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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이쑤 Feb 12. 2017

애정을 줄 수 있는 도시가 생겼다는 것

다시 찾은 방콕, 마카오 스탑오버 여행은 덤


::: 동양의 OOO 중에 최고를 자랑하는 동양의 라스베가스 :::

마카오는 작다는 소리만 믿고 블로그 정보만을 눈대중으로 전날 밤에 대충 찾아 보고 무작정 마카오에 내렸다.마카오 공항은 굉장히 작아서 길을 헤멜 염려가 없었고 공항에서 호텔로 가는 무료 버스를 타고 윈호텔로 갔다. 어차피 라스베가스를 두번이나 가보았기때문에 별달리 마카오의 규모에 비해 놀랄 이유는 없었다. 그냥 익숙한 라스베가스에 중국의 붉은 색을 좀 더 입혀놓았다는 인상만 강했다. 설날연휴를 맞아 간 여행이었기 때문에 모든 비행기는 풀북이었고 중국도 설날은 굉장히 큰 명절이었기 때문에 어딜가나 관광객이 가득했다. 그래서 더 우리나라 분들을 예상외로 덜 만나뵈었다. 중학교때부터 우정을 이어온 친구와 함께 한 여행에 드쎈 억양의 경상도 사투리를 마카오에 마구 분사중이었는데 그 소리를 듣고 어떤 한국 여자일행분들께서 세나도 광장으로 가는 길을 물었다. 우리도 마카오에 막 도착하였고 둘 다 전혀 공부를 하지 않았지만 윈 호텔에서 와이파이로 구글 맵지도 하나만 믿고 가리키는 방향을 통해 쭉 걸어가면 있다고 알려드렸다. 주변에 몇몇은 중국은 못살겠지만 홍콩이나 싱가폴은 중국 문화권의 색이 짙어도 살 수 있을 것같다고들 했다. 내게 마카오도 그랬다. 적당히 미국과 닮아있는 듯했고 아시아 문화권이라는 익숙함과 중국 문화가 짙게 물든 화려한 도시는 조심스럽게 내 마음을 마카오란 도시에 '호감'으로 몰아가게 만들었다.

마카오의 중심인 세나도 광장과 그 뒤에 있는 성바울 성당만 찾아 사진만 찍고 밥이나 먹고 베네치안 호텔이나 돌아다니는 계획이 전부였는데 윈호텔에서 세나도 광장까지 걸어가는 길이 생각보다 멀게 느껴져 눈앞에 보이는 홍콩스러운 풍경에 친구에게 사진을 부탁했다.

그냥 작은 거리에서 행사를 하는 줄 알고 이 광경을 지나치고 세나도 광장이 어디있냐고 한참을 더 걸어가다가 구글맵을 다시 확인해보니 설날을 맞아 행사를 위해 설치해놓은 그 무대가 있었던 곳이 세나도 광장이었다.

세나도 광장은 어디있는지 알았으니 그 뒷골목에 무언가 더 힙한 볼거리가 있나 싶어서 화려한 꽃을 따라 발길을 옮겼다. 어느순간부터 꽃중에 제일 내 눈에 예뻐보이는 꽃은 튤립이다. 이때도 튤립이 너무 예뻐 그냥 여행의 기분도 낼 겸 튤립 한 다발 한 손 가득 들고 다녀볼까 생각했지만 어깨에 무거운 짐도 싫어 화장품도 챙기지 않았는데 꽃은 내게 사치였다. 마카오보다 방콕은 공항 도착하면서부터 습하고 더웠던 기억에 옷을 아주 얇게 입고가고 바람막이만 하나 챙겼었는데 마카오에서도 아주 선선한 가을날씨에 햇살이 가득 비추고 있었다. 한국에서 새벽 공기를 가르며 공항버스로 가는 길, 특히나 리무진 버스가 만원이라 15분을 더 기다린 추위는 몇시간의 비행만으로 나를 따뜻하게 비춰주는 햇살에 허우적거리게 했다.

