 가로수길이라 누구보다 맛집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최근 6개월동안 미국에 동남아 시차를 맞추고 한국일까지 정시에 해내다보면 점심시간이 지켜진 적이 거의 없었다. 서러움을 느끼지 못할만큼 바쁘게 일했다. 음식이 덜 연연하다고 생각했는데 어느샌가 핸드폰엔 음식 사진이 그것도 서울의 맛집의 향연이더라. 이렇게 또 꼭 운동을 챙겨서 해야하는 이유가 늘어나버렸다.


 원래 생일에 반차내고 가려고 미리 예약까지 해둔 다츠였다. 그런데 급 회사에서 생일 축하 스시를 준비해주셔서 약속을 취소했다. 그래도 많은 사람들의 축하와 정성에 감동받았던 생일날. 주말 출근은 늘 넘치는 휴가중 하루를 선사하지만, 그래서 뭔가 더 피곤하고 서럽다. 일요일은 올데이 롱런치메뉴라 디너에 가려고 했었던 하루는 내가 시도해보고 싶던 메뉴를 먹지 못해 또 다른곳으로 행선지를 돌려야했다. 겨우 일요일에 가려고 했었는데 7시에 문을 닫고 6시까지 주문마감, 그리고 레스토랑 도착은 5시 50분까지 마쳐야한다고 했다. 계속 마음졸이며 촬영을 마치고 부리나케 달려갔는데 감사하게도 시간 안에 맞춰서 들어가 사전에 정해둔 메뉴를 후다닥 고르고 부리나케 먹을 수 있었다. 늘 목표의식에 all set 되어 있고 이를 이루기 위해서 안달나 있는 내 자신에게 요즘 이루고 싶은 목표가 사라져 피로만 쌓이고 있었다. 정말 경계해야하는 매너리즘인가 싶기도 했었는데 오랜만에 내가 살아 있음을 느꼈다. 내가 한번 시도해보고 싶은 것들을 어렵고 힘든 상황에서도 어떻게해서든 기를 써가며 성취해냈을때 그게 고작 맛집에서 내가 원하는 메뉴를 먹는 것일지라도 그날 하루는 이 세상 어떤 부자가 부럽지 않을만큼 성공신화를 쓴 행복감에 젖어 있을 수 있었다. 삶이 쉬워진 것인지, 혹은 이리 간단하지만 까다로운 목표라도 내가 진짜 이루고 싶은 일상의 목표를 찾아 달려나가고 있다.

후쿠오카에서 로컬 친구가 데려간 가츠샌드보다 더 육즙이 살아있는 도톰함에 김치볶음밥이 느끼함을 잡아주는데 이렇게 힘들게 온 이유를 충분히 보상받는 맛이었다. 사실 홍콩토스트에 튀긴거에 달콤함을 끼얹으니 맛이 없으면 안되는 메뉴였는데 조화롭게 맛있는 음식과 일요일 저녁을 chill 한 분위기에 정리하는 공간이 주는 여유로움이 브런치와는 다른 매력이 있었다.

 한번 강남역 주위에서 미팅이 잡혀있어 미리 사무실을 출발해서 그곳 주위에서 식사를 해결하려고 했었다. 늘 그렇듯 일하다보면 점심식사 시간도 사치라고 밀린 일들을 처리하다보면 겨우 미팅 시간 1시간 전에 도착 계획이 15분전으로 밀리게 된다. 제일 빨리 간단히 먹을 수 있는 음식을 찾다가 알게된 snowfox 는 맛집이 가득한 가로수길에 왜 안생기는지 모르는 맛이었다. 배 안고프다며 둘이서 메뉴 세개를 시키고 진짜 후다닥 클리어하고 립스틱까지 바르고 미팅이란 전쟁에 참여했다. 든든함때문인지 괜히 샐러드를 먹으면 건강해진다는 자기 암시때문인지 모르겠지만 다시 찾고 싶은 맛집이었다. 네이밍은 악세사리 가게 이름같은데 다시 찾고 싶은 음식을 제공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기에 제발 가로수길에 생겨주라주.

