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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이쑤 Apr 06. 2019

효도여행을 합니다.

3대가 함께하는 도쿄 효도 여행 | 우리 강아지가 해야 할 일


::: 자칭 부모님과의 여행 전문가 :::

 부모님과의 여행 n연차 돌이켜보면, 스트레스를 아예 안 받는다는 건 거짓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늘 휴가 때마다 이번엔 혼자 가서 생각 좀 정리하다 와야지 결심했었던 여행은 결국 여행 출발 막판에 급하게 부모님 비행기 표를 추가로 끊어 함께 여행하곤 했다.

 그냥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가족과 여행에서 특별한 추억과 즐거움을 공유하는 것이 좋았다. 그리고 갔다 와서의 기억들이 모여 늘 함께 회상할 수 있는 이야깃거리가 늘어난다는 것이 가치로 다가왔다. 그래서 줄곧 가족과 함께하는 여행을 하곤 했다.

:::우리 강아지가 해야할 일:::

 부모님과 여행이 일주일 혹은 이주일이 훌쩍 넘는 일정이라도 무리 없이 가뿐하게 일정을 소화할 수 있을 때쯤이었다. 추석과 설날에 뵙는 나의 하나뿐인 외할머니 외할아버지가 눈에 띄게 세월의 스침을 맞고 있다는 속상함이 몰려왔다.

 제일 나이가 많은 손녀로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아왔다. 동화책에 나오는 누군가의 할머니 할아버지처럼 “우리 강아지! 왔구나. 예쁜 내 새끼.”라는 살가운 표현은 없었다. 몇 시간을 달려 시골집을 도착하면 “왔니.” 그리고 마중 인사에선 “잘 가거라.” 하는 무뚝뚝함이 대신했다. 

정스러운 말은 없었지만 마음이 뚝뚝 담긴 외할머니 외할아버지의 진심은 늘 느낄수 있었다. 손자 손녀들의 안색을 살피며 늘 삶의 걱정을 함께 해주신 분들이셨다. 늘 자식과 손자 손녀들의 안녕을 먼발치에서 가장 간절히 바라던 분들이셨다. 우리 삶의 행복이 이 분들의 삶의 행복엔 배로 넘치게 하였고 슬픔도 역시 우리보다 더 아파해주셨다.



:::행복한 기억만 전하고 싶었음을.:::

그리 과묵한 분들이셨지만 유일하게 말문을 여실 때가 있었다. “이번엔 어떤 나라를 갔다 왔니?” “호주는 어땠니?” “미국은 어디에 갔다 왔니?” 늘 텔레비전 전속에서 보셔왔던 해외를 꼬마 때부터 주야장천 나갔던 나를 신기해하셨다. 그리고 늘 궁금해하셨다. 사실 90이 넘은 그리고 한 쪽 눈의 시력을 잃어 평형 감각이 현저히 떨어진 외할아버지를 모시고 간다는 것, 다리가 좋지않아 동네에서도 거동이 힘든 외할머니를 모시고 해외에 간다는 게 환경적으로 너무 어려웠다. 더군다나 평생을 위가 좋지 않아서 알로에를 드시고 알약은 피하시던 외할머니는 매 끼니 밥을 챙겨 드셔야했다.

악조건 속에서 미루고 미루길 십여년, 더 늦기전에 외할머니 외할아버지께 추억을 선물해드려야겠다는 결심이 섰다. 부모님께서는 늘 자주 외할머니 외할아버지를 모시고 가족 여행을 떠났던 터라 국내는 강원도부터 제주도까지 이미 추억이 가득했었다.


::: 모든 것이 처음인 그들에게 :::

비행기를 타 보는 것, 그리고 여권을 만들고 입국 심사를 받고 한 발짝씩 해외의 관광지에서 발을 내딛는 모든 것들이 특별하게 다가왔다. 그래서 장애가 많더라도 꼭 가야겠다고 부모님을 졸라 추진한 여행이었다. 물론 마음 같아선 더 꼼꼼히 동선을 짜고 찾아야 했었다. 현실은 가기 전날 새벽까지도 주중 휴가에서 밀린 일들을 어느 정도 처리해놓고 가느라 두 시간 겨우 눈 붙이고 미세먼지를 맡으며 공항버스에 몸을 실었다.

 그래도 몇 번 가본 도쿄에서 일본스러운 체험과 문화를 전달해드려야 했다. 당연히 좋아하실 줄 알았던 아사쿠사 신사는 사람이 너무 많고 붐비는 바람에 힘들어하셨다. 오히려 내 기준에선 노잼인 후지산은 너무 좋은 경험이었다고 말씀하셨다. 걸음도 훨씬 많았는데 케이블카에서 바라본 화산의 형태를 눈으로 마주하실 때 흥분과 설렘에 말이 많아지셨다. 좋아해 주시니 그저 다행스러운 하루를 선물했다고 마음을 쓸어내렸다. 음식은 웨이팅을 할 수 없으니 맛집에서 테이크 아웃으로 대체했다. 에어비앤비를 빌려 최대한 많은 시간 함께하며 가까이 있었다.