윙치케이라는 맛집이 있다고 해서 찾아가려고 했는데 우선 세나도 광장을 따라 눈에 보이는 스타벅스부터 들러 돈을 뽑을지 카드계산이 가능하면 그냥 다닐지 전반적인 오늘 일정과 루트에 대해 친구와 함께 논의하기위해 와이파이가 있을 스타벅스에 들렀다. 아날로그식으로 적어주는 이름과 웃음표가 여행지라 더욱 정겹게 다가왔다.

30분이 넘는 웨이팅을 하는 윙치케이라는 맛집은 마카오 물가가 비싼 것 대비 마카오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좋은 경험이었다. 웨이팅을 하는 동안 건너편 SASA에서 우리나라 브랜드들이 얼마나 많이 들어와 있는지 놀라했고 막상 우리나라에서 그리 인기없고 인지도 없는 제품들이 마카오 사람들에게 엄청난 호응을 불러일으키는 K-beauty 마케팅 전쟁터를 듣기만 하다가 실제로 눈으로 체감하는 신기한 경험을 했다. 다들 블로거들이 극찬하는 새우가 들어간 만두는 맛있었지만 국물이나 다른 계란 볶음밥은 진짜 맛없는 기내식같았다. 왜 이걸 이 시간을 주고 이렇게 오래 기다리면서 먹는지, 그리고 이 집을 위해 환전을 했는데 (아, 물론 에그타르트도 함께) 진짜 후회막급이었다.

자리는 큰 테이블에 다른 일행이라도 막 앉혀 회전율을 높이는데 예상했던 것 보단 덜 민망했다. 그냥 빨리 나오는 음식에 따라 나도 빨리 자리를 떴다. 한국의 명동교자의 회전율쯤 되어보였지만 막상 마카오 사람들은 여길 안 갈 것 같았다. 마카오를 고작 몇시간 여행하고 마카오에 대해 함부로 논하긴 어렵지만 돈이 있으면 살기 좋은 곳, 라스베가스가 그리우면 대신 가도 꽤 괜찮은 곳, 겨울엔 끝장나게 날씨가 좋은 곳임은 어렴풋이 알 것 같았다.


::: 그 해 겨울 성바울 성당의 햇살은 따스했네 :::

육포거리가 있다고 하던데 육포를 좋아하는 아빠를 위해 좀 사갈까하다가 공항에서 육포는 걸린다는 소리를 듣고 마음을 접었다. 마카오에서 교통은 호텔 버스로 다 공짜로 다니고 밥말고 딱히 돈 쓸 일이 없다보니 공항으로 가기전 스타벅스에서 마카오 스타벅스 컵을 사려고 하다가 계속 들고 다니기 귀찮아서 까먹고 공항으로 갔는데 거기선 스타벅스를 찾지 못했다. 방콕 스타벅스 시티컵보단 마카오 컵이 훨씬 예뻤다. 육포는 거리를 걸을때마다 엄청 나눠주시는데 일부러 다 안먹었다. 마카오 쿠키도 여기서 사람들이 엄청 사가는데 그것도 짐이라 어떤 여행 카페에서 느낌이 오는 마카오 쿠키 추천을 받고 면세점에서 판다는 소식을 듣고 면세에서 사기로 했다. 그리고 거기서 사온 lucky cookies는 굉장히 비싸고 맛있었다. 육포거리에서 파는 쿠키보다 비싸긴 했지만 하나를 먹어도 맛있는 걸 먹고 싶은 나의 지론에 맞게 선택한 마카오의 Lucky cookies는 부드럽고 입에서 살살 녹는 좀 더 고급진 쿠키였다. 처음엔 고소하고 맛있었는데 한국에 도착해 조금씩 먹을 수록 가본 적 없는 홍콩의 향기가 짙게 베여 있었다. 두개 사올까하다가 거의 하나 만원이고 들고 다니는 것도 다 깨질 것 같아 안샀는데 하나만 사오길 잘한 것 같다.

