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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이쑤 Sep 25. 2016

방콕에 살어리랏다

블로그 따라다닌 여행 : 생각 이상을 보여줬던 태국 방콕

이쯤 되면 살 수 있겠다.

태국 방콕을 여행하면서 계속 스친 생각이다. 사실 24시간은커녕 15시간 전에 겨우 추석 연휴에 맞춰 티켓팅을 끝내고 중국 비자가 없어 무비자로 중국을 들어가려면 제 3국이 파이널 목적지가 되어야 한다고 해서 값싸게 갔다 올 수 있는 태국 방콕을 강제 여행하게 되었다. 사실 추운 것도 싫지만 더운 것도 정말 싫다. 그래서 동남아 여러 번 갔다 올 돈으로 좀 잘 사는 선진국에가서 많이 깨우치고 배워오는 것이 개인적인 만족감을 높이는 선택이라 여겨왔다. 태국 하면 하나같이 맥도날드에 가서 콘 파이를 먹고 1일 1 땡모반이라는 수박주스를 실컷 먹고 놀다 온다는 소리 하나만 믿고 방콕에 내렸다.

 ::: 태국이 그냥 관광국가라는 명성을 얻게 된 게 아니라는 것을 알게 하는 방콕의 첫인상 :::

 

 저녁 늦게 10시가 넘어서 도착해서 몸은 천근만근이었다. 태국은 택시 바가지가 엄청나다 하여 괜히 바가지 택시요금 물고 여행 내내 기분이 안 좋은 것보단 안전하게 택시를 타고 싶어서 현지 어플인 grab을 미리 다운로드하여 준비해서 갔다. 그리고 공항에 내려 유심을 개통하고 grab을 부르는데 그때부터 진짜 태국의 매력에 빠졌다. 그냥 덥고 못 사는 관광국가가 아니었다. 우리에게도 카카오 택시가 있지만 grab이 뭔가 모르게 섬세한 어플임을 느꼈다. 우버는 조금 값이 비쌌고 이미 중국에서 신용카드가 먹히지 않아 우버 대신 grab을 불러봤는데 현지 말만 할 줄 알면 grab처럼 예상요금의 최저가를 거의 정확하게 맞추었다. 처음에 grab택시는 유심 개통하는 직원이 도와줬는데 그 택시 기사 아저씨가 무슨 옷을 입었는지도 다 알려드렸는데 자꾸 세 번이나 지나쳐서 새로운 택시를 불렀다. 우연히 도움의 손을 뻗은 것이 막 트레이닝 중인 ana의 태국 스튜어디스들이었고 그들은 도착층에서 출국층까지 택시를 직접 잡아다 짐을 싣는 것까지 우리를 마중해주고는 인사를 마쳤다. 그리고 진짜 고마운 마음을 꾹꾹 담아 땡큐카드를 ana에 넣었다. 땡큐카드가 부족할 만큼 친절한 호의에 태국의 첫 느낌이 좋았다. 고속도로를 타면 운행료는 손님이 따로 지불하고 grab택시는 따로 콜비처럼 수수료가 더 붙긴 하지만 전반적으로 굉장히 나이스하고 친절했다. 밤이라 길 막힘 없이 30분도 되지 않아 호텔에 도착하고선 이미 공항에서 택시 부른다고 atm에서 돈 찾고 유심 만들고 이리저리 한 시간을 뛰어다녔기에 눈은 막 감길 것 같았다. 미리 체크인을 앱으로 해두었는데 업그레이드가 되었다며 제일 높은 층으로 안내해 받았다. 그리고 다음 날, 눈을 뜨자마자 방콕이 한눈에 보이는 밝디 밝은 햇살과 아름다운 뷰에 환호성을 지르며 아침을 맞이할 수 있었다.

 이미 이틀간의 상해에서 거한 조식을 먹은 터라 태국이라고 해서 조식이 딱히 맛있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지만 쫀득한 쌀을 듬뿍 넣은 초밥을 몇 개 담고 그리 달다고 소문난 수박에 와플까지 거한 아침을 먹었다. 기대가 컸던 탓인지 호텔에서 먹었던 수박은 그리 달지 않았다. 너무 여행을 급하게 결정한 탓에 겨우 공항에서 상해 가이드북은 샀지만 태국 가이드북은 구할 방법이 없었다. 대충 블로그 보고 하루살이처럼 겨우 다음 날 일정을 정하고 잠이 드는 패턴을 반복했다.