집앞에 있는 ifc몰이라 심야영화를 보러 휘리릭 갔다가 오기도 하고 주말 오전 브로우바 예약을 해두고 사람들이 들이닥치기 전에 찾는 나의 최애몰이다. 어느순간부터 애견을 허용하고 키즈카페가 생기면서 엄청 복잡하고 정신없어져서 한참을 멀리하다가 사람들이 집에 간 시간에만 슬그머니 가서 할것만 하고 집으로 향한다. root 뿌리 채소 샐러드와 이곳의 스프의 조합은 늘 언제나 옳다. 항상 스프를 다 먹지 못해 싸와서 두끼씩 먹는다. 이곳의 파니니도 그렇게 좋아하다가 어느순간부터 빵 그리고 밀가루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고 물리게 되었다. 이미 아는 맛이 더이상 땡기지 않을때의 감사함이란 이루 말할 수 없다.

시험치는 동생 고생했다고 시험 전 주 주말에 노량진에 갔다. 이것 저것 검색해보니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미슐랭 레스토랑에 납품하는 질좋은 스시를 파는 곳이 있다하여 찾았다. 아무리 맛있는 장어맛집에 가도 무슨 맛으로 장어를 먹는지 당최 알 수 없는 장어는 동생이 고스란히 다 먹었다. 참 까탈스러운 입맛을 가진 나는 스시를 주문할때도 무조건 노와사비를 외친다. 분명 노와사비라고 말씀드리고 알겠다고 하셨는데 와사비가 다 붙어있어서 스시를 즐길 수 없었다. 서울에서 나름 이 가격에 이정도 스시면 괜찮은 곳이고 잘하는 곳이었는데 와사비없는 스시를 제대로 먹어보고 샆다. 그래서 와사비 안전 구역인 타마고 스시를 제일 맘편하게 먹었다. 수험생이 집에 있다는 것이 여간 신경쓰이는 일이 아니었다. 취업이 다 어려운 현실에서 하나 틀리면 몇개월에서 일년을 다시 새장같은 공간에서 문제지와 씨름하는 것을 옆에서 지켜보는 것도 이리 힘든데 본인은 얼마나 힘들지 안타까웠다. 마음을 써줘도 서운한게 생기기 마련이고, 매일 7시에 나도 똑같이 기상해서 인간 모닝콜이 되어 동생을 깨우고 다시 30분을 겨우 자고 일어나 출근 준비를 한달했다. 나도 시험이 끝나는 날부터 일주일을 잠에 취해 긴장이 풀려 내내 잠만 잤다. 장어스시가 사이즈 차등에 비해 2000원밖에 차이나지 않아 큰 것으로 시켰다. 맛보진 않았지만, 얼마나 원기 보충이 되었는진 모르겠지만 노량진 수험생이 할 수 있는 최고의 점심 사치를 누리게 해주었다는 자기 만족에 행복했던 주말이었다.

외국계 회사에 다니며 누구보다 만족스러운 한해를 보냈다. 많은 기회들을 만들어냈고 성취했고 함께 일하는 상대방도 만족하고 신뢰를 얻고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내가 어떤 걸 잘하는지 그리고 내가 잘하는 일을 하게 되었을때의 성과가 이리도 클 수 있는지 깨닫게 되었던 올해였다. 쉽게 얻어지는 것은 없다고 내가 무식하리만큼 이 악물고 여지껏 참고 견딘만큼 보상받을 수 있는 2018년을 놓아주면서 괜히 싱숭생숭한 심경의 변화가 있었다. 화려하고 누구나 동경하는 회사들의 갖가지 좋은 조건과 포지션들의 offer와 회사에서의 만족감 중 무엇이 더 큰 가 고민해보았다. 그리고 회사에서 내가 맡은 직책보다 내가 관계하고 나를 보고 나와 함께 일하는 인플루언서들에 대한 책임감에 일단 stay를 결정했다.

