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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이쑤 Mar 03. 2023

돈을 모으는 대학생은 되지 마요.

그때의 경험의 가치가 더 큰 부를 만듭니다.

 모든 이야기의 성급한 일반화는 이릅니다.

인생의 자신만의 답을 찾아가는 반짝반짝 빛나는 20대들에게 그때의 큰 가치는 시간이 지나면 작은 가치, 혹은 얼마든지 대체될 수 있는 가치로 변화할수 있음을 말하고 싶습니다. 그것이 돈이 되고, 화려한 물건이 될수 있고, 또 그때 누리는 명예가 될 수도 있겠지요.


한 살이 먹고, 일 년이 또 바쁘게 지나갔습니다. 이젠 나이 한 살 더 먹는다는 것에 크게 연연치 않고 무뎌질 때쯤 20대, 더 정확히 말하면 대학생 때 제가 정말 후회 없이 이것 하나는 잘했다는 것이 무엇이 있을지에 대해서 생각해보았습니다. 뭐 나름 종종걸음을 하면서 열심히 살고, 여러 가지 경험들을 한 것에 만족했지만 뭐 하나 잘한 것이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나의 20대를 뒤돌아보던 찰나 한 가지 다른 관점이 떠올랐습니다. 저는 대학생 때 아르바이트를 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20대에 해 볼 수 있는 모든 것들을 해보자는 관점에서 아르바이트의 경험치를 쌓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일단 아웃백 알바 면접에서 떨어진 적도 있기도 하고, (정말 스펀지에 물 머금은 듯 피곤한 상태에서 밤 10시가 넘어 면접을 봤었는데 제가 봐도 참 의욕이 없었어요.) 그 이후엔 또 제가 바빠서 주워진 일 처리하면서 살다 보니 어느새 대학 졸업의 순간이었습니다.



 제가 대학교를 졸업하고 제 수중에 남아있는 돈은 이리저리 용돈을 모으고 했었던 돈들 400만 원 남짓이었습니다. 매 학기마다 아르바이트를 하는 대신 학교 기관에 소속된 동아리 활동을 했고, 거기서 매 학기별로 장학금이 나왔습니다. 그때 동기들은 받은 장학금과 틈틈이 하는 아르바이트비를 모아 돈 모으는 재미를 저에게 자랑했지만, 그들이 자랑할수록 저는 두 눈 질끈 감고 제 통장을 텅장으로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때만이 누릴 수 있는 많은 경험들에 저는 투자하기로 마음먹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저는 매 방학마다 방학이 시작되면 조금 특별한 해외여행을 준비하고 다녀오는데 저의 돈을 소비했습니다. 무조건 자유여행이어야 하고, 영어 한 마디 제대로 못하지만 그래도 그곳에서 다른 세상을 보고 경험하는데 큰 가치를 두었습니다. 나와 다른 문화를 몸소 깨닫고 느끼고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귀한 가르침을 얻었습니다. 물론 조금 인프라가 약하고 돌아다니기에 어려움이 있는 국가들은 투어를 이용했지만 그때도 한국 회사의 투어보다 영국이나 해외에 기반을 둔 여행사 투어를 신청하여 현지에서 만나 영국인 친구들과 2주를 돌아다니고 그때부터 조금씩 귀가 트이는 상황에 저를 놓아두었습니다. 사촌언니가 유학생활을 했던 시애틀에도 열혈 단신 혼자 캐리어를 바리바리 들고 다녀오고, 그 일정 사이에 밴쿠버도 혼자 여행을 하며 눈물 젖은 서브웨이 빵을 혼자 먹는 게 익숙지 않아 호스텔 화장실에서 먹었던 기억도 있습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조금 불안했습니다. 천만 원이 훌쩍 넘는 돈으로 뭘 할 거다고 말하는 친구들과는 달리 저의 통장은 메말라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취업이 되지 않았던 상황에서도 그 돈을 불리기는커녕 해외취업을 위해 상해에 면접을 보러 가기도 하고, 지금이 아니면 못 갈 것 같다고 부모님을 설득해 동유럽도 다녀왔습니다. 그렇게 취업과 유학 사이의 방황에 있어서 동유럽 여행은 제가 왜 일 평생 살면서 영어를 유창하게 해야 하고, 지금 하지 않으면 영원히 영어는 해야 하는 것이라는 후회와 마음의 짐으로 남을 것 같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한국에서 대기업을 취직할 때 몇 년 전만 해도 나이 제한이 있었고, 기회를 잃어가며 4년제 대학을 졸업 후 다시 유학길에 오르는 것이 단순히 영어 때문이라고 하기에 제가 희망하던 직업도 딱히 없는 상황에서 굉장한 모험이었습니다. 한국에서의 취업기회가 많이 날아가는 것들을 감안하고 가야 했던 선택이었으니까요. 하지만 길이 보이지 않을 땐 마음 저 깊은 곳에서 평생 후회가 남지 않을 해보고 싶은 것들이 내 인생에서 옳은 일이라고 생각한다면, 해보자고 마음을 다 잡고 2년 동안 저는 유학을 다녀왔습니다. 유학을 다녀온 동안 친구들이나 후배들은 더 좋은 학과를 다니고 취업 관련된 아카데미에서도 좋은 성적을 내고, 성격도 싹싹해서 취업이 되었지만 외주 프로덕션에서 일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정말 제가 해외에 다녀와서 2주 만에 불안함에 넣어본 레쥬메 한통으로 본사 소속의 작가가 되었고, 막내 작가는 본사와 외주가 별 다를 바 없다고 믿었는데 우연히 방송국 로비에서 제가 출근할 때 그 친구는 한두 시간 늘 일찍 출근해 본사에서 밤샘하여 작업한 영상을 납품하고 퇴근 시간은 저보다 훨씬 늦은 삶을 살고 있었습니다. 물론 지금은 둘 다 본인에게 맞는 일을 찾아 즐겁게 살고 있지만 그 당시에는 당황스러웠습니다. 누가 보아도 저보다 직업에 대해 훨씬 많은 준비와 열정 그리고 에티튜드가 된 취업시장에서 매력적인 카드였지만, 단순히 놓인 상황과 삶에 따라 달라진 것이 속상하고 마음이 좋지 않았습니다.