드디어 마카오의 관광객은 여기 다 모아 놓은 것 같은 엄청난 관광객들을 발견에 한번 놀랐고 성바울 성당의 아우라는 포근한 마카오 겨울 날씨에 점심을 먹고 나른해졌기에 햇빛을 충분히 받으며 멍하니 사람 구경을 했다. 사실 여기서 사진 몇 개를 찍어보려다가 자신들의 사진을 찍어달라는 요청을 더 많이 받고 그게 지쳐 그냥 계단 끝에 주저 앉아 멍하니 졸린 눈만 비볐다. 전 날 회사를 출근하고 정시에 마쳐 여행준비를 좀 하다가 혹시나 빠뜨린 정보가 있을까해서 인터넷 서핑을 좀 하다보니 두시간도 눈을 붙이지 못하고 공항에 세시간전에 넉넉히 도착해야해서 이제야 졸음과 피곤이 겹쳐오는 것 같았다.

이때 맥도날드의 시즈널 메뉴였던 고구마 아이스크림에 당충전도 하고 대왕 요구르트도 줄 요구르트를 좋아하는 동생을 위해 사오진 못하고 언젠가 동생도 자발적으로 마카오를 여행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이런 큰 요구르트도 있다고 알려주기 위해 사진을 찍어왔다. 동생은 내가 널 위해 찍어온 사진이라고 했더니 자길 위해 요구르트도 당연히 사왔는줄 알고 기대했는데 짐드는게 싫어 스타벅스 컵도 나중에 사려다가 까먹었는데 우리나라가 공산품이 없는 나라도 아니고 요구르트를 사오는건 하하하^^ 아마 유제품이라 인천공항 세관에서 걸릴지도 몰라 못사온 것이라 그렇게 말했었어야 했었다. 상대의 기분을 상하지 않게 말하고 상대가 설득가능하도록 내 논리와 기지를 펼치는 것은 배우고 또 배워도 늘 아쉬움이 남는다.

다시 시티오브드림즈호텔로 돌아왔다. 마카오에서 제일 좋아보였던 곳이고 가장 최근에 지었고 지갑을 열기 부담스러울만큼 fancy의 극치를 달리고 있었다. 그래서 맘놓고 화장실도 다녀왔다. 하겐다즈의 장미꽃 데코레이션은 너무 예뻤다. 예전엔 꽃이 참 사치라 느꼈는데 생화가 여자에게 전달해주는 생기와 로맨틱함은 꽃의 가격 그 이상을 넘어서는 가치를 체감하고 있다.

베네치안호텔도 라스베가스와 굉장히 닮아있었다. 정말 라스베가스를 그대로 옮겨놓았다고 해도 무리가 없었다. 하지만 라스베가스에서 먹을 수있는 쉑쉑이나 인앤아웃 그리고 24시간하는 얼오브샌드위치와 같이 미국음식을 베이스로 하는 유명한 요리들은 아시안 푸드로 대체되어있었다.

대왕 요구르트까진 아니더라도 에그타르트를 좋아하는 동생을 위해 역대급 인생 에그타르트는 유통기한만 더 길었다면 여러개를 사오고 싶었다. 하나만 먹어보고 더 맛있으면 더 시켜보자고 했었는데 처음 한 입을 베어물고 진짜 부드러운데 느끼함은 없고 크리미한 제대로된 푸딩을 먹는 커스터드에 페스추리로 잘 구워낸 에그타르트는 왜 마카오의 명물인지 알게했다. 이렇게 맛의 균형이 잡힌 담백하고 크리미한 에그타르트가 천원쯤 하면 정말 물가 비싼 마카오에서 다섯개쯤 먹고 당분간 에그타르트 생각도 나지 않게끔 많이 먹고 싶었는데 아주 맛있었던 첫 맛을 오랫동안 좋은 기억으로 두고 싶어 하나만 먹는 것으로 했다. 그리고 친구가 싱가폴에서 자주 먹었다는 철판 음식을 먹었는데 왜 싱가폴사람들이 한국 음식보다 훨씬 싱가폴이 더 먹을게 많고 맛있다고 하는지 이해는 갔다. 하지만 그렇게 햄버거와 느끼한 음식들을 외치던 내가 차츰 맑게 끓여낸 된장찌개에 들어간 두부에 국물을 먹는 식사가 더 좋아지고 있다.

