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이쑤 Nov 03. 2015

세상은 넓고 먹어볼 아이스크림은 많다.

아이스크림 브랜드의 다양화, 한국인에게도 맛의 자유를!

나는 사탕보다 초콜렛을 더 좋아한다.

개인적으론 달콤한 걸 극도로 좋아하지만 달콤한 음료는 좋아하지 않는다. 달콤하게 맛있는 것을 씹지 못하고 목구멍으로 넘기는 느낌만 있다는게 불충분한 행복이기 때문이다. 말도 안되는 논리같긴 하지만 달콤한 음료를 마시고 나면 확실히 억울한 느낌은 있다. 마음이 우울할 때 심리적 허기를 메꿔주는 것이 나에겐 달디단 아이스크림이다. 


고등학교때 즐겨보던 시사프로그램중에 W라고 매주 금요일 밤에 세상의 이면을 엿볼 수 있는 시간이 있었다.베스킨라빈스 가문에 유일한 남자 상속남이었던 사람이 어릴적 무한대의 베스킨 라빈스 아이스크림과 몸에 좋지 않은 음식들을 먹고 늘 아팠으며 지금은 환경운동가로 활동하고 있었다. 그 후, 아직도 충격이 가시지 않은 베스킨 라빈스의 비밀은 베스킨라빈스 빼고 더 몸에 좋을지도 모르는 맛있는 아이스크림을 찾게 되는 부작용을 낳았다. 

  

뉴욕여행을 하다보면 평소에 한끼를 줄여서 이 날만큼은 그동안 아껴둔 끼니를 다 더해 하루에 한 10끼쯤 먹을 수 있다면 생각하게 된다. 그만큼 먹고 싶은 음식은 많고 들어갈 수 있는 배는 한정적인 아쉬움이 많은 도시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먹기위해, 소화시키기위해, 지하철을 최소한으로 타고 무릎이 떨리고 발바닥의 감각이 무뎌지도록 걷고 또 걷는다. 끼니가 중요하다보니 디저트는 2순위로 밀려나는데 매 끼니를 풍성하게 잘 먹다보면 그 사이에 달콤함이 간절해질 때가 있다. old fellows아이스크림 가게는 nyu역 주위에 있는데 전 날밤부터 맛집 랭킹 앱인 yelp를 뒤져 찾아낸 곳이었다. big gay icecream이 가장 인기가 많았는데 트럭이었나? 멀었나? 이날의 동선이 맞아 뜨거운 여름날 푹푹찌는 아스팔트위를 걷고 또 걸어 이곳에 도착했다. 

 이 집을 떠올리면 단연코 웰메이드 아이스크림이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스친다. 재료도 진짜 좋은 거 쓴다는게 느껴졌고 아이스크림도 달콤함의 밸런스를 너무도 완벽하게 잘 맞춘 아이스크림이었다. 본격적인 유학생활 전이라 팁에 인색할때였는데 진짜 기쁜 마음으로 팁을 주었다. 친절하기도 했고 매장에서 귀퉁이에 앉아 아이스크림을 즐기는 동안 이 동네에 사는 초등학교 남자아이와 아이의 엄마가 와서 늘 먹던 아이스크림을 주문하는 포스로 이곳을 찾는 것을 발견했다. '미국에 밴 엔 제리 아이스크림이 있는데 굳이 아이스크림 가게에까지 와서 음식을 먹을 필요가 있을까?'싶었지만 이곳에서 더위를 뚫고 아이스크림을 먹어볼 가치가 충분히 있음을 깨닫게 했던 곳이었다. 벤엔제리도 정말 맛있지만 이곳의 아이스크림은 섬세하게 달아서 좋다. 