 저에게도 이제 막 취업을 준비하는 사촌동생이 있습니다. 코로나로 역대급 취업률에 거의 불가능에 가까워 보일 만큼 힘든 시기에 딱히 도움이 되진 못하지만, 그 친구에게 본인이 진정성 있게 하고 싶은 경험이나 가치를 배우고 투자하는 데에 지금 통장에 있는 돈을 모두 쓰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그때 모으는 500만 원, 1000만 원이 누군가에게는 큰돈이지만 그때 나를 찾고, 나를 알아가고, 나를 깨닫는데 과감하게 투자를 하고 선택을 하면 제대로 된 방향을 찾은 인생의 여정에서 그때 아낀다고 나를 가둬둔 돈들은 취업해서, 그리고 주식으로, 혹은 부동산으로 금방 역전시킬 수 있는 돈의 가치입니다. 하지만 그때의 시간과 그때 느낄 수 있는 삶을 바라보는 태도와 가치관 형성에 지금 수중에 있는 돈들은 굉장히 큰 가치로 작용합니다. 친구들이 장학금을 모아서 2,3000만 원의 종잣돈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할 때 저는 그 500만 원의 돈 중에 300만 원은 jyp엔터테인먼트에 제가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좋아하는 만큼 숫자로 입증하고 싶어 저의 확신에 수치 하나 볼 줄 모르고 주식회사 어플도 겨우 깔았습니다. 그리고 그 돈은 인생수업이라고 생각하고 4900원에 300만 원어치 jyp 주식을 샀고 취업을 하고 2년간 묻어두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제가 보는 엔터테인먼트적인 감각이 맞았다는 확신과 자신감을 얻었고, 그때 아등바등 아르바이트를 하고 용돈을 아껴가며 자금을 불렸던 친구들보다 더 많은 부를 빠르게 축적할 수 있었습니다. 아르바이트의 경험도 정말 거기서도 배울 수 있는 것들도 많고 사회성도 키우고, 희생하는 부분들도 키울 수 있어 무조건 반대하거나 경험에 대한 가치를 폄하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때 할 수 있는 갖가지 돈이 들거나 들지 않는 경험들을 하지 않는 것은 결국 되돌릴 수 없이 선택의 순간에서 본인의 장점을 특화시킬 수 있는 경험치를 깎아먹고, 아쉬운 선택을 하고 후회하고 다시 원점으로 되돌리기 까지 더 거친 시행착오들을 줄일 수 있다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인생에 정답은 없지만, 목표가 뚜렷하지 않은 대학생들에게 제 경험의 인사이트와 가치를 나눔으로써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고 용기를 나눠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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