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이쑤 Mar 16. 2016

보통날의 디저트

달달한 게 간절해지는 날이 있다.

핀란드 헬싱키에서 비싼 물가에 놀란 마음을 잦아들게 해주는 맛있는 초콜렛

 대한민국, 아니 아시아에서 태어난 여자들의 평생 숙명인 다이어트에 시달리다보면 디저트를 먹는 것 자체만으로 죄책감이 드는 때가 있다. 그래서 작정이라도 한 마냥 외국에 나가면, 자주 오지 않은 기회를 이용해 더 집중해서 여행하기 위함이라 자신을 다독이며 찾게 되는 달달한 것들은 여행자의 입을 즐겁게 한다. 단순히 순간의 달콤함에 올라가는 당수치에 기분이 좋아짐은 물론이고 현지의 색다른 달콤함의 기준을 느낄 수 있는 척도가 된다. 


 헬싱키 디자인에 눈이 멀어 당일치기 일정으로 헬싱키에 들렀던 적이 있다. 엄지손가락만큼의 스시라 불리는 김밥 다섯조각에 2,3만원을 호가하는 물가에 거품을 물고 배가 더 고파왔다. 그리고 핀란드의 명물 초콜렛이라 불리는 fazer에서 초콜렛 한뭉치를 사고 전차에 올랐다. 우리가 아는 초콜렛 그 맛이지만 현지에서 먹는 초콜렛의 맛은 뭔가 특별함이 녹아있다. fazer초콜렛은 그 명성대로 맛있게 달콤했으며 헬싱키 디자인처럼 정갈한 뒷맛에 식감이 굉장히 부드러웠다. 그리고 아무리 먹어도 목이 마르지 않을만큼의 기분좋은 달콤함을 전달해주기 충분했다.

 러시아 국영 백화점인 굼백화점에서 명물 디저트가 해서 먹어본 동그란 모양의 아이스크림을 한입 베어물었다. 러시아의 국민 초콜렛이라는 알룐까를 먹어보거나 이곳의 초콜렛을 먹어보아도 공통적으로 느낀 달콤함은 뭔가 밍밍했다. 달콤한 맛은 있지만 끝까지 달지 않은, 재료를 덜 넣었나 싶은 모자람이 내가 느낀 러시아 디저트였다. 러시아어를 하나도 못해서, 그리고 러시아를 잘 몰라서 하는 소리일지도 모르지만 모스크바는 나와 정말 궁합이 맞지 않는 도시였으며 볼거리도 먹거리도 한가지라도 만족할 것이 없는 곳이었다. 차라리 상트페테르부르크는 알고 싶은 호기심은 충분했고 다시 찾아도 기분좋게 반가울 것 같지만 모스크바에선 붉은 광장이고, 크렘린 궁이고 할 것 없이 굼백화점이 더 인상적일만큼 내겐 재미없는 도시였다.