일본 도쿄 시부야에서 먹었던 아이스크림, 그러고보면 맛있다고 소문난 혹은 프리미엄 아이스크림은 커피값을 훌쩍 넘는다. 이것도 500엔이 넘었고 미국도 5불이 넘는 금액이었다. 유제품이 신선하다는 것도 느끼게 했고 미국보다는 훨씬 단맛이 덜하지만 소프트 아이스크림 본연의 맛에 충실한 맛이었다. 맥도날드 아이스크림도 정말 좋아하지만 맥도날드에 비해 이곳은 입자가 얇아서 부드럽게 달콤한 목넘김에 거침없다. 차가운 걸 급하게 먹다보면 머리가 먹먹해질만큼 띵해지는데 그걸 감수하더라도 끊임없이 넘어가는 아이스크림이었다. 한가지 단점은 일본에서 가장 불친절한 가게였다. 시키는 사람이 민망할 만큼말이다. 그리고 아이스크림을 인원수대로 시키지 않으면 자리에 앉을 수없어 쫓겨내보내는데 친구와 후식차 먹으려던 아이스크림이 예상보다 비싸 하나만 시키고 일본말도 못하는데 그렇게 눈치로 쫓겨났던 기억이 있다. 

미국음식중에 뭐가 제일 그리워? 혹은 미국에 있는 음식들 중에 어떤 걸 한국에 가지고 왔음 좋겠어?라고 물으면 나는 하나같이 유제품류를 이야기한다. 단연코 DQ(데일리퀸)아이스크림이 그렇고 GREEK GODS YOUGURT라고 WHOLEFOODSMARKET이나 다른 식료품가게에도 유통되는 요거트인데 두개의 공통점이 유제품이 하나같이 "꾸덕"하다. 친구 생일파티를 2박 3일동안 하고 기숙사로 돌아오는 길에 휴게소 같은 곳에 잠시 들려 난생처음 DQ를 맛보았다. 진짜 허겁지겁 맛있게 먹었는데 우연히 그 시골의 DQ사장님이었던 한 할아버지와의 짧은 대화에서 내가 캐나다에 사는 1년동안 처음 먹어보는 아이스크림이라는 대답을 하자 굉장히 놀라하셨다. 물론 이곳에 데려간 내 캐나다 친구도 어떻게 아직 이 아이스크림을 먹어보지 않았냐며 한탄을 했다. 아이스크림 케이크도 팔고 맥도날드처럼 감자튀김같은 패스트푸드도 함께 판다. 체인점인데 4불이 넘는 아이스크림이 충분히 가치있게 느껴지는 곳이 DQ다. 와플콘도 맛있었지만 아이스크림이 녹을까봐 저렇게 하얀깔대기를 끼워주는게 더 감동이었다. 맥플러리처럼 오레오를 섞은 것도 이 가게의 대표메뉴고 그만큼 맛있다. 하지만 소프트 아이스크림 본연의 맛 그대로를 제대로 살린 아이스크림을 먹을 수 있는 곳이 DQ고 춥디 추운 캐나다에서 (1년중 9개월이 겨울인 나라에서) 아이스크림가게로 명맥을 유지할 수 있는 건 독보적인 맛의 비결아닐까.

한국에 와서도 유명하다는 아이스크림을 먹어보았다. 이름하여 소금아이스크림인데 단짠단짠의 조화를 아이스크림에 옮겨두었다. 그리고 씨리얼들을 선택해서 토핑으로 올리는데 함께 간 일행은 소금아이스크림 특유의 중독성이 있다며 좋아했지만 꽤 비싸고 볼거리도 많았던 아이스크림을 한 입 먹고 두번째 숟가락은 손이 가질 않았던 맛이었다. 단짠단짠은 옳지만 다 옳은 건 아니라는 예를 보여줬던 아이스크림이었다. 아이스크림이라고 다 옳은 것도 아닌 것처럼 말이다. 

 라뒤레 마카롱샵은 이미 한국에도 들어와있고 일본에서 마카롱 악세사리를 직구할만큼 여자들이 좋아라하는 브랜드의 마카롱샵이다. 엄마와 센트럴 파크를 걷다가 지쳐서 주위에 가까운 아이스크림 가게를 찾았는데 어퍼이스트사이드쪽으로 몇 블럭 버스를 타고가서 사먹었다. 엄마는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그동안 돌아다녔던 뉴욕과 사뭇 다른 분위기에 압도된다며 립스틱을 바르셨다. 역시 여자의 자존심은 메이크업이란 말인가. (하하)

 피스타치오 아이스크림이었는데 가게의 디자인만큼 맛은 따라주지 않아서 수고만 더 늘었던 아이스크림이었다. 그냥 이곳의 아이스크림을 굳이 찾아서 먹을만큼의 특별한 맛은 느끼지 못했다. 마카롱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 이유도 있는 듯 하다. 