 그리고 '이직'에 대한 강연을 들으러 갔다. 지금 당장 이직을 하기보다 시장에서 내가 얼마나 경쟁력있는 사람으로 성장해나가고 있는지 나를 되돌아보고 싶었다. 해외취업의 꿈을 키워준 로즈님의 강연에 실제로 로즈님을 뵙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던 값진 기회였다. 늘 화려한 스타들과 이야기하고 밥먹고 친분을 다지는 것보다 나에게 큰 inspiration을 주셨던 분들을 만날때 더욱 떨린다. 그 이후 로즈 님과 함께 팅키언니도 늘 좋아요 요정으로 활동했었는데 팅키언니는 최근 mac으로 이직하셨다. 그리고 지난 주 나는 내 소속 인플루언서와 mac 광고 촬영을 했다. 나에게 큰 영감을 주셨던 분들과 이렇게 연결된 삶을 살고 있다는 사실에 괜시리 벅차올랐다.

 그렇게 급하게 찾은 이대에서 택시를 타고 이대 주위를 돌고 돌아 겨우 찾은 캠퍼스에 30분이 늦었고 그러다보니 5시가 넘도록 아침, 점심을 꼬박 굶게 되었다. 샐러드를 찾아간 맛집에서 샐러드만으로 이리도 건강한 포식을 할 수 있다니 작은 와인을 물에 타서 먹고 서비스로 제공되는 제철 과일까지 이런 한끼라면 즐거운 다이어트가 절로 될 수 있겠단 희망을 가졌다.


밥은 한국식으로 든든하게 먹고 늘 마무리는 conrad 에서 할때 만족감이 제일 높다. 곱창을 그리 좋아하지 않아 내가 생각한 낙지볶음은 아니었다. 그리고 술안주같은 음식으로 나의 main dish가 전락하는 기분이 들었다. 청하를 처음 마셔봤는데 소주보다 덜 쎄서 두잔은 마신것 같다. 그때부터 얼굴이 붉어지기 시작하고 나른함이 몰려오는 것 같았다.

예쁜 야경과 적당한 옆테이블과의 거리, 화려하진 않아도 만족할 수 있는 나름의 사치다. 물론 칵테일 반잔에 기분좋은 알딸딸함이 딱이다. 술과 친해지려고 노력해도 분수에 넘지 않으려는 나의 이성이 앞서기에 이렇게 마무리한다. 언제 돈벌어서 이런 야경의 집을 살 수 있을까 푸념도 섞어보는 늦은 밤의 이야기가 나쁘지 않다.

 해야할 게 많은 날 투썸으로 뛰쳐가 아이스박스의 참맛을 전도해주는 날이면 뿌듯함이 극을 달한다. 그렇다고 자주 찾는 것도 아닌데 아주 가끔가다가 아이스박스 먹으면 참 행복할 것 같다는 생각이들때가 있다. 오레오를 사먹는 것과 차원이 다른 달콤함이 있다.  

뉴욕에 가면 째즈바와 뮤지컬 그리고 미술관 다니느라 하루를 다 써버린다. (물론 틈틈히 쇼핑과 맛집 그리고 친구들 만나기가 섞여있다.) 한국에선 내가 좋아라하고 환장하는 이런 문화생활들에 만족감을 덜 느껴 찾아서 하진 않는다. 우연히 친구의 제안에 찾은 음레코드는 주중이라 그런지 끝장나는 분위기와 서울의 야경 그리고 미친 선곡에 지친 하루를 보낸 마음을 달래주는 힐링제였다. 마냥 늘어져 이야기하다가 티를 마시고 사진을 좀 찍다가 또 다시 이야기, 겨우 잡은 카카오택시로 집에 돌아왔는데 어찌나 피곤함 1도 없이 몸이 가볍던지 음악와 분위기나 선사하는 힐링은 이런 것이었다. 공간이 주는 힘과 미학이 얼마나 대단한지.


