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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이쑤 Mar 10. 2016

건강하게, 맛있게, 자신있게!

풀때기 찬양론

 역설적이게도, 나는 정크푸드를 사랑한다. 다이어트를 할때 제일 땡기는 음식이 갓 튀겨낸 프렌치 프라이고, 스트레스를 받을때 가장 간절한 음식이 콘 아이스크림이다. 정크푸드에 대한 애정이 이정도까진 아니었는데 캐나다와 미국을 오가며 짧은 유학생활을 할 때 가장 큰 변화가 내 입맛이었다. 술은 먹지 않지만 술먹은 친구들과 함께 해장은 햄버거와 피자로 하고 있는 내 자신을 발견했다. 그렇게 변해버린 입맛과 함께 내 체형도 서구형으로 변했고 나는 무언가 달라져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타인의 평가기준에 의해 시작하게된 다이어트와 함께 식습관을 개선하기 시작했다. 사실 아직까지도 언젠가 미국 동네 곳곳에 소문난 햄버거 맛집들을 찾아 전미 투어를 하고 싶은 욕망이 있었고 그 꿈은 아직 내 마음속에서 사라질 생각은 않고 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나는 샐러드에 한끼 식사 값을 지불하는 것이 가장 돈아까운 소비행태라 생각해왔다. 샐러드로 5불, 7불을 줄거면 차라리 한끼를 제대로 못먹더라도 베이글이나 달콤한 디저트로 대신하자는 생각이 나를 지배했다. 하지만 서양음식에 익숙해지면서 가장 그립고 생각나는 음식이 그릭 요거트였다. 다이어트를 하든, 하지 않든 내 오감을 즐겁게 해주는 음식이었고 자연스럽게 그릭 요거트에 어울리는 메뉴들을 찾아 나서기 시작했다. 누군가의 강요에 의해서가 아니라 자발적으로 요거트 사랑에 의해 음식들을 맞추다보니 이젠 먹었을때 몸이 가볍고 보기에 푸짐하고 예쁘게 담긴 음식들을 쫓아다니기 시작했다. 

"뭘 먹을래?"라는 질문에 나는 어김없이 "고기"를 외쳤지만 나이가 1살, 2살 먹으면서 나는 먹었을때 소화가 불편한 음식들을 머릿속에 기억해두기 시작했다. 그래서 처음으로 자연스럽게 멀리하게 된 음식이 중국 음식이었고, 두번째가 라면, 세번째는 치킨, 결국 네번째는 오매불망 사랑해 마지않던 육류로 넘어갔다. 먹을땐 세상을 다 가진듯 행복한데 먹고나면 속이 더부룩하고 소화가 어려워 몸을 움직이는게 둔해지는 걸 느끼면서부터 맛있는 샐러드만큼 제 값주고 먹어도 가치있게 느껴지는 음식이 없었다.

 최근에 먹었던 샐러드는 ifc몰에 위치한 올리브 마켓에서 만원 언저리에 주고 먹었던 닭가슴살 샐러드였다. 드레싱을 따로 고를수 있어서 평소에 먹어보지 못하는 드레싱을 이렇게도 콤비네이션이 가능한지 느낄 수 있었고 자극적이지 않고 원재료 그대로의 맛을 입 안 가득히 전해지는 것 같아 더욱 값졌던 식사였다. 그 대상이 바뀌어가고 있을 뿐, 여전히 음식에 대한 욕구는 다분한지라 먹을땐 최대한 열과 성을 다해서 먹고, 먹을때도 충분히 맛있다고 느껴야 억울함이 덜하다. 샐러드먹고 배부르다고 말하는 여자아이들을 보고 속으로 '공주병인가?' '왜 여린척이야?'란 생각을 했을만큼 샐러드에 대해 나는 철저히 회의론자였다. 하지만 꽤나 비싼 샐러드였던만큼 양도 푸짐하고 특히나 버섯이 종류별로 들어있어서 씹다 지쳐서 샐러드 한 bowl을 다 못먹고 left over해왔다. 샐러드는 그렇게 들고다니고, 싸오기도 간편해서 좋은 점을 또 발견했다.

 스타벅스를 좋아한다고 말하면, 
커밍아웃에 가까운 용기가 필요할만큼 
'된장녀'이미지를 벗어날 수 없다. 

