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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이쑤 Sep 27. 2016

나의 치약 이야기

이를 닦는 즐거움 : 하루 세 번 나를 위한 상쾌함

 경기가 나빠지면 여자들은 다른 큰 소비를 줄이고 명품 립스틱을 산다고 한다. 나는 립스틱도 몇 년째 한 가지 컬러를 강도를 조절해서 쓰고 같은 컬러를 두세 개 구비해서 파우치와 화장대 그리고 데일리 백에 늘 넣어 다니곤 한다. 립스틱 말고도 다른 색조 화장품에 대해선 여러 가지를 써보고 싶다는 욕심이 없다. 그냥 한 가지 쓰던 게 떨어지면 또 사는 게 화장품 소비의 전부지만, 문제는 화장품 말고 다른 생필품에 관해선 관대한 호기심 덕에 내게 맞는 제품을 찾고 성에 찰 때까지 나를 통해 실험한다는 것이다. 우리 생활과 밀접하게 닿아있는 게 화장이나 패션 말고 이너뷰티의 시작이 무언고 생각해보면 "양치"가 떠오른다. 


 고백하건대 나는 치약에 대한 불신이 좀 있었다. 공산품과 먹거리 자체에 대한 신뢰가 사라진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해외 공구를 시작하게 된 케이스인데 그 이후로도 캐나다에 있으면서 우리 몸에 닿는 것과 우리 입 안으로 넣는 것에 대해 의심 없이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어찌나 사람의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요소인지 몰랐다. 특히나 이런 신뢰와 안심에 대해선 중국에 다녀오면서 더 뼈저리게 느꼈다. 뭘 넣었는지, 어떻게 만들었는지, 그리고 비싼 유기농 마트마저도 믿지 못하는 상품을 암암리에 판매하고 있다고 하니 처음엔 정말 대단한 대륙의 클라스라고 혀를 내둘렀지만 우리나라도 대륙, 대륙 할 것 없이 먹고 바르는 것에 대해서 나라가 국민들의 안전을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 잊고 살다가도 다시 떠올리다 보면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그러던 와중에 보란 듯이 최근 아모레퍼시픽의 치약이 전량 리콜이 들어간다고 한다. 상하는 과일, 음식이야 최대한 한살림, 초록마을 같은 데서 산다고 해도 기본적으로 한국에서 생활하면 인체에 유해하거나 제조과정 중 위생이 철저하게 지켜지지 않는 것을 피할 순 없지만 공산품 특히나 우리 몸에 직접 닿는 물건에 대해서는 직구 시대에 발맞춰 수용 가능한 가격대에 믿고 쓸 수 있는 제품들을 사용하길 잘했다 싶다. 누구에게 보이기 위한 자랑이 아니다. 나와 가족을 지키지 위한 조금의 번거로움과 기다림으로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침저녁 나눠 쓰는 섬세함에 반하다! 독일 치약의 절대 강자 : Elmex


 사실 처음 치약을 바꿔 쓰기 시작한 것은 독일 여행을 갔다 오고 나서다. 남들 다 사가는 초콜릿 같은 기념품 말고 주는 사람도 센스 있단 소리를 듣고 받는 사람도 부담 없이 즐겁게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이 무언가 하니 독일의 치약이었다. ajona도 유명하지만 나는 아침, 저녁 전용으로 쓰는 치약인 elmex에 반해버렸다. 처음 여행지에서 하나를 구매한 후 직접 써보고선 그 사용감에 반해 독일을 떠나기 전 dm에서 열개를 넘게 담아와 쓰고 나눠주고 나선 다시 아마존 독일 사이트를 뒤졌지만 배송비도 까다롭고 복잡해 그냥 아이허브나 홀푸드마켓에서 적당한 치약들을 바꿔가며 써보고 다시 스위스에 가게 되었을 때 슈퍼마켓에서 elmex를 만났는데 어찌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미국 뉴올리언스 여행을 하다가 호스텔에서 만난 독일 친구와 하루 온종일을 함께 다니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다가 독일 하면 치약 아니냐고 내가 먼저 선수 쳤다. 자신도 당연히 자기네 치약이 좋다며 외국에 나가 있어도 늘 치약은 독일에서 한가득 사다가 와서 쟁여놓고 쓴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녀도 이 아침, 저녁으로 나눠져 있는 elmex치약을 쓴다고 했다. 독일인은 물론이고 스위스, 네덜란드에서도 이 치약을 쉽게 만나볼 수 있음을 감안하면 elmex치약이 국민 치약쯤 된다고 감히 생각해본다.