 정말이지 몇 번을 도쿄 효도 여행을 테마로 좋은 코스를 찾아보려고 했지만 우리 가족의 경우에 꼭 맞는 동선은 없었다. 여행도 인생도 남들이 맞다는 길이 오답이 될 수 있고 우리가 만드는 길이 정답이 될 수 있었다. 그래서 모험을 감행했다. 그리고 그 모험의 조건은 다음과 같다.


::: 거동이 불편한 어른들과

 여행할 때 꿀팁 :::


1) 많이 걷지 않아야 할 것 : 덜 걷기 위해 렌터카를 빌렸다. 관광지에 우선 외할머니 외할아버지를 내려드리고 나와 아빠는 가까운 곳에 주차장을 찾아 주차를 하고 내려드린 곳으로 돌아왔다.

2) 자연경관이어야 할 것 : 인공섬 오다이바를 차로 둘러본 것은 가장 잘한 일이었고 후지산에서 케이블카로 이동해서 화산 지형을 그대로 느끼게 하는 순간은 다리가 아프고 허리가 아픈 통증도 싹 가시게 하는 의미 있는 코스였다.

3) 매 끼니 정시에 밥을 먹어야 할 것 : 아침을 챙겨 먹지 않는 나와 동생은 그 시간에 잠을 더 자는 것을 택했다. 한국에서 기본적인 찬거리에 현지에서 산 일본 햇반으로 엄마가 매일 아침 수고해주셨다. 점심은 이동 중 덜 맛있는 걸 먹더라도 최대한 한시가 넘지 않게 먹어야 했다. 여기서 주전부리는 끼니로 계산하지 않아야 한다. 위가 좋지 않은 외할머니를 위해 모든 레스토랑에서 밥이 있는 메뉴를 먼저 확인해야 했다.

4) 휴식이 충분할 것 : 평소 부모님과 함께하는 여행에선 하루를 이틀같이 보내는 강행군에 익숙해 있었다. 하지만 3대가 함께한 여행에선 오전 느지막이 시작해 해가 지기 전에 들어와 좀 쉬고 저녁 식사 준비를 여섯 시에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했다.

5) 많은 시간을 가까이서 보낼 것 : 호텔보다 에어비앤비를 택했다. 매 끼니를 일본 음식이 잘 맞지 않을 것을 대비해 음식을 간단하게라도 준비할 수 있었다.

 

 언젠가부터 여행기를 적고 있지 않지만, 이번 여행에서 나의 경험이 나처럼 효도여행을 생각하는 누군가에게 좋은 레퍼런스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마음에 남겨본다.

::: 3박 4일 도쿄 효도 여행 일정 :::

tmi 주의 요망

1일 차 : 나리타공항(공항 휠체어 서비스) - 렌터카 수령 - 에어비앤비 도착 및 휴식 - 에어비앤비 역 주위 일본식 덮밥집에서 점심 테이크아웃 - 아사쿠사 입구에서 하차 - 주차장 찾아둔 주소에 주차 - 아사쿠사 여정 합류 - 아사쿠사 구경 - 기계 주차 결제 및 아사쿠사에서 다시 픽업 - 미도리 스시포장 및 바로 옆 가게 백화점 식료품 가게에서 반찬거리 구매 - 에어비앤비에서 식사 - 취침

(아사쿠사 사람 많고 정신없어서 걷기 힘들어하셨음, 스시는 잘 드셨고, 함께 사간 감자 샐러드도 입맛에 맞으셨음)


2일 차 : 에어비앤비 - 휴게소에서 간단한 점심 - 후지산 소우잔역 무료주차 - 케이블카 - 화산지대 구경 및 계란 먹방 - 요코하마 루미네 협약된 주차장 주차 - 요코하마 루미네 츠마베 그릴 저녁식사 - 에어비앤비

(제일 좋아하셨던 후지산 일정-삶은 계란 좋아하셨음-상하지만 않으면 동네분들께도 선물하고 싶어 하셨는데 유통기한 1일이라 fail...)


3일 차 : 에어비앤비 - 바다 위의 인공섬 휴게소 우미호타루에서 구경 및 커피타임 - mother farm 쇼 구경 - mother farm 내 레스토랑에서 늦은 점심 - 에어비앤비 -> 늦은 오후 개인 일정 - 에어비앤비

(우미호타루 인공적인 것들 안 좋아하시는 분들인데도 불구하고 신기해하셨음 - 양쇼는 재밌어하셨음)


4일 차 : 에어비앤비 - 나카메구로 일행 하차 후 주위 주차장 파킹 - 나카메구로 벚꽃 구경 - 에어비앤비로 돌아가 짐 픽업 및 체크아웃 - 에어비앤비 주변 오 오토야에서 점심 (주위에 주차) - 나리타산 갈 일정 시간 없어 차로 지나감 - 렌터카 주유 - 렌터카 반납 - 나리타공항(공항 휠체어 서비스)

(벚꽃은 한국 벚꽃이 더 예쁘다 하셨음, 나카메구로 사람 많아서 걷기 힘들어하셨음, 오오토야에서 장어덮밥과 스테이크 만족하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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