공항으로 가는 셔틀을 어디서 타는지 몰라 정문으로 나왔는데 때마침 호텔에서 조명과 음악에 맞춰 쇼를 해주는데 팝송도 있어서 신나고 들뜬 기분을 제대로 즐길 수 있었다. 라스베가스도 그렇고 마카오도 그렇고 역시 바이 되어야 빛을 발하는 도시였다. 하지만 마카오는 낮에도 라스베가스만큼 처량한 느낌은 덜한게 매력이다. 공항까지 길이 많이 막힌다치더라도 워낙 작은 마카오라 실컷 바깥 구경을 하고도 공항에서 두시간을 넘게 기다렸다. 방콕에 도착하면 바로 자야하니 디카페인 커피만 하나 시키고 또 풀북이라는 비행기에 지친 몸을 이끌고 요즘 한참 빠져있는 방콕이라는 도시로 또 향했다. 나는 도시나 국가와의 인연을 믿고 있다. 뭘 해도 다 되는 도시나 국가가 있고 뭘해도 다 꼬이고 사기당하고 동선이 얽히고 될 일도 안되는 장소가 있는데 방콕으로 향하는 비행기에서 역시 나는 방콕과 잘 맞다는 걸 또 내 주관적인 방콕이라는 도시에 대한 호감에 작위적인 방정식을 넣어 인연론에 힘을 싣고 있었다.

 네 자리가 2A로 바뀌었으니 잊지말고 네 자리 제대로 찾아가

::: 뭘 해도 되는 도시 방콕, 인연이 있는 도시는 존재한다 :::

유심칩 굳이 개통하기엔 48시간 풀로 있는 방콕에서의 일정속에서 그냥 일반 택시를 잡아타고 밤늦게 힐튼스쿰빗에 도착했다. 공항에서 수수료를 많이 주고 atm에서 돈을 뽑고, 택시 대기표를 뽑아 택시에 올라탔다. 그런데 그 대기표를 자연스럽게 택시 아저씨에게 줬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걸 주면 택시 덤터기를 당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미터기엔 350쯤나왔는데 호텔에 도착하자 아저씨는 400을 당연하게 요구했고 늦은 저녁 그거 말고는 딱히 나빠보이지 않는 아저씨의 인상에 그냥 안전하게 온 것에 감사하며 400을 드렸다. 그리고 다이아몬드 티어로 미리 메일을 보낸 덕분인지 주니어 스위트로 업그레이드를 받고 푹쉬고 든든히 조식까지 챙겨먹고 다음날 하루를 시작할 수 있었다. 밀레니엄 힐튼 방콕도 충분히 만족스러웠지만 몇 만원 더주고 스쿰빗에서 머무는게 훨씬 교통도 편하고 모든 것이 만족스러웠다.

짜뚜짝시장으로 제일 먼저 달려갔다. 내가 이번에 짜뚜짝시장에서 사려고 목표로 하는 것은 되도록이면 많은 갯수의 디퓨저와 동생에게 부탁받은 피규어였다. 피규어는 한국이나 여기나 비쌀텐데 여기가 혹시나 조금이라도 더 싸면 사오라고 해서 긴가민가 그건 내가 시세도 모르고 더 비싸게 살지도 모를 것 같은 압박감이 좀 있었다. 나는 길을 걷다보면 늘 주위를 둘러보고 두리번 거리며 훑는 것을 좋아하는데 짜뚜짝시장에서 가장 가까운 역인 모칫역에 내리자마자 또 익숙하게 주변을 살피기 시작했다. 특이하고 진귀한 것들도 그런 습관에서 자주 발견하지만 흔한 것들도 유심히 살펴보곤 한다. 그러다 역안에 있는 맥도날드에서 테이블을 놓아두고 해피밀에 나오는 것들중 피규어들을 한데 모아 쌓아놓고 파는 것을 발견했다. 슈퍼맨도 있고 배트맨도 있고 18000원쯤하는데 피규어 십수여개를 쓸어담아왔다. 진짜 왠만하면 무거워서 그런거 먼저 들고다니는 걸 싫어하지만 쇼핑을 다하고 돌아오는 길에는 이 좋은 딜을 놓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덮쳐 그 은근히 무거운 피규어들을 시장에서 계속 들고 다녔다. 지난 추석에 방콕을 찾았을때보다 전반적으로 훨씬 덜더웠는데  짜뚜짝은 한 두시간 걷기 시작하니 짜증이 날만큼 더운건 여전했다. 아무래도 계속 물건들을 들고 다니느라 피로가 쌓여서 그런듯 하다.