 속 시원한 양치를 바라왔던 당신에게 : Jason 치약


 아무리 양치를 해도 입 속에는 치약의 텁텁함만 남아있고 개운하지가 않았다. 양치는 때론 스트레스받고 나서 다시 마음을 다잡을 수 있는 촉매제가 되고 샤워한 뒤의 개운함 그 이상을 안겨줄 때가 있다. 빨간 색깔만큼이나 사용감이 강렬한 jason치약은 두 끼에 한 번밖에 양치를 못할 때 혹은 속 시원하게 양치 제대로 하고 싶을 때 꺼내 드는 치약이다. 처음에 이 치약은 홀푸드 마켓에서 구매했는데 다양한 색깔들이 있었다. 그중에서도 나는 화이트닝이라는 문구가 끌려 이 컬러를 선택하게 되었는 데 사용하고 나면 입 안이 화~한 기분이 맴돌아 데일리로 사용하기엔 조금 부담스럽다. 그래서 이 치약을 사용하고 헹궈줄 땐 다른 치약을 사용할 때보다 두어 배는 더 많이 입을 헹궈주는데도 여전히 화~하게 상쾌한 느낌은 쉽사리 지워지지 않는다. 한 때, 이 치약만을 꾸준히 사용했을 때가 있었는데 양치 중독에 빠져서 하루에도 세 번 이상씩 양치를 하고 혀 속도 개운하게 닦고 나면 괜스레 화이트닝 된 것 같은 뽀드득한 만족감을 준다. 피부에 일주일에 두어 번씩 해주는 스크럽이 있다면 우리의 입 속도 이따금씩 대청소가 필요할 때 안성맞춤인 치약이다.

 기분 좋은 개운함, 데일리 치약으로 안성맞춤 : Xyli White치약


 데일리 치약으로 계속 쓰고 있는 치약이다. 처음에 이 치약을 쓰면 너무 이도 저도 아닌 것같이 닦은 것도 아니고 치약 특유의 화한 느낌이 없어서 그리 세정능력에 좋은 치약이 아니란 생각이 들 수도 있는데 이 치약에 한번 길들여지고 나면 다른 치약은 여태껏 너무 자극적으로 양치를 하고 있었다고 느끼게 하는 사용감이 있다. 독일 치약인 elmex를 구하지 못할 때 그리고 여행 가서도 늘 이 치약을 들고 다닐 만큼 마음 놓고 쓰는 치약이다. 처음에 사용하면 누구나 양치 후 양치했다는 느낌은 확실히 덜 들지만 이 치약에 빠져있으면 이 느낌이 제대로 잘 양치된 상태이구나 깨달을 만큼 부드럽게 그리고 빠른 속도로 이 치약의 약한 자극에 익숙해진다. 양치 후 깔끔하게 똑 떨어지는 느낌, 그리고 바로 다음 일상생활을 이어나가는데 무리 없는 치약이 바로 now solution의 xyli white치약이다.

