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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이쑤 Mar 17. 2019

브런치 예찬론

먹는 행위가 즐거움이 되는 서울의 브런치 맛집

 일요일 느지막이 늦잠을 자고 알람이 아닌 내리쬐는 햇빛에 저절로 눈이 떠지는 개운함에 아침을 맞이한다. 알람이 내 귀를 따갑게 괴롭히지 않는 주말이라는 산뜻함과 늘 지각의 트라우마에 혹시 오늘이 평일은 아닌가 하는 아찔함이 공존할 때도 있지만 그 아찔함마저도 주말이라는 사실에 마냥 즐겁다. 큰 취미도 특기도 없이 친구들을 만나고 평소에 못한 일들을 하며 보내던 주말의 연속에 브런치는 친구들과 함께일 때 늘 뭐 먹을지 정할 필요가 없는 메뉴 선택이 되었다. 산뜻하고 가볍게 하루를 시작하고 싶을 땐 샐러드를, 조금 헤비 한 식사도 달콤함도 브런치에는 모두 들어있다. 그리고 일요일 아점 시간 온몸을 따뜻하게 녹여주는 햇빛이 제대로 드는 곳 분위기 좋은 음악과 음식은 브런치의 가치를 톡톡히 높인다.

 뉴욕에 인턴쉽을 하러 갔다 처음 주말 브런치가 주는 분위기를 제대로 느꼈다. 그 이후로 나에게 있어 브런치는 단순히 음식을 먹는 행위만을 포함하는 것이 아닌 그 시간과 공간과 분위기 그리고 브런치가 주는 느긋한 마음가짐까지 모든 것이 포함된 가치 있는 힐링템이었다.

맛에 대한 확고한 철학과 빵 하나 정말 제대로 잘하고,디저트고 음료까지 모든 것이 자극적이지 않아 맛의 밸런스를 잘 갖춘 브런치 가게는 타르틴 베이커리다. 집에서 좀 멀긴 하지만 갈 때마다 웨이팅을 감수하고 가야 하지만 어떤 자리에 앉아서 건 반미 샌드위치에 그득히 들어있는 속재료와 바삭한 바게트의 조합은 든든함을 넘어선다.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기엔 조금 시끌벅적하지만 그 마저도 타르틴 베이커리를 꼭 찾아야만 하는 '음식'과 '인테리어'가 주는 용서 가능한 베네핏에 이곳을 좋아한다. 홍대 타르틴 베이커리엔 샌드위치류를 팔지 않아 발길을 자주 하지 않게 된다. 아무래도 디저트보단 제대로 된 식사까지 함께 할 수 있는 브런치가 좋다.

주말의 어느 날, 누구에게도 방해받고 싶지 않을 때 도시의 고독함을 온전히 느끼기 위해서 여의도를 찾는다. 집에서 가깝기도 하지만 사람들이 많은 것은 곧 죽어도 달갑지 않아 함과 동시에 도시의 편리함은 한 번에 누릴 수 있는 주말 여의도를 좋아한다. 그중에서도 카페도 식사도 모든 것이 자유롭고 마음대로 선택해서 샐러드 조합이 가능한 피드인 더 가든에서 몇 시간 느긋히 앉아있는 시간이 좋다. 생각을 정리하러 외국에 나갈 수 없을 때 도시에서 쉽게 떠나는 나를 되돌아보는 시간으로도 브런치는 옳다.

 브런치 잘한다는 집 꽤 많이 가봤지만 빌즈야말로 브런치의 정석이다. 달콤한 팬케이크와 신선한 새우와 파스타의 조합은 음식이 좀 늦게 나와도 늘 서운치 않게 만들어주는 마법을 가졌다. 소개팅으로도 분위기가 좋은 이곳은 친구들과 높은 천장에 어떤 모임에도 안성맞춤이다. 달콤한 팬케이크와 쉬림프 파스타의 조합은 fancy 한 미슐랭 맛집보다 더 정이 간다. 1월 1일도 이곳에서 첫 식사를 했고, 주말에 웨이팅이 있어도 참을 수 있을 만큼 은근히 기다리는 맛이 있는 브런치 최애 공간이다. 빌즈를 알게 되고 , 호주의 브런치를 다 먹어보기 위해 호주를 가봐야겠다는 결심이 들었을 정도다. 호텔 뷔페도, 더 근사항 곳의 식당도 다 좋다지만 결국에 자주 찾게 되는 곳이 제일 나스러운 식당이라는 생각이다. 가격대부터 장소와 웨이팅 시간 모두 과찬이 모자란 빌즈 최애 지점은 주말에 찾는 광화문 지점이다. 빌즈가 더 대단하다고 생각이 드는 건 원래 음식에 신메뉴 도전정신은 거의 하지 않는 편인데 빌즈는 신메뉴도 늘 맛있고 디저트랑 이곳의 디카페인 커피도 맛의 깊이가 엄청나다.