 조식을 먹고 4층에 있다는 수영장으로 내려가 보았다. 수영장을 보자마자 가이드북을 차라리 안 가지고 와서 아무런 계획 없이 이곳에 잘 도착한 것이 잘한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 규모가 큰 풀장은 아니지만 충분히 방콕을 느끼며 휴가를 즐기기에는 안성맞춤인 공간이었다. 이때부터 자꾸 태국, 그냥 닉쿤 나라 정도만 생각했던 나에게 왜 사람들이 태국을 갔다 왔는데도 세네 번씩 계속 같은 곳만 가는지 조금은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역시 사람들의 취향은 다 다를지라도 스테디셀러의 진가가 어디 가지 않듯, 사람들이 다 좋다는 관광지에는 이유가 있는 법이다.

 호텔이 한 가지 불편했던 것이 있다면 내가 구할 수 있는 호텔 중 제일 싼 그레이드의 호텔이라 그런지 시내를 나갈 때 지하철역까지 호텔에서 늘 20~30분마다 한 번씩 있는 셔틀보트를 타야 했다. 그게 좀 귀찮았는데 어쩌면 그래서 휴양을 목적으로 적당히 덜 싸돌아다닐 생각이면 호텔에 있는 수영이나 애프터눈 티등의 혜택을 더 이용하면서 쉴 수 있는 시간을 충분히 가질 수 있었다. 물 색깔은 정말 절대 보트가 무사하기를 바라는 더러운 색깔이었지만 뭐 익히 들어왔던 태국이니까 그리 큰 기대가 없었기에 이 정도는 예상하고 넘어갈 수 있었다.

 ::: 화려함과 정교함뒤에 숨겨진 씁쓸했던 우리네 이야기 :::

 

 추석 연휴에 맞춰서 갔던 터라 방콕 어딜 가나 한국 사람이 많았다. 그리고 왕궁에 도착하자마자 내 귀를 스치는 한국인의 목소리가 있었다. "와, 여기 한 번은 진짜 와볼 만하네."

 사판 탁신 역에서 또 굉장히 열악한 보트를 타고 왕궁에 도착했다. 입장료는 태국 현지 물가에 비해서 비쌌지만 입이 쩍 벌어지는 태국의 역사와 문화를 한눈에 알 수 있었다. 화려한 색감에 섬세하고 정교한데 고급스럽기까지 하다. 방콕 여행을 하다가 우연히 mac매장이 보여서 한국에서는 단종된 아이섀도가 혹시 여기에는 있을까 싶어서 직원에게 물어봤었다. 예전에 태국 화장품 매장에는 여자보다 남자들이 많이 응대하고 그들이 대부분 게이나 트랜스젠더들이 많은데 그들의 특성을 살려서 엄청 감각적으로 일을 잘한다는 이야기를 들어다. 그때 갑자기 매장을 들어간 터라 아이섀도의 이름이 생각나지 않았고 그냥 눈을 감으며 이 컬러라고 혹시 이거 있냐고 물었는데 잠깐만 기다리라고 하더니 물건을 좀 뒤지더니 바로 그 컬러를 가지고 오는 것이었다. 이때부터 태국이 좀 달라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나라의 패션감각을 곧 세계가 알게 되는 날이 오겠구나 느꼈다.

 화려함과 정교함의 끝을 달리는 왕궁을 보고 한편으로는 씁쓸했다. 국민들은 그렇게 못 사는데 저렇게 사치스럽게 왕족들이 자신의 집을 짓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노동이 착취되었고 얼마나 필요 이상의 세금이 걷어져서 그들을 배 불리고 있는가? 반문하게 된다. 워싱턴 dc의 백악관을 찾았을 때, 무서운 미국 군대의 삼엄한 경비가 깔린 채 으리으리하게 큰 규모의 백악관을 예상했는데 오히려 진짜 백악관은 한 부자 개인의 저택이라고 해도 믿을 만큼 규모가 작았고 위협적인 분위기도 없었으며 기대 이상으로 가까이서 볼 수 있었다. 미국이 얼마나 정치적으로 깨끗한지는 자세히 모르지만 적어도 청와대처럼 국가의 원수가 국민에게 보이는 공간만이라도 덜 사치스럽고 그 공간을 찾아온 관광객들이 위압감이 들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 가성비 대비 인생 랍스터를 영접하다! :::