벤엔 제리의 맛이 다양하게 구비되어있는 슈퍼마켓=바람직한 슈퍼마켓

이 공식은 내가 지었지만 정말 예외가 떠오르지 않을만큼 벤엔 제리는 맛있다. 맛있을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종류가 여러가지인데 판매가 잘 되지 않으면 단종시켜버리고 묘지를 만들어준다. 그만큼 사람들의 기호에 따라 움직이는 아이스크림이다. 미국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메로나 아이스크림만 봐도 '이곳 사람들이 크리미한 아이스크림을 즐겨 찾는구나.'를 알 수 있다. 벤엔제리는 재료를 넣는데 있어 아낌이 없다. 라스베가스 뉴욕뉴욕 호텔에서 독일 친구가 벤엔제리 가게를 발견하고 홀린듯 들어가서 함께 사먹었는데 그때부터 나도 벤엔제리의 진가를 알게 되었다. 이국주가 자신의 집에 라면을 색깔별로 정리해두면 부자가 된 기분이라는데 벤엔제리의 맛있는 맛을 골라 냉동실에 그득 그득 채워두는 상상만으로 부자가 되는 기분을 느낀다. 학교에서도 친구들이랑 Grocery shopping이야기를 하다가 학교 주변의 슈퍼에 어떤 맛 재고가 들어왔다는 이야기가 소식이 될만큼 벤엔제리는 우리나라로 치면 투게더와 같은 국민아이스크림이다. 

창피해서 어디가서 말하지도 못했던 이 의문의 아이스크림에 대한 정체를 밝힐때가 왔다. 한국에 3주쯤 나왔을때 시카고에서 다시 2시간을 가야하는 여정이었는데 환승시간이 4시간쯤 남았다. 이미 한번 시카고를 다녀온 뒤라 익숙한 시내에 가서 몇가지를 더 사고 돌아올 예정이었는데 막상 공항을 나서려니까 시내까지 나갔다오면 비행기를 놓칠것만 같은 불안함에 반쯤 가다가 어딘지도 모르는 곳에 내렸다. 이렇게 내리니 너무 황당하고 아까운 마음에 무작정 칼바람을 맞으며 가게들을 둘러보았는데 11시간이 넘는 비행을 보상이라도 해주듯 아이스크림집에 들어가 딸기 아이스크림을 시켰다. 아이스크림 하나 입에 물고 다시 공항에 갔는데 내 비행기 시간까지 3시간정도 남아있었지만 '비행기를 놓친 것보다 나은 선택이 딸기 아이스크림이었음'을 생각하며 마음을 다독였다. 퍼실퍼실하게 달콤한 아이스크림이었는데 순간의 당충전에 충실한 맛이었다.

옥빌에서 토론토로 다시 버스를타고 몬트리올로 향하는 여행중에 휴게소에서 화장실을 갔다가 사설 슈퍼에 그냥 화장실을 쓰게 하고 내려주다보니 하나 사먹게 된 아이스크림이었다. 어릴 적 이가 까매지도록 오레오 과자를 좋아했는데 아이스크림으로 먹다니 너무 신기했다. 신기함은 남았지만 모험이었음을 알게했다. 아그작거리는 오레오의 씹는 맛이 부족해 아쉬웠던 아이스크림이었다. 


백미당에서부터 상하목장에서 가지고 온다는 폴바셋 아이스크림까지 우리나라도 맛있는 프리미엄 아이스크림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아이스크림 전용 매장도 좋지만 전국적으로 퍼질 수 있는 대중적인 가격과 맛 모두 충실한 벤엔 제리, 데일리 퀸 같은 아이스크림 매장도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추울때 먹어도 맛있는 아이스크림, 맛있게 달콤한 아이스크림을 주변에서 쉽게 할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래본다.

매거진의 이전글 먹방이 가져다 준 객관적 맛집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