 기차를 타고 집으로 갈때 서울역은 늘 넉넉잡아 가질 않는다. 하지만 서울역 주위에서 미팅이 있을때 서울역 주위의 곳곳 맛집들을 탐방한다. 이태원가서 먹긴 주변에 맛집이 너무 많아 아깝고 서울역에서 나를 위한 브런치론 딱인 더베이커스테이블은 투박한 빵을 먹을지 디쉬를 먹을지 고민하게 한다. 언제부터 빵과 멀어진 나는 고민없이 브런치를 시켰다. 역시 독일은 소시지라며 극찬하게 했고 내가 좋아라하는 것들만 그득그득 올려진 최고의 브런치 메뉴 선택에 업무 통화를 하면서 먹고 또 다시 다른 행사를 갈 수 있었던 힘이 생긴다. 문득 더베이커스테이블에 크리스마스케이크를 팔면 어떤 맛일까? 프랑크푸르트의 카페에서 먹었던 큼직한 크기의 설탕이 마구 올라갔음에도 달지 않았던 당근케이크가 연상되었다. 프랑스의 크로와상을 좋아하고 독일의 디저트를 좋아한다. (금방 빵이 안좋아졌다는 사람 어디있나요...위선적인 내 자신 칭찬해...)

 

소이연남 갔다가 웨이팅에 지쳐 일찌감찌 포기하고 쉑쉑을 한번도 먹어보지 못했다는 지인에게 내가 시키는 메뉴로 쉑쉑을 알려주었다. 아무리 봐도 뉴욕 브라이언파크에서 먹었던 그 혹독한 추위에서 난로에 손녹여가며 먹은 그 맛은 안난다. 물론 두바이나 모스크바 쉐쉑보다 한국의 쉑쉑이 훨씬 낫지만 한국에서 맛있는 버거는 아보카도 그득 들어간 다운타우너에게 양보하기로 한다.


그렇게 유명한 매드포갈릭을 처음 가봤다. 늘 찾는 여의도에서 이런 레스토랑이 있었는지 새삼 깨닫게 되었다. 명성에 걸맞게 맛도 있었고 여길 가려면 미리 쿠폰을 찾아 할인도 쏠쏠하게 받아야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가격대비 모든 것이 이상적이었다. 마늘이 들어간 고르곤졸라 피자가 스테이크보다 더 맛있었다. 한참 일이 힘들다고 찡찡거리다가 호주 청정우 로고를 보고 어머...내 클라이언트...라며 인스타 스토리를 올리는 내 자신을 발견하고선 번아웃 급행열차를 타고 있다는 진단을 내려주셨다. 일과 조금 멀리해야지 이렇게 맛있는 음식을 먹을땐 일 생각은 잊어야지 계속 다짐한다. 다가오는 새해엔 나를 돌보는 시간은 가지려 한다. 직장에서 성공하는 성취감이 내 삶에 미치는 행복은 한정되어 있음을 그래서 지금보다 더 미친듯이 하지 않고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있는 것을 지키며 일하고 싶다. 그렇게해도 충분히 만족할 수 있고 내가 생각한대로 하나씩 이뤄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차라리 쉑쉑보다 인앤아웃이 생각나는 크라이치즈버거에 더 큰 점수를 주고 싶다. 좀 붐비긴 하지만 은근히 양이 많아 햄버거 반개에 감자 반개면 되니까 늘 이렇게 시키면 엄청 남는데 패스트푸드를 투고 용기에 싸갈 수도 없고 남기고 오지만 그래도 가성비대비 최고의 맛을 자랑한다. 1호점을 찾아가는 정성을 보였지만 1호점이나 분점이나 맛의 큰 차이는 없다. 오히려 접근성이 좋은 코엑스가 훨씬 패스트푸드점스럽고 탁 트인 지하공간이라 만족스러웠다. 외국인들도 이곳의 유명새를 알고 찾아오는 세계인들의 핫플이 될때까지 크라이치즈버거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카페마마스에 이어 요즘 진짜 창업하고 싶은 아이템이다. 요리는 똥손이라 열심히 벌어서 맛있는걸 사먹는걸로 만족하기로 한다.