어쩌다 얻어걸린 코코넛 아이스크림, 여기서 이걸 꼭 먹어보고 싶었는데 작게 들어간 코코넛밥도 망고밥이 어떤 맛일지 유추가 되는 맛이었다. 지난 번보단 더 많은 것을 보고 친구는 코코넛만 40개를 사왔다. 그리고 똑같은 코코넛을 방콕 짜뚜짝에서 650원쯤 10개에 200밧에 사왔는데 강남 뉴코아에 있는 킴스클럽에서 800원쯤 하는 걸 발견했다. 나도 덩달아 10개 사왔는데 거기서 깎으면 180밧까지 깎을 수 있었다. 하지만 들고다니고 무겁고 그냥 코코넛이 먹고 싶으면 배달되는 한국에서 사는 걸로~! 이럴때 인생무상을 느낀다. 하하하

더위를 식히고 다시 옷을 갈아입으러 애프터눈티 시간에 맞춰 케익으로 당도 충전하고 맛있는 과일주스도 먹었다. 어차피 호텔 바로 앞에 호랑이약 가득 발라주는 타이마사지 가게에서 맛사지를 받고 움직일 계획이라 옷을 편한 것으로 갈아입었다. 호텔에서 세끼, 네끼를 주는 느낌이다. 상해가 음식은 더 잘나온 것 같지만 상해보다 방콕이 할 거리, 볼 거리가 더 많고 그나마 믿고 먹을 수 있는 먹거리가 있어서 여전히 방콕은 힐링하기 딱 좋은 도시다. 진짜 인간은 욕심은 끝이 없다고 샴푸를 일곱개쯤 사오니 이젠 옷이나 가방등 다른 악세사리를 사러 방콕에 또 가고 싶다. 샴푸 일곱개 다 쓸때까지는 방콕을 덜 사랑해도 될 것 같다.

호텔 앞 엠콰티에 몰에서 할인 카드를 만들고 직원분의 추천을 받아 푸팟퐁커리와 팟타이를 시켰다. 푸팟퐁커리는 예상이 가능한 맛이었고 팟타이도 여전히 맛있었다. 하지만 가격대가 좀 있고 고급스러움은 있는데 반해 맛과 서비스의 프로페셔널함은 조금 그 가치를 덜하는 느낌이 들었다. 다음날 시암센터에 지난번에 찾았던 팟타이/볶음밥가게가 훨씬 맛있었다. 식후에 땡모반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호텔이나 식당등 비싸야 3000원쯤 하는 땡모반을 눈에 보일때마다 사마셔도 갔다오고 나면 늘 아쉽다. 땡모반때문에 다른 식후 후식은 호텔에서 말고 자발적으로 사먹을 겨를이 없었다.

예상치않게 몰안에 들어있는 고멧에 들어가 동료가 바나나칩이 맛있다하여 그걸 사오고 요즘 피스타치오에 빠져있어 그거랑 동생이 좋아하는 팝콘도 사왔다. 이것저것 담다보니 이삼만원은 훌쩍 넘었지만 그래도 우리나라보다 훨씬 싸게 좋은 물건들을 많이 살 수 있었다. 설날이라 방콕에도 사람들이 모일만한 곳엔 늘 CNY행사를 하느라 도시의 분위기가 더 업되어 있었다.

호텔에서 잡아다주는 택시를 타고 카오산 로드로 향했다. 아무리가도 카오산 로드는 별로였다. 멀고 정신없고 노잼이다. 싸면 싼 만큼 그 맛도 좀 떨어지고 질도 좀 떨어지는 것 같다. 워낙 아침 점심 저녁 중간중간 디저트까지 잘 챙겨먹어 이번엔 맥도날드에 가서 콘파이를 못 먹고 왔다. 아주 배부르게 먹지 않았는데도 방콕에서 살이 쪄서 입맛까지 돌아 한국에 와서도 좀 고생했다.