홍콩/대만/중국/태국여행 기념품 1 순위 : 달리 치약


 주위 사람들이 여행만 갔다 오면 이 달리 치약을 사 오길래 나도 궁금해서 태국 여행 중 하나 사봤는데 명성이 너무 대단했던 탓인지 혹은 원래 내가 쓰고 있던 치약이 만족스러웠던 탓인지 나에게는 어울리지 않았다. 우선 그 특유의 태국 마사지를 받을 때나 바르는 진통제에 하나같이 들어있는 호랑이약 같은 첫 냄새가 머리를 진동하는데 그 냄새에 우선 질려버린다. 치약의 잔향은 오래 남는데 그 양치 후에 뒷 맛은 생각보다 깔끔했다. 사람들이 다 좋다는 데에는 이유가 있고 많은 사람들이 미백으로 효과를 봤지만 나는 이 달 리치 약이 너무 좋은 것도 아니었고 굳이 외국에 나가서 달리 치약이 보인다고 꼭 사 올 만큼 좋은지는 아직은 의아하게 만드는 치약이었다. 그리고 오른쪽에 있는 검은색 치약은 부모님 댁에 가서 선물 받았다고 하여 검은색 치약을 써봤는데 처음엔 '웬 중국어가 믿음직스럽지 못하게 적혀있을까?' 생각했지만 치약에 대한 무한한 호기심으로 써보게 되었다. 직접 짤 때도 검은색 액체가 튀어나와 흠칫 놀랐다. 이를 하얗게 만들어주는 치약, 그리고 무언가 세정이 목적인 치약에 일부러 흰색을 넣어도 모자랄 판에 검은색이라니라는 충격이 있었지만 검은색을 사용해도 당당할 만큼 충분히 개운하게 잘 닦이는 제품력을 검은색을 사용함으로써 타치 약에 비해 그 효능이 더 돋보이게 하는 치약이었다. 내가 늘 데일리로 쓰고 있는 now solution의 xyli white치약 못지않게 덜 자극적이면서 치약 특유의 어떤 성분 냄새가 나는데 이 두 치약의 공통점이 덜 자극적이면서 매트하게 이가 닦여서 깔끔하고 스무스한 마무리 사용감 때문에 자주 손이 가는 치약들이라는 것이다. 대나무 죽염이 들어가 있는 그림이 보여 어릴 적 썼던 송염치약이 떠오르기도 했지만 그것보단 화학 성분이 덜 들어간, 치약 자체가 덜 인위적으로 닦인다는 느낌이 든다. 기대보단 호기심에 들었던 치약이지만 그 기대 이상을 충족시켜주는 치약이었다. 다들 해외 나가서 여러 개 사 와서 주변에 부담 없이 선물해주는 치약이니만큼 치약에 대한 제품력은 충분히 보증되어있는 두 치약이지만 치약에 대한 호불호는 개인차가 있기 마련이다. 


 이제 치약도 화장품처럼 나에게 맞는 치약을 찾아내고 기분에 따라 그리고 입 안 상태에 따라 바꿔 쓰는 시대가 왔다. 더 이상 추석이나 설날에 선물로 들어오는 치약을 창고에 쌓아놓고 아무것이나 잡아 쓰는 치약의 시대는 저물고 있음을 느낀다. 진정한 이너뷰티는 보이지 않는 속에서 부터의 청결을 신경쓰는데에 있다면 그런 이너뷰티의 출발점이 치약을 바꾸는 것이 아닐까?

 그리고 해외여행이 잦아지면서 한국에 있는 치약뿐만 아니라 외국에 있는 다양한, 좋다고 소문난 치약들을 자주 써볼 기회가 생긴다. 그렇게 해외의 이름난 치약들을 써보고 나면 고단한 일상에 작은 변화를 주어 얻는 만족감과 동시에 부담 없이 치약으로 기념품을 주고받곤 한다. 나는 이런 치약의 문호 개방(?)에 두 팔 벌려 환영한다. 화장품은 오히려 인종별로 컬러가 맞지 않아서 조금의 어려움이 있지만 치약이야 말로 인종에 관계없이 좋다는 치약은 너나 할 것 없이 기념품으로 주고받을 수 있고, 부담 없이 상대의 일상을 만족스럽게 만드는 기폭제 역할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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