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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이쑤 Oct 12. 2015

먹방이 가져다 준 객관적 맛집

관광도시에서 바가지없이 만족스러운 미식여행이 가능해졌다

수요 미식회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재미도 없고 매주 나오는 게스트와 패널 사이는 어색하기 그지없으며 신동엽과 전현무가 모든 음식을 먹지 않고 오는 점이 불만스러웠다. 하지만 인정해야만 하는 사실은 수요미식회는 몇년전 1박 2일이 국내여행의 새로운 지평을 얻은 것 이상의 콘텐츠들을 생산해내고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왜냐하면 한국인은 먹을 것을 사랑하고 지금은 특히나 음식이 나오지 않는 방송이 어색할만큼 먹방의 시대이기때문이다. 일본의 경제 위기가 장기화되었을때도 우리나라의 지금처럼 온갖 채널에 먹는 것으로 모든 방송 소재가 채워져있다고하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이러한 현상이 그대로 실현되고 있는것을 보면 저성장의 늪에서 발버둥칠수록 발을 빼지 못하고 가라앉고있음을 체감하게한다.


전주 콩나물 국밥집 "왱이" 국물의 시원함은 서울에서 먹어본 전주 콩나물 국밥이 한수위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겐 더 객관적인 "음식" "맛집"을 다룬 콘텐츠들이 필요하다고 느끼게한 전주여행이었다. 경상도에서 자라 똑같이 차를 타고 세시간이면 서울을 가지 전라도는 가지 않았고 가볍게 떠나고 싶을땐 두시간쯤 걸리는 부산을 찾았다. 그냥 전라도는 제주도보다 더 멀게만 느껴지는 "마음이 먼" 지역이었다.

그렇게 막막함과 어색함을 뒤로한채 단풍이 들기전에 이른 단풍여행을 다녀왔다. 전주라는 장소를 정하고 블로그 마케팅에 놀아나고 싶지않아 선택한 것이 수요미식회에서 꼽은 전주 맛집이었다. <한국집>을 찾았는데 아니나 다를까 점심시간대에 웨이팅이 1시간 30분을 넘어있었고 번호표를 뽑아놓고 pnb풍년제과의 긴 줄에 다시금 놀란 후 눈 앞에 보이는 국밥집에 들렀다. 겉으로 보기에 꽤 유명한 집같아 보여서 간단하게 허기를 달래려고 들렀는데 개인적인 국물 취향이 얼큰하고 칼칼한 것을 선호해서인지 서울에서 먹었던 몇몇 콩나물 국밥집보다 훨씬 국물이 순하고 심심했다. pnb풍년제과도 이젠 백화점에서 마음만 먹으면 자주 맛볼 수 있고 오리지날이라고 하지만 처음 먹을때부터 이곳의 초코파이가 유독 맛있다거나, 역시 다른 원조의 맛을 느끼진 못했다. 대전 성심당의 튀김 소보루가 더 '다음번에도 찾고 싶어지는 맛'을 내는 듯했다.  

그렇게 웨이팅 번호를 기다리기 위해 한옥 마을을 돌았는데 명동보다 사람들이 더 많았다. 분명 미식의 도시 전주에선 3시가 넘은 시간이면 밥을 먹고 움직였을만한데 손엔 하나씩 군것질 거리가 들려있었다. 하지만 명동이나 이태원이나 대학가나 전주 한옥마을이나 대한민국에서 먹을 수 있는 디저트와 카페는 극도로 획일화되어있음이 슬펐다. 프랜차이즈가 음식의 신선도나 질에 대해서 기본 이상을 보증할 수 있을만큼 본사에서 관리가 들어가서 더 믿음직스럽기도 하지만 원래 동네마다 있었던 특색있는 떡볶이 가게는 모두 죠스떡볶이가 대신했고 얼음 가는 소리가 귀를 울리게 했던 팥빙수가게는 모두 설빙으로 변해있었다. 프랜차이즈뿐 아니라 대한민국에서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라면 하나같이 지팡이 아이스크림, 오징어 튀김, 츄러스등을 팔고 있는 것이 정답사회에서 이런 기본적인 먹거리마저 정답을 쫓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 그리고 음식에 대한 위생관념과 장인의식을 가지고 책임감있게 가게를 운영한 곳만 살아남아 특색을 유지하고 손님과 돈을 끌어다 모으고 있었다.


결과론적으로 수요미식회가 선택한 비빔밥은 환상적이었다. 모든 재료는 신선했고 간을 잘 맞추고 있었으며 품격있고 몸에 좋은 한끼 식사를 가치를 제대로 느끼게 해주었다. 반찬의 정갈함과 손이 많이 가는 재료들임에도 불구하고 정성이 녹아있었다. 그리고 서울의 백화점에 입점되어있다는 사실이 반가웠다. 여지껏 먹었던 비빔밥과 이 곳 한국집 비빔밥의 명칭이 같다는 사실이 의아할만큼 재료 고유의 맛이 잘 섞여 건강과 맛을 함께 충족할 수 있었다.

그리고 저녁엔 담양으로 넘어갔다. 담양엔 아직 수요미식회가 다룬 적이 없어 이영돈의 먹거리 x파일에서 다룬 음식점을 찾았다. 맛에 대한 보증보다 못해도 재료만큼은 좋은 것을 쓰는 착한 식당이란 신뢰로 찾았고 역시나 한시간이 넘는 웨이팅끝에 마지막으로 입장할 수 있게되었다. 그리고 대통밥은 하나밖에 남지 않아 하나만 시켰는데 떡갈비가 예술이었다. 음식이 나오기까지 기다리면서 옆테이블에 앉은 사람들을 유심히 보는데 사람들이 하나같이 음식을 먹는데만 집중하지 대화가 오가고 술을 먹는다거나 하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심지어 두번, 세번 씹고 삼키기가 무섭게 다음 음식을 집어넣는데 배가 고파서 급하게 먹는 것과는 달라보였다. 정말 신기하게 식탐이 많은 사람들인가보다 생각했었는데 음식이 나오고 우리도 두세번 씹고 넘기고 다음 음식을 집어넣는데 바빠보였다.


 진짜 맛있는 음식은 간을 잘 맞춘 음식임을 전라도에서 체감하게 되었다. 그리고 쌀의 찰기와 윤기, 반찬과 메인 요리의 밸런스가 잘 맞춰져 입이 행복한 것이 이리도 삶의 질을 높이게 되는 일임을 알게 되었다. 어딜 가서 좋은 것을 보는 것보다 맛있는 것을 먹는 것이 우선이 되어도 풍성한 여행이 될 수 있음을 깨달았다. 그리고 방송이 오랜 시간동안 지속될수록 정체성을 잊지 않고 그 동네를 처음 찾는 사람들에게 지표가 될 수 있는 맛집 선정에 더욱 큰 정성을 쏟았으면 한다. 

 사람입맛에 따라 음식점의 호불호는 나뉠수 있다. 하지만 내 입에도 맛있는 것은 남의 입에도 맛있다는 이야기를 나는 믿는다. 서민들이 허용할 수 있는 예산안에서 맛있고 정성스러운 전국의 맛집들을 앞으로 더 많은 방송에서 이야기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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