라운지에서 영상통화를 기다리다가 화면에 비치는 라운지의 천장이 너무 예뻐서 얼른 스크린캡쳐를 했다. 조식을 먹고 배 뻥뻥 두드리며 수영복을 입고 수영장에 갔는데 외국이라 상관없을 줄 알았는데 하나같이 한국 분들이 누워서 쉬고 계셔서 눈치가 보여 샤워 가운을 벗지 못하고 발에 물만 담그고 왔다.

그리고 시암센터에서 샴푸를 사놓고 지난번에 동생때문에 실컷 못들어간 시암센터의 옷가지들을 구경했다. 우리나라도 10만원이 넘으면 좋은 옷을 살 수 있는데 방콕은 10만원이 넘으면 명품은 아니지만 굉장히 질이 좋고 디자인도 특이하면서 예쁜 옷들을 고를 수 있는 선택의 폭이 넓다. 겨울옷만 제외하면 말이다. 하지만 한국에서 10만원, 20만원 마음먹고 옷을 사는건 사야해서 산다지만 방콕에서 세일해도 10만원짜리 옷을 턱턱 사기가 그랬다. 그냥 gla샴푸 일곱개와 거기서 파는 종이 백(3만원을 주고 사왔다가 엄마가 돈낭비의 끝을 보여준다고 한소리를 들었다.)을 사고 옆에 갔더니 카르마카멧 에브리데이가 있어 룸스프레이와 에코백 두개를 샀다. 카르마카멧도 진짜 너무 예쁜게 많아서 다 쓸어오고 싶었다. 특히 향이 너무 고급져서 여기가 천국 같았다. 알음알음 중국 관광객들도 좋다는 소문을 듣고 여길 찾아와 물건을 사는 걸 발견하고 머지않아 카르마카멧도 굉장히 정신없어지겠구나 싶었다.

배는 고프지 않았는데 지금 아니면 딱히 식사 시간이 없을 것 같아 지난 번에 시켰던 그곳에서 똑같은 메뉴를 시켰다. 여기는 돈을 충전하고 카드로 계산하는 시스템이라 내가 먹을 메뉴들이 얼마인지 계산해서 그 돈을 더하고 카드 보증금까지 더하여 알맞게 주문했는데 갑자기 땡모반을 시키고 팟타이를 시키러 갔더니 돈이 모자란다는 것이었다. 우리는 둘다 계산이 약한지라 당연히 우리가 잘못한 줄 알고 모자란 만큼 돈을 더 충전하고 주문했는데 땡모반을 찾으러 갔다가 혹시나 영수증을 살폈는데 거기서 땡모반을 2개를 찍고 하나만 만들어 놓은 것이었다. 이럴 땐 행동이 빨라 벌써 카드를 환불해서 매니저를 불러 현금으로 다시 받았다.

시암센터 화장실에서 본 문구가 참 인상적이다. 인생이 정말 애플과 블랙베리가 과일에 불과했을땐 좀 더 쉬워졌을까? 처음엔 너무나 공감이 갔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그때도 여전히 인생은 tough했으리라 으레 짐작해본다. 언제 살았든간에 인생은 쉽지 않았을 것이고 그걸 어떻게 소화하고 받아들이냐가 행복을 결정짓는 요소아니었을까?

애프터눈티를 먹고 이미체크아웃을한터라 한시간 더 앉아있었더니 칵테일타임이다. 자리를 지키고 있어 음식이 나오자 마자 맛있게 그득그득 먹고 있었는데 20분쯤 되니까 앉을 자리가 없다며 30분뒤에 오라고 여러 사람들을 돌려보냈다. 우리는 배만 채우고 다시 호텔 수영장으로 올라와 누워있었다.