 

 하지만 다른 사실 다 제쳐두고 스타벅스가 이제 제대로된 클렌즈 주스와 샐러드를 팔고 있는 점만 보더라도 스타벅스는 시대의 흐름을 반발짝 앞서가서 대중들을 따르게 만드는 힘을 가진 기업임은 확실하다. 이미 유럽부터 미국에서는 5,6년 전(최소 내가 미국/캐나다 문물(?)을 본격적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할때)부터 사람들은 맛있는 샐러드로 한끼를 대체하고 몸을 맑게 정화시켜주고 가볍게 만들어주는 클렌즈 주스에 지갑을 여는데 열광하고 있었다. 한국음식이 대체적으로 기름진 서양음식에 비해서는 다이어트 식품에 속해서, 혹은 쌀이 주는 곡기의 든든함때문인지 몰라도 이제 가로수길이나 요즘 뜬다는 음식점에선 하나같이 보기좋고 칼로리 낮으면서 맛있는 샐러드를 만들고 여자들은 인스타그램에 샐러드 맛집샷을 인증하고 있다. 이젠, 스무디킹이나 망고식스처럼 디저트나 커피 대용의 달콤한 주스의 개념이 아니라 영양소 파괴를 최소한으로 줄이고 싱싱한 식자재를 혼합해 만든 클렌즈주스가 대세다. 맛으로 따지면 초록색을 띤 그린 클렌즈 주스가 제일 텁텁하게 맛이 없지만 먹고 나면 가장 포만감있고 몸이 가벼워지는 효과를 동시에 누릴 수 있어 좋아한다. 칼로리를 따져가며 먹는 시대는 지났다. 물론 칼로리가 많으면 곤란하겠지만 적당한 칼로리에 한가지 음식을 먹어도 몸에 좋은, 어떻게 만들었는지 스토리 텔링이 확실한, 가격대가 적당히 높은, 디자인과 브랜드에 신뢰가 가는 먹거리에 2030 여성들이 반응하기 시작했다. 자신이 먹는 것이 곧 자신의 몸이니까말이다. 도넛을 먹으면 그대로 허리에 도넛이 생기는 무서운 속담이 떠오른다. 

 요리에 대한 감각이 1도 없어서 아무리 요리에 다가가려고 해도 요리가 나를 자꾸 밀어낸다는 느낌을 받아 한동안 요리를 두려워하고 스트레스받아했다. 하지만 건강하게 먹는 법을 youtube를 보고, pinterest, tumblr 등의 각종 매체에서 영향을 받고, 이효리같은 셀럽들의 먹고 사는 법에 관심을 가지다보니 자연스럽게 내가 직접 '맛있고', '예쁘게' 만들어 먹는 것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주변에서 고를 수 있는 선택권중 내 입맛에 가장 맛있다고 느끼는 요거트와 칠레산 포도를 썰어 한끼를 먹으면 시간이 지나고 적당히 기분좋은 공복감에 몸이 한껏 가벼워진다. 언제부턴가 그 느낌이 없으면 자기 전에 '내일 자고 나면 살이 찌겠다.'는 불안함이 나를 괴롭히는 부작용도 있지만 보기에도 좋고 맛도 좋은 음식으로 한끼를 건강하게 떼운다 채운다는 느낌이 일상의 소소한 뿌듯함으로 자리하기 시작했다. 

 미칠듯이 허기가 지는 아침에, 커피를 멀리하고나서 무언가 적당히 든든한 음식을 찾을때 요거트에 과일만큼 바람직한 메뉴는 없다고 생각한다. 뿐만아니라 휘핑크림 가득 얹힌 허니버터브레드나 초코케익보다 덜 자극적이면서 달콤한 것이 땡기는 욕구를 잠재워주는데도 일조한다. 