뉴욕에선 뭐 하나 꽂히면 거기에 대해서 물리도록 다양한 것들을 경험해보는 재미가 있다. 그중에 도전했던 것들 중 하나가 뉴욕에 있는 맛있다는 햄버거랑 아이스크림 먹어보기였다. 거의 하루에 한 끼는 yelp에서 찾아서 후기 보고 느낌이 팍 오는 것을 먹었다. 진짜 말도 안 되게 호텔 1층에 커튼으로 가려진 곳으로 걸어 걸어 들어가면 프리소울 가득한 흑인이 햄버거를 지글지글 굽고 있는데 현금만 받고 클럽만큼 시끄러운 분위기다. 장소부터 맛까지 반전미 넘치는 햄버거들 여기저기서 다 먹어봤는데 내가 한국 사람이라 그런지 이곳의 아보카도 햄버거만큼 완성도 높은 맛집은 처음이다. 외국인 친구들이 한국을 찾았을 때 자랑스럽게 소개할 수 있는 한국의 햄버거 맛집인 셈이다. 그리고 햄버거의 느끼함을 잡아주는 신선한 아보카도와 햄버거 포장 디자인 그리고 칠리 프라이까지 맛과 분위기 그리고 브랜딩 3박자가 완벽하게 이뤄지는 곳이다. 한남 점보다 접근성이 더 좋은 청담점을 찾게 되고 체감성 청담점 웨이팅이 덜하다. 그리고 웨이팅이 너무 많다면 포장해서도 충분히 그 맛이 난다.

두바이부터 뉴욕, 모스크바와 한국의 각종 지점에서 쉑쉑을 먹어봤지만 뉴욕에서 공원 테이블에 앉아 먹는 쉑쉑의 맛의 깊이는 달라도 한참 다르다. 한국에 쉑쉑이 여러 군데 있긴 하지만 햄버거를 먹으러 갈 때는 다운타우너나 크라이 치즈버거를 찾는다. 한국에서의 쉑쉑은 뭔가 완벽이라고 하긴 아쉽고 모자라다고 하기엔 뭔가 크게 떨어지는 것은 없는 애매한 맛이다.

진짜 회사에서 일하다가 컴퓨터도 핸드폰도 내 삶마저도 꼴도 보기 싫을 때가 있다. 씩씩거리면서 갖은 투정을 부리다가 밥이고 뭐고 점심시간에 이어폰 끼고 무작정 가로수길 끝까지 걸어갔다가 돌아오곤한다.

 그렇게 마지막 코스로 늘 방앗간처럼 들리는 곳이 아우어 베이커리다. 달달한 게 좋다는 나도 초코 크롸상은 너무 달아서 물려버리고 이곳의 진짜 늘 생각나는 시그니쳐 메뉴는 빨미빠레다. 어떤 근사한 한 끼보다 아점을 대신할 수 있는 초콜릿 가득 묻힌 파이와 커피빈에서 테이크 아웃해온 디카페인 아메리카노면 다시 또 툭툭 털어내고 업무에 복귀한다. 물론 제대로 된 샌드위치도 이곳이 참 잘하니까 질겅질겅 씹으면서 다시 노트북을 펼쳐 들고 일을 한다. 가로수길에 빵 잘하는 맛집은 참 많지만 그중에서도 제일 선물 받았을 때, 선물했을 때 행복한 베이커리는 아우어 베이커리인 것 같다. 같은 회사의 계열사인 도산 분식도 가봐야지 하다가 갈 때마다 긴 웨이팅에 늘 언젠가 한번 가야 하는 맛집 리스트에 올라있다.