 

 평소에는 해산물을 자주 먹을 기회가 없지만 특히 부산에서 살다가 서울에 터를 잡게 되면 부산에선 회를 먹을 일도 서울에선 소고기를 먹게 되는 것 같아 맛있어 보이는 랍스터를 주문했다. 사실 태국이 비싸면 얼마나 비싸겠냐고 무조건 먹고 싶은 게 먼저지 가격은 보지도 않고 들어갔는데 막상 가격표를 보고 놀라지 않은 티를 내지 않기 위해서 노력했다. 하지만 그 맛은 가격이 아깝지 않게 신선했고 싱싱했다. 뉴욕 첼시마켓에서도 랍스터를 원 없이 먹어봤지만 이곳처럼 랍스터와 버거 그리고 감자튀김까지 완벽했던 곳은 없었다. 뉴잉글랜드라는 지역에서 랍스터를 가지고 온다던데 우리나라에서 1인당 100불 주고 가는 뷔페의 가격에 2명에서 최상의 질과 서비스 그리고 버거와 감자튀김까지 끝내주게 맛있었던 점심을 먹고선 태국이 한 층 더 좋아졌다.

블로그를 쭉 보다 보니까 사람들이 시암 파라곤을 자주 가던데 환승역이라 위치가 좋기도 했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엠콰티어를 선호한다. 고멧 마켓이 유명하다 하여 한번 둘러봤는데 눈물 날 뻔했다. 이리도 잘 되어있다니 우리나라에 유명하다는 몰은 아웃렛이나 백화점 그리고 몰 가리지 않고 다 돌아다니고 ifc몰, sfc몰은 눈감고 찾아다닐 만큼 몰을 좋아하지만 이렇게 동선 활용 잘하면서 들어와 있는 브랜드들까지 세련되게 현지화해놓고 몰 특유의 조경도 멋들어지게 해놓은 것에 감탄을 안 하려야 안 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평소 비염을 달고 살던 동생은 야돔이라는 것을 알려줬더니 600원에 친구들 선물 돌리기 좋다며 미친 듯이 야돔을 싹 쓸어 기념품을 해결했다.

 더운 나라라 빨리 지친다. 특히나 야외활동을 하면 땀을 한 바가지 흘리고 다시 에어컨으로 식힌다 하다라도 겨우 고생스럽게 보낸 여름을 다시 불러들이는 것 같은 찝찝함이 남아있었다. 그래서 호텔로 들어가 애프터눈 티와 곧 이어진 칵테일 타임을 즐겼다. 평소에 누려보지 못한 사치를 10만 원 초반의 호텔 가격에 최상의 서비스와 시설로 신선놀음을 하는 느낌이었다. 중국 상해에서도 같은 계열사의 호텔에 머물렀고 똑같이 애프터눈 티타임을 가졌지만 중국 호텔들은 하나같이 큼직하게 룸이 잘 되어있는 반면 아무리 친절하다 해도 태국만큼 전반적으로 나라가 관광객에게 프랜들리하고 관광업에 머무는 사람들은 더 친절마인드가 몸에 베여있어 받는 사람이 몸 둘 바를 모를 만큼 프로페셔널하게 움직였다.

::: 호객행위에 마음이 달아난 카오산로드 :::