시간이 아까워 맛사지를 받으러 걸어갔다가 발맛사지만 간단히 받고 다시 걸어오다가 더 피로가 쌓이는 것 같았다. 한번도 엠포리움엔 못들어가 아쉬워 10시가 되기 10분전에 들어갔는데 캐츠키드슨 가방이 50%를 하고 있었다. 그냥 콤팩트하게 막 들고 다니는 가방을 지금 안사면 나중에 안사고 후회할 것 같아 급히 결정을 하고 계산과 함께 직원들과 동시 퇴근하는 진귀한 경험을 했다. 택스리펀을 받을 것이라고 미리 종이도 빼놓고 신경을 많이 썼는데 세관에서 도장을 받지 않아 어의 없게 2만원정도 택스리펀을 못받고 아쉬운 마음에 동전을 털어 도넛을 먹었다. 원래 데일리 퀸을 먹을 수 있었는데 방콕은 데일리퀸이 진짜 미친듯이 싸다. 진짜제일 싼 것 같다.  아이스크림 기계를 잠궜다며 눈물을 머금고 돌아왔다.

카르마카멧에서 산 룸스프레이는 쓸 때마다 마음을 정화시켜주는 향으로 나를 기분좋게 만들고 우리나라에선 3000원이면 사는 에코백이란 생각에 선물주려고 하다가 동생한테 거절당하고 다른 친구들 주기에도 참 이게 참 알고보면 가치있고 예쁜 건데 지하철역에서 파는 에코백을 선물이라고 주는게 좀 예의에 어긋나는 것 같아서 주지도 못하고 끙끙거리고 있다. 세상엔 내 눈에만 가치있고 예쁜 것들이 많나보다.

방콕을 갔던 가장 큰 목적이었던 gla샴푸와 행사기간이라 샴푸하나와 비누도 하나 더 얻었고 고멧에서 산 각종 견과류를 부모님꼐 드리고 동료들과 바나나칩도 나워먹었다. 그리고 친구따라 전혀 살 마음 없었지만 여러개 사면 더 싸게 사는데 보탬이 될까해서 같이 산 코코넛칩은 여전히 애물단지처럼 집에 그대로 모셔두고 있다.

그레이하운드에서 신상백이 나왔는데 에코백보단 더 있어보이고 가격은 9만원이 넘긴 했지만 가볍고 가방의 틀도 잡아두고 디자인도 특이해서 한 눈에 반해 사왔는데 엄마의 반응이 영 아니올시다였다. 진짜 겨울말고 다 쓸 수 있는 가방이라 좋았는데 하필 지금이 겨울이다.

그리고 짜뚜짝시장에서 가져온 디퓨저는 라벤더가 제일 향이 진하고 좋다. 방콕을 가보지 않은 친구가Peep향을 맡아보더니 향이 너무 좋다고 한다. 하지만 심신 건강에 좋은 라벤더를 더 큰 통으로 사오지 못한 것을 후회하고 있다. 현대인들의 심신 건강에 라벤더만한 것은 없다는 생각을 문득 한다. 그리고 마카오의 명물 럭키 쿠키도 부드럽고 깨지기 쉬웠지만 나름 잘 공수해서 들고 왔다.



방콕은 가도 늘 새롭다. 익숙해서 더 편한 것도 있고 물가도 이정도면 감사할만큼 싸다. 모든 물가가 아름다운데 도시 인프라는 잘 되어있고 쇼핑이나 볼거리도 많아서 더 많이 알고 싶은 곳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방콕에서 살 가능성이나 이유는 전혀 감이 잡히지 않을 만큼 일말의 가능성도 안보이는데 그래도 방콕은 이번에 가면 정말 지겨울 줄 알았는데 여전히 방콕은 좋은 일만 가득 안겨주었다. 돌아오는 길에도 업그레이드가 되었다. 방콕은 여전히 내 마음을 사로잡기 충분했고 설날, 겨울에 가는 방콕은 날씨도 최고였다. 늘 변하지 않고 방콕이 지금처럼 그 매력을 뽐내고 있었으면 좋겠다. 더이상 물가도 오르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방콕은 짝사랑을 해도 그게 흑역사가 되지 않을 만큼 애정을 쏟는 대상 자체가 매력적이고 너무 좋은 도시임을 이번에 또 깨닫고 떠난다. 누가뭐래도 방콕은 사랑이다. 오래 머무는 방콕도 좋지만 자주 찾는 방콕이었음 좋겠다. 어떤 도시를 좋아하게 되었다는 것, 그리고 잘 아는 도시가 생긴다는 것, 애정을 줄 수 있는 도시를 마음만 먹으면 찾을 수 있다는 것도 축복이다. 내겐 방콕이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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