@city bakery

뉴욕에서 브런치로 꽤 유명하다는 시티 베이커리를 후쿠오카에서 찾았다. 역시 브런치 좀 하는 맛집처럼 모든 재료는 신선했고 에그 베네딕트의 소스와 바게트의 조합은 완벽했다. 가격대도 일본이라 그런지 일반적인 브런치 가격대보다 훨씬 저렴했다. 하지만 줄 서는 걸 참 좋아하는 민족답게 이곳에서도 오픈 시간에 맞춰 겨우 찾았는데 예약하고 가지 않아서 한참을 기다리다 자리에 착석할 수 있었다. 일본의 맛집들은 기본적으로 양이 작지만 맛의 깊이가 엄청나다. 돈가스 샌드도 일반적으로 한국에서 serve 되는 것에 비해 고기의 두툼함은 훨씬 덜했다. 자기들 나름의 방식으로 고기를 숙성하는 방법이 남달랐던 터이 진지 그냥 단순한 돈가스로 치부하기엔 진짜 묵직하게 깊은, 쉽게 따라 하기 어려운 고기의 육질이 인상적이었다. 자리에 앉기까지 근 40분을 기다리고 메뉴를 주문하고 나서도 30분은 족히 기다린 것 같지만 "헐" 하는 맛집이었다.

지난 비엔나에서의 기억이 너무 좋아 다시 찾게 된 비엔나였다. 혹시나 그때의 기억을 남겨두고 다시 찾은 비엔나는 실망하면 어쩌지 하는 두려움도 존재했다. 하지만 제대로 된 슈니첼을 비엔나에서 제일 유명하다는 브런치 가게에서 만나게 되었을 때 피그 뮐러로 가고 있는 비엔나의 한국분들을 다 말리고 싶었다. 거기는 크기만 크고 맛있다는 의견보다 느끼하고 맛있는지 모르겠다는 갸우뚱하는 의견이 많은 집이다. 나도 물론 처음엔 멋모르고 거길 찾았지만 진짜 비엔나 사람들이 최고로 치는 슈니첼은 한참 다른 맛이었다. 훨씬 바삭하고 진한 풍미에 잼의 조화가 엄청난 곳이었다. 빌즈가 호주에서 온 맛집으로 세계인들의 사랑을 받기에 충분하다면 내가 찾은 비엔나의 이 브런치 가게도 충분히 빌즈가 가진 아이덴티티만큼 맛있는 맛을 전 세계인들에게 사랑받아 마땅한 집이었다. 양이 너무 많아 포장해서 이틀에 걸쳐서 먹었다. 식어빠진 음식마저 맛있었으면 그곳으로 얼마나 이 집이 제대로 된 슈니첼을 하는지 알게 한다.

다이어트해야지 굳게 결심을 하고 배가 엄청 고파올 때 칼로리는 웬만한 밥보다 많지만 포만감과 동시에 마음의 안정을 주는 악마의 샐러드 맛집이다. 밥이 들어간 브런치 가게라 든든함이 있지만 친구들과 밥 대용으로 먹는 것이 좋다. 샐러드로 그득하게 제대로 먹기엔 두기에 나눠 배드 파머스의 아보콥을 찾는 것이 더 만족감이 크다.

케이크는 싫은데 팬케이크를 좋아하는 까다로운 입맛을 가졌다. PLUFFY 한 식감이 괜찮긴 했지만 이곳의 계단은 너무 위태로웠고 분위기가 애매하게 괜찮았다. 맛도 그냥 괜찮은, 엄청 다시 찾고 싶은 감칠맛이 모자랐던 팬케이크 가게였다. 맛의 아이덴티티는 이 집만이 낼 수 있는 시그니쳐 메뉴의 강렬함과 음식점의 분위기에서 오는데 둘 부분다 다신 안 와야지와 꼭 이 집은 다시 가야지의 사이, 한 번이면 족한 걸로 그땐 좋은 경험이었던 걸로 마무리한다.

헤비함의 끝을 달리는 오리지널 팬케이크 하우스는 진짜 강렬한 소스를 베이스로 하고 있다. 칼로리도 포만감도 모든 게 미국에 있는 느낌을 제대로 준다. 이곳의 컵이 탐나지만 조금 더 큰 사이즈의 컵이 스페셜 에디션으로 나오면 과감히 지갑을 열 준비가 되었다. 회사를 다니면서 아니 일이 바빠지면서 물을 뜨러 가는 시간까지 조금씩 미루다 보니 큰 컵을 선호하게 되었다. 진짜 진지하게 1L짜리 물통을 살까 생각하지만 그건 또 씻는 게 부담스럽다. 일반적으로 파는 컵의 크기의 1.5배쯤 되는 적당히 큰 물컵에 디자인도 내 마음에 쏙 드는지 카페를 지날 때도 유심히 보고 있다. 일이 바쁘다는 건, 일이 재밌다는 건 좋은 신호인데 물 뜨러 가는 여유도 없이 달리는 업무강도가 옳은 것인가 뒤돌아보게 한다. 내 욕심을 버려야지 하면서도 계속 욕심나는 것이 일이다.