 두바이에선 대추에 아몬드를 넣고 초콜렛을 묻히거나 카라멜라이즈한 데이츠라는 명물 디저트가 있었다. 두바이에 도착하는 순간 특유의 중동 향수냄새가 코를 찌르는데 평소에 맡아왔던 향수 냄새와는 확연히 다른 강한 자극으로 다가온다. 히말라야 핸드크림이나 로션을 발랐을때의 여운과 동일 선상에 있다 생각하면 이해가 빠를 것이다. '대추도 달콤하고 초콜렛도 달콤하니까 당연히 맛있겠지.'란 생각에 한 입 베어 물었는데 뭔가 물컹한게 영 내 입맛엔 안 맞다. 맛있게 달콤한 것도 사실인데 대추가 주는 달콤함과 초콜렛의 인위적인 달콤함이 뒤섞인 맛이었다. 그렇다고 극도로 달콤해서 꺼려지는 맛은 절대 아니다. 하지만 40대이상의 나이든 사람들이 먹었을 때 더 만족감이 높은 달콤함이었다. 그리고 데이츠를 맛보고 나서 현지 슈퍼마켓에 들렀는데 이 나라 사람들은 데이츠를 파는 곳에만 모여있었다. 공장에서 만들어진 데이츠가 아닌 매장에서 따로 만들어 파는 것을 한 봉지씩 사다가 장을 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강남 뉴코아아울렛이 새로 오픈했다하여 킴스클럽을 잠시 들르게 되었는데 리뉴얼과 함께 빵집도 새로 입점되어 있었다. 언제나 먹어도 질리지 않는 건포도 가득 박힌 딱딱하고 쫄깃한 바게트와 초코 스펀지 빵 그리고 6살때 입맛을 아직도 유지중인 동생을 위한 소세지빵을 샀다. 윗층에 있는 곤트란 쉐리에(크로와상을 제외한)보다 더 한국인의 입맛을 잘 공략한 맛을 구현해내고 있었다. 빵 하나, 하나가 자극적이지 않아 좋았고 모든게 다 적당히 기본에 충실한 맛이 훌륭했다.

 판교까지 멀어서 절대 못간다 해놓고 자꾸 찾게 되는 현대 백화점 판교점이다. 판교에 갈 일이 있으면 시간을 내서 평소에 자주 들리지 못하니까 더 보상심리로 현대 판교에 들리다 보니 다른 백화점보다 더 자주 찾게 되는 마성의 백화점이다. 


 이곳의 백미당 아이스크림은 명성과는 달리 아기 분유맛에 너무도 잘 녹았고, 짐승용량을 자랑하는 모히토바의 모히또는 오픈때부터 지금까지 언제나 기나긴 줄을 자랑하고 있었다. 인정할 수 밖에 없는 사실은 그 가격에 이정도 양이면 굳이 다른 곳에서 음료를 시키지않아도 되고 들고 다니면서 마시기에도 안성맞춤이긴 했다. 그리고 눈 앞에서 직접 짜주고, 만들어주는데서 오는 신선함도 충분한 메리트가 있었다. 홍대 언저리에 이천 쌀로 만든 젤라또가 유명하다고 해서 한번 가봐야지 했는데 옛날만큼 음식에 대한 열정이 사라졌는지 음식점 하나를 보고 굳이 그 집에 줄 서가며 먹을 필요성을 덜 느낀다. 그리고 이렇게 조금만 기다리다보면 백화점만 가도 편하게 입점되어 들어오니 더더욱 그것이 얼마나 피곤하고 귀찮은 일인지 알게한다. 로마에서 온 젤라또 G.Fassi는 예술이었다. 초콜렛도 맛있었지만 쌀맛이라고 하는 흰색 젤라또에는 흰 쌀 알갱이가 조금씩 씹히는데 아이스크림에 생 쌀 조합이 듣기엔 이상해도 오묘하게 맞아떨어지는 달콤함의 간극을 잘 조정해서 너무 맛있게 먹었던 디저트였다. 북유럽에서 와서 북유럽 물가를 자랑하는 joe & the juice에선 단 맛을 내는 인공 재료를 1도 넣지않아 너무 자연의 맛이었다. 더군다나 건강해지는 맛도 아니라 이도 저도 아닌 비싼 맛이었지만 나의 호기심에 대한 혹독한 대가를 지불했다. 줄 있으면 "헐, 저게 뭐라고" 하고 그냥 스치고 지나가곤 했었 는데 주말이어도 매그놀리아 베이커리에 대한 관심이 줄었는지 손님이 없길래 바나나 푸딩을 하나 시켜먹었다. 한국에 와서 매그놀리아 베이커리에서 먹었던 바나나 푸딩이 너무 그리워 그 맛을 재현한다는 상수동 치카리셔스를 찾았지만 대실망을 했었고 여기도 현지의 맛을 따라가기엔 한참 모자란 맛이었다. 왜일지 궁금해졌다. 재료는 여기처럼 그대로가 없을테고 내가 보기엔 바나나를 수급하는 과정에서 그 당도를 맞출 수 있는 바나나를 구하지 못했기때문에 joe & the juice나 매그놀리아가 하나같이 실망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이지 않을까?