  호텔에서 달콤한 당충전과 알딸딸한 알코올이 좀 들어가니 다시 여행을 하고 싶은 힘이 생긴다. 그리고 방콕 하면 그리도 유명한 카오산로드에 갔다. 왕궁과 카오산로드가 주위에 있는데 호텔에서 사판 탁신 역이 가깝긴 하지만 그래도 하루에 몇 번씩이나 보트를 타려니 영 속이 메스꺼운 게 아니었다. 카오산로드를 가는 길엔 마른하늘에 쩍쩍 갈라지는 벼락이 치더니 곧 비가 쏟아질 줄 알았는데 다행히 비마저 우리 편이었는지 카오산로드를 한 바퀴 샅샅이 돌 때까지 비는 내리지 않았다. 명성만큼 카오산로드는 실망했다. 가격은 다 쌌지만 호객행위가 너무 심해 무언가를 보고 결정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기지 않아서 쇼핑이나 가볍게 발마사지도 하고 뭘 좀 먹기도 하려고 했는데 그냥 대충 둘러보고 호텔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밖에 들지 않았다. 콘 파이는 겉은 바삭하고 막 구워내서 고소한 옥수수 알갱이가 씹히는 맛이 있었고 고수의 포스를 풀풀 풍기며 꿋꿋이 팟타이를 만드시는 아주머니의 카리스마에 반해 편의점에서 물을 사고 큰돈을 잔돈으로 바꾼 뒤 팟타이를 먹어보았다. 먹을 땐 그냥 맛있네하고 먹었는데 나중에 몰에서 파는 팟타이를 먹어보니 얼마나 단순하게 짜기만 했던 팟타이 었는지 알 것 같았다. 빗방울이 자꾸 굵어지는 것 같아 그냥 한 바퀴를 둘러보고선 실망만 가득 안고 택시를 탄지 1분도 되지 않아 우박 같은 빗방울이 떨어졌다. 택시 바가지가 워낙 심하다고 들었는데 호객행위를 하는 택시 말고 그 길을 지나가는 택시를 잡으면 사기 확률이 덜하다고 하여 그렇게 잡고 미리 가격을 정해서 들어갔다. 어플을 사용하는 것보다는 조금 비쌌지만 택시 아저씨마저 자신이 아는 온갖 한국어를 다 털어놓을 만큼 재밌고 안전한 운전을 해주셨다. 태국의_흔한_택시 아저씨도_이렇게_친절합니다.

 ::: 태국만 가면 사람들이 1일 1 땡모반을 외쳤던 이유 :::


 다음 날 짜뚜짝 시장에 가서 20 바트 하는 땡모반을 먹어봤는데 수박이 들어있는지 느낄 수 없을 만큼 시럽 덩어리였고 55밧을 주고 시암 파라곤 푸드코트에서 땡모반을 먹었는데 설탕이 너무 많이 들어가 달았다. 그리고 시암센터에서 먹었던 땡모반은 왜 사람들이 1일 1 땡모반을 외치는지 알게 하는 맛이었다. 수박주스가 이렇게 신선하고 맛있을 수 있다니 태국의 더운 열기를 한 입 빨아 당기는 순간 맛있는 땡보반이 주는 맛은 천국이 따로 없었다. 그리고 태국인 멤버가 있어서인지 닉쿤이 절대적 인기를 끌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jyp의 남자 아이돌 그룹 got7이 도시 곳곳에서 음료 프로모션을 하고 있었다.

 늘 저녁은 아침 점심을 워낙 잘 먹으니 소홀하게 되었는데 방콕에서의 둘째 날 점심도 특별했다. 한눈에 봐도 신선해 보이는 스테이크를 직접 사서 바로 옆에 있는 간이 의자에 앉아서 즉석에서 구워다 주는데 가격이 1덩어리당 3만 원쯤 하는데 그 정도 가치는 솔직히 아닌 것 같다. 둘이서 하나 정도 시키고 다른 파스타 한 두 개를 시켜야 스테이크를 먹다 지치지 않는다. 나는 너무 과욕에 많이 시켰고 고기의 굽기는 적당했지만 소스를 찍었는데도 불구하고 뭔가 모르게 세상 최고로 맛있게 구워진 스테이크는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여기서 7만 원쯤 나왔는데 차라리 10만 원 정도 했던 첫째 날의 랍스터를 한번 더 먹는 게 나을 선택이 아니었을까 하는 애매하게 비싸고 만족도는 덜했던 식사였다. 그리고 삼성에서 이 공간을 스폰서 하는 게 흥미로웠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아이스크림 콘 브랜드인 데일리 퀸이 300원밖에 안 하는 가격에 양도 적당해서 너무 좋았다. 그리고 센터 내에 있는 카페의 브랜딩과 디자인이 이리도 인스타 감성을 뛰어넘을 만큼 멋지게 뽑아낼 수 있는지 감탄을 멈출 수 없었다. 방콕에 온 지 이틀쯤 되니 방콕에서 자리 깔고 살고 싶어 진다. 물론 현지에서 사는 것과 여행하는 것은 말도 안 되게 다름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지만 방콕은 보이는 화려함에 리즈너블 한 가격대와 기대 이상을 자랑하는 품질에 브랜딩까지 엄청난 제품들과 가게들이 차고 넘쳤다.