뭘 먹기 싫을 때 배드 파머스의 스무디 볼을 먹으면서 하와이를 떠올려본다. 만약 하와이에도 이런 맛있는 스무디 볼이 얼마나 다채롭게 많이 먹을 수 있을까. 금방 이렇게 배가 꺼지는데 서핑이니 발리볼이니 하루 종일 뛰어다니면서 자연 태닝을 하면 얼마나 살이 빠질까. 질문의 끝엔 그런 삶을 잠깐이라도 경험하러 하와이를 좀 갔다 와야 하나 결심하게 되는 것이다.   

 이곳의 아보콥은 한국형 샐러드, 마늘 베이스의 제대로 된 자랑거리다. 진짜 맛없는 (내 입맛에만, 내가 효소 빵을 싫어해서 배고플 때도 한 조각을 끝내지 못한다.) 빵만 빼면 그리고 올리브만 빼 달라고 하면 조금 비싼 듯 그래도 늘 맛있는 배드 파머스를 좋아한다. 점심에 스무디 볼을 먹고 퇴근이 3시간쯤 남았을 때 아보콥 반, 그리고 퇴근하고 나머지 반을 먹고 과일 좀 먹다가 잠든 다음날 아침이 좋다. 실컷 맛있는 걸 먹고 몸이 가벼워지고 건강해지는 기분이 들어서다.

싱가포르가 본사가 있어서 싱가포르에 자주 가게 되는데 출장을 많이 간 것 치고 제대로 싱가포르가 좋다는 포인트를 애석하게도 단 한 가지도 발견하지 못했다. 뭔가 다 불친절하고 비싸고 유일하게 좋아하는 딤섬집 말고는 싱가포르 출장은 아무리 비싸고 좋은 곳에서 잔다고 하더라도 달갑지 않다. 우리나라로 치면 이태원쯤 되는 곳에 제대로 된 브런치 가게를 들렀는데 진짜 맛있었다.

 신선한 오렌지 주스와 제대로 구워진 크로와상의 조합은 뭐 하나 모자람 없는 브런치 맛집이었지만 가게의 분위기가 가격과 맛 대비 한참 모자라는 부분이 아쉬웠다. 인스타에서 예쁜 도넛에 평소 도넛을 안 먹는데 꼭 먹어봐야겠다 결심하고 어렵게 어렵게 싱가포르 한 몰 지하에서 발견했다. 안타깝게도 비주얼만큼 맛있진 않았다.  

 인천공항에 도착하면 힐링푸드로 도착동 크리스피 크림에서 오리지널 글래이즈 하나를 포장하고 편의점에서 고생한 나에게 초콜릿 우유를 선물한다. 그렇게 공항버스를 타면 그제야 한숨 돌린다. 그렇게 한 입 베어 문 부드럽고 달콤한 크리스피 크림 도넛이야 말로 진짜 도넛을 먹는 행복감인가 싶다. 그 와중에도 한국 도착하고 새우깡이나 삼각김밥 대신 크리스피 크림을 찾는 걸 보면 나의 입맛의 정체성에 대해 돌아보게 된다.

 대만 공항을 경유하면서 신선한 과일을 한가득 먹고 샌드위치까지 먹고 그날의 첫끼를 오후 7시에 먹게 된 것 치고 나는 대만 음식은 어려운 걸로 결론지었다. 가격은 저렴했지만 나름 이렇게 한 끼 먹으면 나름 브런치가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대만 특유의 향이 음식에 가득 배어있어서 기내에서 브런치 음식을 먹어보겠다는 계획은 실패로 돌아갔다.