 일본 갈 지인에게 하나같이 추천하고, 가족 중 일본을 나가는 사람이 있으면 무조건 galbo mini black 초콜렛을 사올 수 있는 만큼 5개나 10개를 사와달라고 한다. 이렇게 사고 있으면 옆 사람들이 무슨 맛이길래?하면서 하나씩 먹어보자고 하면 한봉지를 뜯어서 거기서 맛본다고 해서 내게 할당된 초콜렛 한봉지는 줄어들게 된다. 진짜 크런치하고 끝맛은 깔끔하게 달콤하고 블랙 초콜렛이라 텁텁하니 맛있다. 한 알도 꽤나 커서 한 알만 먹어도 충분한 포만감과 기분좋음을 선사한다. 


 요즘 최고 주가를 달리는 디저트 브랜드가 코코브루니가 아닌가 싶다. 예전부터 있었는데 요즘 백화점이나 고급, 혹은 유기농 식료품 어플에서도 늘 상위권을 차지하는 것이 코코브루니다. 이곳의 인기만큼 자몽주스도 생 자몽의 맛이 충분히 느껴질 만큼 맛있었고 타르트에 올려진 딸기도 신선했다. 뭘 시켜도 다 기본 이상으로 맛있고 브랜딩도 디저트 가게에 맞는 여자들의 충분한 로망을 충족시켜줄 수 있었다. 특히, 매장 인테리어와 패키지 디자인이 인상적이었다. 

 뉴욕에 가면 늘 대머리 아저씨 맥스브래너를 찾는다. 매장은 언제나 붐비기때문에 테이크아웃을 해서 유니온 스퀘어의 벤치에서 2배의 양쯤 되는 한 조각에 충분히 당충전을 하고 냉장고에 꽝꽝 얼려두곤 했었는데 서울에 들어와 반가워 찾았다. 꽤나 오랜시간 웨이팅을 하고 테이블 수에 비해 현저히 모자란 초콜렛 퐁듀를 담는 유리잔 갯수 덕에 자리를 잡아서도 한참을 더 웨이팅을 했다. 극도로 달콤했고 피자도 도우가 맛이 없었다. 베이글도 똑같은 재료를 써도 뉴욕이 그 온도와 기압이 제일 맛있을 수 밖에 없는 맛을 자랑한다고들 하는데 이곳의 초콜렛 피자도 삼삼오오 둘러앉아 입안 가득 진득한 마쉬멜로우를 먹는 맛을 재현하기엔 한참 부족했다. 쉐프가 만든 방법을 그대로 견습생이 만든 맛이랄까. 몽슈슈에서 애프터눈세트를 먹은 후로 그것보다 더 느끼하고 달콤해서 미칠 것 같아서 가게를 뛰쳐나온 초콜렛 퐁듀였다. 역시 달콤한 것은 자주, 많이, 욕심을 부리면 안 먹느니만 못한 해를 끼친다. 그리고 그 퐁듀를 굽다가 달아오른 볼과 느끼함에 요동치는 속을 부여잡기 위해 옆집의 fika에 가서 탄산수를 들이켰다. 그리고 다음 번 fika에 들러 하겐다즈 아이스크림 두덩이를 먹었는데 쫀득하니 맛있고 비쌌던 아이스크림 두덩이였다. 