 팟타이에 꽂혀 홍석천의 가게에서 팟타이를 먹었다. 비싸고 맛있었다. 스포츠 몬스터에서 두시간 땀 뻘뻘흘리고 용쓰고 기쓰고 노느라 뭘 먹어도 맛있었던 맛이었는데 이번에 태국가서 팁마싸이를 꼭 가서 맛을 비교해보고 싶었다. 팟타이는 정말이지 아무리 먹어도 질릴듯 질리지 않는 자극을 가진 세상의 모든 맛있는 맛을 다 담은 맛이다. 진짜 눈 앞에 아지랑이가 필때 너무 먹고 싶었던 팥이 생각나 그렇게 헤롱거리는 정신을 이끌고 한인타운에 가서 팥빵을 개눈 감추듯 먹고 다음날 씻은듯 나았던 기억이 있다. 그때 진짜 아무리 한국인이길 거부하는 한국 음식 그리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어도 결국 아플땐 나도 장사 없구나 후회했었다. 그리고 한국에선 언제나 팥을 먹을 수 있지만 팥은 가까이 하지 않는다. 목에 점도 없는데 귀신이었나보다.

 한 세계적인 어플리케이션의 대표님과 함께 식사를 한 적이 있었다. 소호정이라는 곳이었는데 청와대에 이곳의 음식이 납품될만큼 알아주는 맛집이라고 하셨다. 슴슴한 서울의 여느 맛집처럼 담백한 맛이었고 이렇게 맛있는 곳에 가면 아주 어릴적 아빠가 늘 우리 손을 붙잡고 주말에 자신이 가본 맛집을 데려다 준 것처럼 이젠 내가 엄마 아빠 손을 잡고 서울의 맛집을 데려간다. 비싸고 럭셔리한 선물도 좋지만, 그 사람을 생각하는 마음은 이런 마음 씀씀이에서 감동하고 우러나올 수 있다. 여기도 참 맛있었지만 보다 자극적인 마늘 베이스를 넣은 명동교자가 서울에서 먹어본 칼국수 중엔 원탑이다.

회사에서 걸어서 5분거리에 있어서 그곳이 맛집임을 예전부터 깨닫고 있었지만 귀찮아서 한번도 찾아갈 생각도 하지 않았는데 관광객 모드인 태국 인플루언서들이 가로수길에서 가고 싶은 케이크집이라고 해서 따라가게 되었다. 역시나 내가 아는 그 초콜렛 맛이었고 케이크가 주는 감동은 늘 한정적이고 자극적인 그 때뿐이다. 이젠 나이가 들었는지 긴 여운을 가져다 주는 음식에 더 정이 간다. 엄마밥을 안먹은지 10년정도 되고서 이제 요리라는 것을 할 수도 있지만 깊은 맛을 가진 한 끼에 마음이 빼앗기고 있다.

무조건 친구들과 만나면 팟타이만 외쳤던 나는 이날도 팟타이 맛집으로 향했다. 운이 좋게 웨이팅은 없었고 갑자기 찾아온 차가운 공기에 오들오들 떨며 맛집을 찾았다. 의외로 타이 차이티가 너무 맛있어서 감동했다. 이번에 태국가면 1 필라테스 1 마사지 1 팟타이 1 블로그 1 요가 1 독서 로 하루를 채울 것 같다. 출장 전 충분한 마음의 양식과 몸을 부드럽게 만들어 놓고 내가 좋아흔 음식과 내가 좋아하는 취미활동에 충분히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제공된다는 것이 너무 설렌다. 어디 좋은 곳 새로운 곳을 찾는 것보다 익숙한 곳에서 친한 친구들과 이야기하면서 마음의 안정감을 찾을 수 있다는 감사의 가치에 더 큰 점수를 주곤한다.

오슬로 아이스크림은 길었고 진한 우유맛이었고 알갱이 입자가 컸고 덜 달았다. 유명세에 비해서 내 스타일은 아니었다. 차라리 폴바셋의 아이스크림이 더 내 취향에 가까웠고 밀크쉐이크처럼 꾸덕한 맥도날드 아이스크림이 내겐 싸게 먹히면서 더 큰 만족감을 주는 디저트였다. 앞으로 디저트는 커피빈의 디카페인커피만 찾아다니리라 그곳처럼 만족스러운 곳이 없다. 내년의 목표는 커피빈 vip다. 이번에 바보 같이 스티커만 모으고 빈은 모으지 못해 자격을 예쁘게 놓쳤다. 미국의 state quarter를 모은 정신력으로 커피빈 vip는 가뿐하게 모을 수 있음을 확신한다. (이런데 목숨거는 스타일...)