 스타벅스와 커피빈에서 파는 올가니카 클렌즈 주스가 아니라 생과일 주스를 좀 더 적나라한 맛으로 맛보고 싶을때 적당한 선택권이 착즙주스다. 주문을 함과 동시에 굳이 설탕을 넣지 않아도 충분히 달콤하고 눈 앞에서 과일을 짜서 만드는 모습을 보여주기때문에 신선함은 배가된다. 하지만 클렌즈주스는 먹는데 향이나 맛이 조금 쎄긴 해도 먹고나서 포만감이 있어 '간단한 식사'의 개념이 강한데 이런 착즙주스는 그냥 '디저트 대용' 혹은 '음료 대용'의 주스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먹을때 조금 짜증난단 생각을 하기도 했다. 원채 달콤한 음료를 좋아하지 않을뿐더러 콜라를 마실때 주는 끝맛의 달콤함이 머리를 띵하게 하는 기분이 싫어 일반 콜라를 잘 마시지 않기 때문이다. 마실때 맛있단 생각도 없이 칼로리를 섭취하는 것만큼 불쾌한 배부름은 없다.

 처음 친구들을 이효리 코스프레 시켜준다고 꼬득여서 슬런치 팩토리에 데리고 가면 사진을 모든 각도에서 다 찍은 후에 첫 입을 겨우 뜨고 굉장히 인상이 굳어진다. 한결같은 반응이다. "그래, 역시 몸에 좋은 음식의 맛은 다 이렇잖아." 그런데 이런 간도 되지 않고 니 맛, 내 맛도 없는 이 묘한 맛에 빠지면 중독성이 있어서 생각난다. 이정도 양에 이런 음식에 이 값을 주고 먹었다는 패배감에 계산을 하고 식당을 빠져나오는데 집에가서 생각해보면, 혹은 일상의 자극적인 식생활에서 먹다지친 현대인들에게 제일 간절한 음식이야말로 채식을 지향하는 덜 자극적인 비건 음식이다. 그렇다고 비건을 하고 싶지도, 그럴 자신도 없을만큼 여전히 고기는 삶에서 꼭 필요한 존재라 생각한다. 뿐만아니라 주변에 비건친구들 덕택에 고기같은 두부며, 남들 햄버거 먹을때 옆에서 과일 스무디로 한 끼를 대신하는 메뉴들을 자주 맛보고 케이스를 볼 수 있는데 비건을 선택하는 것이야 지극히 자신의 취향이라지만 여전히 비건에 대해서 너무 장기간 하면 몸의 면역력을 앗아간다는 케이스들을 많이 주워들어서 나의 건강을 위해서라도 앞으로 비건을 외칠 생각은 없다.  

 고기가 들어가지 않으면 밥을 먹은게 아니라는 해로운 아집에서 벗어나 요거트와 함께 건강하고 맛있는 한 끼 식사로 끼니를 해결할 수 있다고 인식의 전환점을 만들어준 메뉴가 바로 크렌베리를 넣은 참치다. 사실 여기에 양파에 조금의 마요네즈같은 소스가 들어가는데 참치 본연의 맛을 느끼기에 충분할만큼 건강하고 맛있는 조화였다. 거기에 아삭거리는 양파와 달콤하면서 새콤한 크렌베리까지 가세해 김치없인 살아도 크렌베리 튜나가 냉장고에 떨어지면 불안할만큼 주식처럼 일용할 때가 있었다. 나는 이 메뉴를 홀푸드 마켓이라는 미국 유기농 마트에서 처음 접하게 되었는데 원하는 양만큼 살 수 있어서 편리했고 또 맛이 기본 이상을 한다. 조금 비싸더라도 좋은 재료로 쓰면서 맛있게 만든 음식에 대한 신뢰와 홀프드라는 브랜드에 대한 애정이 지갑을 열게하는데 충분한 매력요소로 작용한다. 특히나 대가족이 아니라 혼자 먹는 식단에 많은 양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보니 더욱 내 입에 들어가는 것은 좀 간단하면서도 맛있는 것을 찾으면 거기에 기대서 다른 메뉴를 대체하는데 크게 눈을 돌리지 않았던 것 같다. 요거트야 한국에서 내가 맛본 유제품의 꾸덕함과 크리미함을 한번에 느낄 수 있는 맛을 찾지 못했지만 이 메뉴같은 경우엔 한국에서도 충분히 만들수 있는 메뉴인데 귀찮다는 이유로 흐지부지 하고 있다. 혹은, 요거트에 비해서 덜 좋아했기 때문에 이 맛을 덜 그리워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여전히 빼놓을 수 없는 고기와 조금의 밥, 그리고 한국인은 물론이고 아시안도 몇 없었던 캐나다 옥빌에서 김치라는 메뉴를 발견하고 반가워 접시에 담았는데 김치의 맛은 더욱 아니고 기무치의 맛이라고 하기에도 한참은 어설프고 모자란 맛이었다. 외국에서 현지의 맛을 기대한 내가 과욕이었다. 