 부산에 사는 친구가 서울구경한다며 꼭 집은 곳이 뽀빠이 화원이었다. 원래 문을 열지 않는데 가게에서 꼭 꽃을 사고 싶다며 한시간째 왔다갔다 물어보고 겨우 꽃 한다발을 사들고 눈앞에 보이는 카페에 앉았다. 참 정갈하고 예쁜 카페였다. 주인 입장에선 싫겠지만 그 카페가 조용해서 너무 좋았는데 시간이 좀 지나고나니 2층이 가득 찼다. 별 감흥 없을 수도 있지만 녹차라떼 위에 올려진 하트와 따뜻한 차가 서촌의 가볍고 따뜻한 동네의 온기를 전해주는 듯했다.

 여행을 하다가 최대 위기를 맞아 프랑크푸르트에서 강제로 인, 아웃을 할때 일주일을 넘게 머문적이 있다. 그때 이렇게 시간을 보내는게 아까워서 동네를 돌아다니다가 무작정 손님이 꽤나 있어보이는 카페에서 달달한 디저트를 하나 먹었는데 담백하게 달콤하고 가격도 너무 착해서 독일 디저트에 홀릭된 적이 있었다. 그리고 이태원 더베이커스 테이블을 찾았다. 언제나 옳은 초코 케이크와 브레첼 하나 그리고 흰 설탕 가득 올라간 케이크를 먹었다. 진짜 독일에서 먹던 그 맛을 그대로 재현해낸 듯한 정갈하게 달콤한 독일 디저트의 맛을 꽤나 합리적인 가격에 충실한 양까지 마음껏 맛볼 수 있었다. 서울역점에도 몇일전에 갔다왔었는데 이곳은 외국인이 서빙해서 영어로 주문을 할 수 있고 한국말로 해도 큰 어려움은 없을 것 같다. 손으로 원하는 메뉴나 사진을 보여주면 되니까 말이다. 주변에 빵 좀 좋아하고, 디저트 좀 좋아하는 친구 하나 있는 사람은 이곳을 데려가면 절대 실망하지 않는 어마어마한 매력을 가진 빵순이들의 천국과도 같은 곳이다. 

 추운 겨울날 인천을 찾았는데 진짜 할게 없었다. 날씨가 좀 풀리면 공원도 걷고 좋은데 삼둥이 집만 휘리릭 보고 고급 잔에다 담아주는 비엔나 커피를 시켰다. 한참 응팔이 유행이라 비엔나 커피를 먹어나 보자고 시켰는데 달지 않고 휘핑크림이 잔뜩 올라가 기름진(?) 커피맛이었다. 카페를 다니다보면 같은 스타벅스라도 지점마다 분위기가 달라 어떤 곳은 발길을 더 자주 하게 되고 어떤 곳은 더 피하게 되듯이 맛도 맛이지만 카페는 손님이 주는 분위기가 절대적인 것 같다. 

상하목장에서 만든 아이스크림을 cgv 여의도점에서 맛볼 수 있었다. 할인쿠폰을 주길래 하나 먹었는데 cgv 컵에다 팝콘을 반 넘게 깔고 거기 위에 아이스크림을 올려줘서 양이 너무 작다 싶었는데 팝콘 몇개에다 아이스크림을 얹여 먹는 맛이 쏠쏠했다. 한국에 놀러온 외국인에게 상하목장의 아이스크림을 맛보여주면 인상적인 한국의 디저트를 선보일 수 있는 기회란 생각이 들었다.

 역시 디저트에 강한 나라는 이태리인듯 하다. 신세계 강남에도 입점되어 있었는데 나는 신세계 본점에서 crema di montagna를 맛보았다. g.fassi보다 더 완성도는 높은 아이스크림이었다. 달콤함이 이리도 견고하게 전달 될 수 있는 아이스크림인 줄 이 아이스크림을 먹어보고 느꼈다. 조금 비싸긴 해도 세상에 진귀하고 맛있는 디저트가 한국에 이렇게 들어와주면 굳이 외국에 가지 않아도 충분히 현지의 맛을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닿는 것이 감사하다.  