도산분식 웨이팅이 한시간이라길래 바로 행선지를 돌려 분짜라붐으로 향했다. 베트남은 일로 치이는 곳(막상 일을 나랑 많이 해보진 않았지만)이라 휴가나 출장지로는 썩 내키지 않는다. 한국에서도 이렇게 충분히 맛있는 베트남 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 행복하게 만족한다. 베트남 가는길은 어찌나 먼지 남미를 다녀오고 나서 비지니스를 탔음에도 비행기라면 이골이 나버렸다. 작년 2월엔 출장부터 남미여행까지 한달 내내 비행기 안에 갖혀있었더니 그 이후로 내게 비행은 즐겁지 않은 일이 되어버렷다. 도산분식은 아직까지 가본적 없지만 맛없다는 평도 있고 사실 닷츠만큼 맛있을 것 같진 않다. 도산분식을 한번 먹어보고 싶은 호기심보다 다츠를 다시 한번 더 가고 싶다. 오랜만에 이렇게 잡히기 힘든 너, 그래서 더 가지고 싶은 너라서 한동안 참새방앗간처럼 다츠를 종종 찾을 것 같다.

 늘 뭘먹을지 생각하는 것도 귀찮아 상대에게 메뉴를 정하라고 떠넘긴다. 스시가 먹고 싶다는 말에 일요일에 가운데 거리에서 스시를 맛있게 하는 곳을 찾아 전날 급하게 예약을 해뒀다. 한참을 헤맸지만 일요일에 삼성동도 사람들이 다 빠져나가 텅텅 비어있는 휑함이 나를 정겹게 만들었다. 하나같이 정시에 사람들이 약속이라도 한듯 테이블이 차서 스시를 먹는데 스시를 향한 애정을 가득 느낄 수 있었다. 돌이켜보면 스시가 최애음식은 아닌것 같다. 차라리 스시보단 회가 좋다.

저녁엔 배드파머스에서 샐러드를 그리고 점심엔 하와이안식으로 스무디볼을 먹고나면 먹고 한시간은 든든한데 그 뒤로 엄청 배고프다. 그러면 저녁에 먹어야할 샐러드를 꺼내서 먹고 싶어진다. 워낙 헤비한 샐러드인지라 반만 먹어도 한끼로 든든해서 이것 저것 주전부리를 하고 싶어지는 스무디볼이다. 하와이에 대한 환상은 없는데 진짜 끝장나는 스무디볼을 먹어보고 싶다는 궁금함은 자리하고 있다. 이 동네, 서울 곳곳 맛있는 샐러드집 다 찾아가 보아도 늘 생각나는 샐러드 맛집은 배드파머스만한 곳이 없다.


항상 디저트는 디카페인을 파는 스타벅스나 커피빈을 찾다보니 맛있는 음식을 먹는게 제일 중요한 위치 선정의 키다. 이날도 어김없이 외친 팟타이라서 갓세븐의 태국 멤버 뱀뱀이 진짜 태국의 맛이라며 추천한 팟타이라 더 끌렸다. 진짜 개눈 감추듯 호로록 들이마신 팟타이와 오랜만에 만난 이야기들을 풀어놓느라 시간이 어떻게 흐르는지 몰랐다. 팟타이가 이렇게 비쌀 필요가 없는데 한국은 유독 asian food가 비싼 것 같다. 서울에 더 다양한 개성을 담은 팟타이 맛집들이 많이 생길때까지 팟타이를 향한 여정은 계속 될 예정이다.


내가 좋아서 만나는 사람들과 내가 먹고싶어서 먹는 맛있는 음식들과 주말의 여유와 주중에 잠시 찾은 맛의 행복이 내 삶의 행복의 portion중 꽤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단순해보이지만 나름의 철학과 taste가 확고한 맛집찾기의 여정은 2019년에도 계속 될 예정이다. 이젠 보다 취미를 다각화해서 나를 채워가는데 집중하는 한 해를 만들어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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