 홀푸드에서도 트레이에 음식을 담을때 보면 날씬하게 늘 몸 관리하면서 트레이닝복 입고 운동에 친근한 여자들을 보면 반절은 샐러드고 반절은 조금의 옥수수등의 탄수화물 혹은 생선이나 닭가슴살류의 단백질이었다. 하지만 나처럼 이렇게 큰 볼에 음식이 가득 담겨있지도 않았고 이 용기에 반정도 겨우 채운 것이 전부였다. 거기에 늘 들어가는 과일은 토마토 혹은 미니토마토였다. 그 사실을 당시에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배는 차지 않았기때문에 끝까지 내가 먹고 싶은 음식들만 고수하면서 마음속으론 '저렇게 먹어야 살을 빼는데.'라는 생각만 하느라 먹고도 마음은 불편했던 기억이 있다. 

 주인공이 나타났다! 

홀푸드 말고 다른 식료품 슈퍼에서도 발견한 적이 있는데 내가 홀푸드에 빠지게 된 가장 큰 계기가 이 GREEK GODS YOGURT 허니 바닐라 맛이었다. 진짜 이 맛이 너무 그리워서 한국에서 제일 가까운 미국땅인 괌이나 하와이에 홀푸드가 있는지 확인했었다. 진짜 이 요거트의 꾸덕하면서 풍부한 풍미의 맛은 입안에 들어가면 스르르 녹아버린다. 내가 이 아이스크림을 그리도 찬양하면서 지인들에게 추천해줬더니 맛보고 당장 홀푸드에 들러 방안에서 까먹는데 귓가에 종이 울리는 맛이라고 이 많은 양을 한 큐에 먹었다는 에피소드를 들었다. 나는 아까워서 절대 그렇게는 못먹고 하루에 한 스쿱씩 진짜 온 몸에 아드레날린이 퍼질만큼 행복하게 만들었던 요거트였다. 그래서 벼르고 벼르다 엄마가 졸업식겸 학교에 와서 캐나다를 떠나는데 꼭 맛보여주고 싶다며 들이밀었는데 엄마도 한 통을 손에 들고서는 바닥이 보이도록 맛있게 요거트를 비워내셨다. 말은 그렇게까지 맛있는 것은 아니라하시면서 요거트의 바닥이 들어낸만큼 그처럼 뿌듯한 순간은 없었다. 


 나는 여전히 갓튀긴 프렌치 프라이에 무너지고 누가 "탕수육 먹을래?" 하면 "콜"을 외친다. 하지만 이젠 과도한 지방이 함유된 음식이나 탄수화물로 뭉친 음식이 주는 포만감을 넘어선 더부룩함을 누구보다 예민하게 인지하는 법을 배워가고 있다. 평생 몸에 좋은 음식만을 먹을 순 없고, 평생 몸에 안좋은 음식을 내 몸에 집어 넣다간 늙어서 고생한다. 그리고 늙는 와중에도 곱게 늙을 수 없다. 이틀만 좋은 음식으로 몸을 가볍게 만들어도 피부 톤부터 개선되는 것이 없을만큼 이너뷰티는 세상에 좋다는 화장품보다 절대적인 영향력을 끼친다. 

 이렇게 건강한 음식에 마음을 열기 시작한 지금의 나는 적어도 자신할 수 있다. 아주 일상적인 끼니는 최대한 건강하게, 가끔의 일탈은 20년을 넘게 정크푸드에 적응해온 내 몸이 서운하지 않도록 적당히 그 균형을 맞춰 먹는 것이 더는 해야하는 과제처럼 힘들고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사실말이다. 지금부터 수많은 간단한 레시피와 내 입맛에 맞는 재료와 방법을 찾아 나는 많이 사먹고, 또 내가 직접 그리고 자주 요리해 먹을 것이다. 여기서 확실히 해야하는 것은 보기에도 좋은 음식이 먹기에도 좋다는 것이다. 나를 아끼는 가장 첫번째 스텝을 잘 떼고 있는 것 같아 만족하고 이런 변화에 나를 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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