 도쿄여행을 찾던 중에 블로거들이 하나같이 rawson의 디저트에 대한 극찬을 하고 있었다. 남들이 좋다는 건 특히 해외 중에는 자주 찾아오는 기회가 아니기때문에 괜한 경쟁심이 생겨서 마음먹고 다 먹어봐야겠단 오기가 있었다. 그리고 우연히 동네에 있는 돈키호테를 가는 길목에 혹시나 하고 들린 rawson에서 종류별로 먹어봤는데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었다. 가격대비 괜찮은 디저트였지만 이걸 찾겠다고 소중한 여행 시간과 열정을 쪼개서 찾아헤맬 맛은 아니었다.

 진짜 기대하지 않고 들어간 집이었는데 상상이상의 밀크티였다. 이젠 이곳의 밀크티가 그리워서 클로리스를 찾아 가고 싶을만큼 괜찮은 카페임에 틀림없다. 그리고 갓 데워낸 따끈한 스콘의 텁텁함에 마일드한 밀크티의 조합이 완벽했다 .

 제주도로 가족여행을 떠난 적이 있었는데 하루는 무료 쿠폰을 가지고 징그럽게 달콤한 것들을 다 먹어보고 싶었다. 그래서 인터넷에서 트윅스 프라푸치노를 시켰는데 가격대비 절대 추천하지 않는 맛이었다. 무식하게 달콤한 디저트였고 두 입쯤 먹으니 시켜놓은게 아까워서 억지로 먹어야 하는 곤혹을 치뤘다. 그리고 결심했다. 절대 무료 쿠폰에 아깝다고 뽕 뽑지 말자고. 늘 시키던거 시켜야한다고 말이다. 

 여기도 한국을 찾은 외국인이 오면 fun하게 맛있는 디저트를 맛볼 수 있는 뷰까지 좋은 곳이란 생각이 든다. 오레오에 아이스크림을 철판에 비벼 먹는게 어찌 맛이 없는 조합일 수 있겠는가. 비벼 먹는 재미와 테이스팅룸 자체가 주는 감각적인 인테리어와 분위기에 같은 여자도, 여자 본인도 알길 없는 갈대같은 여자들의 마음을 꽉 잡기에 충분한 디저트였다.

 캐나다 대표 특산품인 메이플시럽에 샌드를 한 메이플 쿠키는 봄 나들이용 디저트로 완벽하다. 가격 대비 양도 많고 메이플 시럽이 주는 풍부한 풍미까지 만족감을 준다. 한가지 특이한 점은 수입 과자를 파는 곳 몇 곳에 메이플 쿠키를 파는 지 수소문해봤는데 하나같이 없다고 했다. 백화점 식료품코너에서도 이 제품은 본적이 없을만큼 한국에서 진귀해서 한국에 들고와서 먹는게 더 값진 맛을 자랑한다. 캐나다엔 늘 지인이 있어서 어렵지 않게 주위 사람들과 즐거운 순간을 배가시켜주는 달콤하고 특별한 디저트다. 

 도레도레가 센세이션일만큼 유명했을때 건대 커먼그라운드의 도레도레를 찾았다. 빌리엔젤스에 비하면 한참 모자란 케이크다. 퍽퍽하고 양만 많았다. 도레도레는 무지개 모양의 케이크가 다채로운 색감덕에 인스타에서 큰 반항을 일으켰는데 인스타의 인기에 비해 실제 실속은 없었던 디저트였다. 

 르알래스카의 청포도 주스는 추천하지 않지만 이곳의 빵들의 퀄리티는 하나같이 이곳이 위치한 자리만큼 기품있다. 나이가 들수록 어쩔 수 없는 금사랑에 금가루 올려진 빵도 하나 담아봤는데 한 겹, 한 겹 맛있게 찢어 돌려먹는 파이와 쫀뜩한 초코 브라우니에 채광 제대로 되는 자리에 착석해 디저트 타임을 즐기다보면 그것만큼 신선놀음이 없다.