동료가 좋아한다는 스노우 폭스를 추천받고 기분이다 싶어 샐러드까지 시켜서 과하게 많이 먹은 날이었다. 그리고 먹자마자 나는 동료에게 역정(!)에 가까운 화를 내었다. 이 맛있는 걸 왜 이제야 소켜시켜줬냐고 말이다. 테이크아웃도 매장에서 먹는 것도 모든 게 신선하게 맛있는 최고의 점심 한 끼다. 밥이 들어간 브런치로 스노우폭스만 한 것이 없다는 사실에 동감한다. 그리고 점심시간 언저리로 외부에서 미팅이 잡히면 스노우폭스가 주위에 있는지부터 확인한다. 가로수길에 스노우폭스가 없다는 것이 어쩌면 다행인 일인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맛있는 것을 먹고 한 끼를 정리하는 맛의 감사를 느끼는 곳은 여기밖에 없다.

독일의 제대로 된 브런치 가게인 더베이커스 테이블은 수요 미식회에 나오기 전부터 자주 찾았다. 오히려 유명해지고 나서는 자주 안 찾게 되었는데 뭘 시켜도 많은 양에 투박한 소시지와 감자 그리고 계란 오믈렛까지 내가 좋아하는 것들만 한 디쉬에 올려두었다. 독일의 가정집에서 선물 받는 한 끼가 떠오를 때 이곳은 안성맞춤이다.


 웨이팅만 쉬우면 친구들 데리고 다 이맛을 경험하게 해 줄 텐데 홍콩식 달달한 토스트에 김치볶음밥이 엄청난 분위기와 뷰를 만나 최고의 브런치가 된다. 이곳의 카츠 산도도 완벽하다. 아시안식 브런치의 최고봉이다. 맛도 위치도 분위기도 다츠와 같은 완성도를 가진 브런치 가게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마감 10분 전에 택시 타고 겨우 도착해서 30분 만에 다 먹었는데 오전에도 저녁에도 다츠의 분위기가 너무 좋았다. 와인을 못하지만 분위기에 와인 한잔 곁들이고 싶게 만드는 마력을 가진 곳인 셈이다.

카페 마마스에서는 감자수프만 시켰는데 뿌리채소가 가득 들어간 샐러드도 신선하게 맛있었다. 카페 마마스는 뭐든 다 맛있지만 스무디킹보다 훨씬 잘하는 청포도 주스 맛집이다. 가격 부담 없이 이곳을 자주 편하게 찾아 배고플 때는 치즈가 가득 들어간 파니니를 배가 크게 고프지 않을 때는 샐러드를 시킬 수 있는 좋은 옵션을 가진 브런치 프랜차이즈 집이다. 하지만 청포도 주스는 옵션이 아닌 안 시키면 너무 서운한 필수 사항이다. 감자수프는 치즈를 한 번에 많이 먹지 못하는 나는 늘 테이크 아웃해서 간식으로 집에서 데워먹어도 참 맛있다. 나 같은 입맛이 스위스에서 감자수프 같은 이런 음식들만 주식으로 먹으면 과식이 불가능해 자동 단식원이나 다름없다. 원래 수프 자체를 입에도 안다는데 이곳은 진짜 진하게 맛있다. 솔직히 이 위에 토핑으로 올라가는 크리스피 한 빵이 없었음 나에겐 그 맛있는 카페 마마스의 그저 그런 메뉴 중 하나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방콕 살라댕 역


뭐 하나 꽂히면 미친 듯이 총알 장전해서 우두두두 내 가진 모든 에너지를 다 쏟아낸다. 그리고 평소엔 무념무상인 상태로 될 대로 되라지 내가 좋아라 하는 것만 신경 쓰고 나머지는 다 나 몰라라 나의 길을 간다. 한국에서 일이 너무 힘들어 에너지를 다 쏟아내고 나면 진짜 말도 안 되는 변명이지만 운동가는 길을 아마 네발로 기어갈 것이다. 퇴근하고 집에 도착해서 진짜 남은 힘이 있는 날이 일주일에 한두 번이 되질 않는다. 아직 집중하고 있는 일의 바이브에 계속 무의식 중에도 이메일을 체크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한다. 그 죄책감에 출장 하루 이틀을 붙여 주말을 더하면 5일 정도 휴가가 나오는데 그때 그 동네에서 제일 비싼(?) 시스템이 잘 되어있고 뷰마저 좋은 필라테스 요가 학원을 찾아 무제한으로 등록한다. 그리고 눈뜨자마자 바로 택시 타고 짐으로 향하고 그렇게 세 시간 반~4시간 정도 운동만 한다. 그 운동 사이사이에 필라테스 밑에 있는 딘 앤 델루카를 찾아 한국에서 쏟아지는 연락들을 정리한다. 딘 앤 델루카는 그냥 늘 정이 간다.