 둘째 날은 단체로 한 방에 들어가 어둑 컴컴한 곳에서 호랑이약을 가득 바른 채로 발마사지를 싸게 받아봤고 시암 파라곤에 온 김에 thann매장에 들러 혹시나 시간대를 물어봤더니 내일 10시 30분에 자리가 두 자리 있다고 해서 운 좋게 마사지를 받았다. 명성만큼 섬세하게 마사지하면서 노곤 노곤해지는데 몸의 긴장이 풀려서 마사지 후에는 맛을 제대로 느끼거나 여행을 집중해서 하고 싶다는 의욕이 사라졌다.

 ::: 태국 뷰티의 저력, 곧 세상이 알게 될 것만 같은 예감 :::

 

 시암 파라곤보다 시암센터에서에서의 푸드코트가 훨씬 만족스러웠다. 계란 살짝 두른 팟타이와 볶음밥은 또 똑같은 메뉴를 시켜먹고 싶을 만큼 감칠맛 나게 맛있었고 길거리에서 먹는 것보다 더 믿고 먹을 수 있고 깨끗하게 만들어졌다는 안심을 주게 하는 맛이었다. 좀 번거로운 게 있다면 돈을 충전하고 보증금을 나중에 다시 받아야 하는 형태였는데 이곳의 땡모반과 팟타이는 전 날 무리하게 먹었던 스테이크보다 더 최고였기에 이곳만 떠올리면 다시 침이 꼴깍 넘어간다. 배를 채우고 몰을 도는데 디스플레이가 굉장히 과감하고 색감의 매치가 교묘하게 화려해서 남들보다 한 움큼 더 튀는 걸 좋아하는 나에겐 "이 곳만이 내 세상"임을 직감했다. 진짜 같이 동행한 동생만 아니었으면 하루 종일 이곳에 나를 풀어놓아도 미친 듯이 아이쇼핑을 하고 찬찬히 다 돌아다니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겨우 동생 눈치를 보며 몰 끝에서 완전 끝까지 빠른 걸음으로 미리 찾아둔 편집샵을 찾기 위해 걸어갔다. 그리고 만원쯤 안 하는 gla샴푸는 직접 써보고 감동을 안겼다. 진짜 안 좋으면 후회할 것 같아서 두 개도 무리해서 산 것인데 왜 열개쯤 사지 않았나 싶다. 나는 원래 면세점 찬스를 이용해 아윤채 샴푸를 쓰면서 충분히 만족하고 있었는데 가격은 1/3이면서 탈모를 방지하는 안 좋은 성분은 gla 샴푸에는 없으면서 훨씬 세정능력도 좋다. 남에게 부탁하는 게 싫어서 부탁도 잘 못하지만 진짜 태국 가는 사람이 주위에 있으면 안면 몰수하고서라도 gla샴푸를 최대한 많이 사다 달라고 말하고 싶다. 정말 이 샴푸를 알게 되고 이곳의 편집샵을 알고 erb의 만원쯤 더하는 립밤이나 boot에서 사 온 1+1주고 두 개나 사온 스크럽은 진지하게 태국에서 구매대행을 하면서 살까? 싶은 마음이 들만큼 가격 대비 엄청난 성능을 발휘하고 있었다.

 한국과 맥도널드 가격은 비슷하지만 양은 훨씬 미국스러웠던 맥도널드 음식을 사다가 감자튀김 몇 개와 콜라만 좀 먹고 태국 공항을 거쳐, 중국 쿤밍을 거쳐 쿤밍 호텔에서 하룻밤을 자고 다시 쿤밍공항에서 한국으로 가는 비행기를 타기 전 대기할 때 미리 싸간 컵라면과 환상의 맛을 자랑했다. 역시 허기만큼 음식을 맛있게 느끼게 하는 것은 없나 보다. 어느 나라야 안 그런 나라가 없겠지만 태국이야말로 돈만 있으면 천국 같은 삶을 살 수 있다. 영화 섹스 앤 더 시티 2에서 두바이의 매력을 전 세계의 여자들에게 알렸다면 섹스 앤 더 시티 3은 방콕에서 촬영해도 손색없을 만큼 여자들이 좋아하는 것만 쏙쏙 잘 가져다 놓은 곳이 태국 방콕이었다. 방콕을 갔다 오고 나서 나도 마음이 바뀌었다. 태국 여러 번 가는 사람들의 마음을 온전히 이해하고 나 또한 태국이 지겨울 때까지 태국 여행을 갔다 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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