 탐앤탐스의 허니버터 브래드와 고구마 프레즐로 처음 서울에 상경해서 맛 본 충격적인 디저트였다. 이렇게 달콤하고 맛있는 디저트에 칼로리는 한번도 생각해볼 수 없는 자극이었고 '서울 사람들은 이렇게 맛있는 것들을 왜 자기들만 먹나?' 씩씩거리곤 했었다. 진짜 잘만든 디저트는 시간이 지나고 가끔씩 그 맛이 생각나서 그 가게를 찾게하는 힘을 가져야한다고 생각하는데 탐앤 탐스의 고구마 프레즐은 충분히 그 힘을 가지고 있다. 매장에서 식사겸 달콤한 것으로 배를 채우고 싶을때 위력을 발휘하는 디저트다.

유럽여행을 갔다온 절친이 영국에서 유명하다는 whittard 딸기맛 화이트 핫 초콜렛 파우더를 사왔다. 원래 달콤한 음료를 즐기지 않는데 이건 왜 인기가 있는지 알수밖에 없는 고급진 달콤함이다. 아무리 먹어도 당이 확 오르는 맛도 아니고, 그래서 막걸리처럼 '어, 뭐지? 왜 안 달콤한데 맛있지?'하면서 홀짝 홀짝 마시다보면 금방 한 컵을 다 비우게 되는 마성의 맛이다. 진짜 맛있는게 0칼로리라면, 여느 죄책감을 접어두고 제일 먼저 찾아 마실 음료다.

 일본에서 마음먹고 직구시킨 사과 파이다. '진짜 인생 뭐있나?' 싶을때 나에게, 그리고 가족에게 주는 선물 요량으로 큰 맘먹고 샀는데 이걸 얼려두었다가 오븐에 30초 돌려먹으면 끝장난다. 사과의 맛과 눅찐한 파이의 조합이 끝내준다. 이게 아오리 지역이라는 일본의 유명한 사과생산지에서 파이 장인이 만드는데 물건을 다 조달을 모해서 2주 더 기다려서 물건을 받게 되었다. 비싼 가격이긴했지만 포장이나 맛이나 블랙 커피에 파이의 조합이 완벽한 브런치를 집에서 만들어주는 마성의 사과파이다. 나에게 주는 선물이 간절한 날, 이런 걸 먹으면 살찌는게 억울하진 않게 하는 디저트였다. 


 여자들에게 달콤한 디저트는 필수불가결한 존재다. 딱, 성을 나눠서 선입견을 가지기보다 달콤한 건 여자들이 좋아하는 전유물처럼 느껴지곤 한다. 가끔가다가 달콤한 음료와 달콤한 디저트를 즐긴다는 남자들의 취향을 알게되면 상대의 몰랐던 매력을 캐치하는 순간이 온다. 못해도 이 사람은 나와 함께 달콤한 음식을 함께 즐길 수 있는 메이트는 될 수 있겠구나하는 최소한의 위안같은 것이 분명히 있다. 배가 고플때, 기분이 좋지 않을때, 괜시리 우울할때 만병통치약인 달콤한 디저트는 보는 재미와 먹는 재미 그리고 사진을 찍고 자랑하는 재미까지 더해진다. 전세계에 많은 디저트들이 앞으로 서울을 찾는 경우가 더욱 잦아졌으면 좋겠다. 나는 그렇다. 몇 백만원짜리 가방을 들고, 몇 십만원 짜리 옷을 사고, 몇 만원짜리 명품 화장품을 사모으는 것보다 순간의 달콤함에 만원을 여러번 투자하는 순간이 내 삶을 더 풍요롭고 즐겁게 한다. 

 디저트라는 녀석은 참 밀당의 고수다. 힘들때마다 어깨를 내어주고 늘 나를 웃게하지만 자주 취하면 나를 망가지게 만드는 오묘한 매력을 가진 놈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건강하게, 맛있게, 자신있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