 처음 직장이란 것, 회사라는 개념을 알게 해 준 뉴욕 인턴쉽 할 때 소호에 위치한 오피스를 바로 내려가 길 건너면 늘 있었던 딘 앤 델루카라 더 마음이 간다. 한국에서는 좀 붕 뜬 느낌이지만 외국에서 찾는 딘 앤 델루카는 커피 한잔을 마셔도 느긋한 브런치의 분위기를 제대로 느끼게 해 준다. 뉴욕의 빠른 바이브나 방콕의 느리면서도 그 안에서 나름의 역동적인 꿈틀거리는 에너지를 딘 앤 델루카의 브런치 타임에서 감지할 수 있다.

브런치계의 어머니쯤 이야기하면 충분할까? 몇 년째 가봐야지 하다가 드디어 가 본 오아시스는 맛있었고 완성도 있었고 맛의 밸런스도 좋았고 분위기도 음료도 시그니쳐 메뉴들의 감칠맛도 좋았다. 그리고 비쌌다. 그리고 나에겐 맛이 조금 덜 복잡하더라도 더 chill 하고 자유분방한 조금은 더 general한 빌즈에 마음이 간다. 하지만 이곳이야 말로 브런치 마니아라면 꼭 한번 찍고 가야 하는 코스로 손색이 없는 것은 확실하다.

 ssg 푸드마켓에서 초록색 롱코트를 입고 혼자 커피를 마시는 윤종신을 본 적이 있다. 그리고 이곳 위층에 있는 차움검진센터를 가보고 의료 럭셔리의 끝을 깨달았던 충격 두 가지가 아직 가시지 않은 채로 이곳의 밥집을 찾았다.

 부자들도 결국엔 한국적인 음식, 결국에 잘 사는 동네에서 제일 많이 시키는 음식이 파스타가 아니고 코다리 냉면이고 피자가 아니고 김치볶음밥이다. 하지만 뭔가 부촌에서 먹는 밥이 들어간 음식들은 간이 세지 않다. 그리고 최대한 깔끔하고 간결하게 디쉬를 표현한다. 뭔가 소금을 치지 않아도 충분히 소스에 간이 제대로 베여있는 음식들이 많지만 역시 나는 뭔가 아쉬움을 감출 수 없다. 분명 배도 부른데 맛도 있었는데 진짜 부자들이 자주 찾는 음식들에 성이 차지 않아서 디카페인 아이스 아메리카노로 입을 헹군다. 입맛만 보면 부자가 되기엔 걸렀다. 그렇다고 나와 맞지 않는 것, 분수에 넘치는 것을 억지로 끼워 맞추고 싶진 않다.

신기한 거 가득한 ssg 마켓에 가서 꾸덕함의 끝을 달리는 이곳의 조그마디 조그만 요구르트와 뭔가 특이해서 한번 마셔보고 싶은 초콜릿 우유를 골랐다.


크게 취미나 특기가 없는 나의 생활의 굴레에서 브런치 마니아라고 불릴 만큼 나는 브런치를 사랑한다. 물론 한 끼에 많은 돈을 주긴 하지만 술도 안 마시고 딱히 크게 돈 쓸 일이 없어서 매주도 아니고 한 달에 한 번쯤 혹은 친구들과 약속이 있을 때 밥 먹고 커피 마시러 가는 것보다 제대로 된 브런치 가게에서 오랜 시간 느긋하게 이야기를 나누다가 주변 공원을 걷고 산책하는 것을 더 좋아한다. 김치는 몇 년 안 먹어도 잘 살았지만 햄버거!!! 말고 브런치를 유독 좋아하는 걸 보니 브런치가 주는 맛보다 브런치가 주는 여유가 좋아 그걸 돈으로 사는 것은 아닐까 싶었다. 그냥 너무 많이 fancy하지 않는 분위기에 삶의 쉼표와 즐거움을 주는 브런치를 취미란에 적어야겠다. 그 취미가 특기가 되는 브런치 전문가가 될 때까지 세상에 맛있는 브런치를 다 탐험해보고 싶다. 브런치를 많은 사람들이 즐거움의 행위 중 하나로 즐기게 되는 날을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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