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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이쑤 Mar 25. 2017

여독을 푸는 현명한 방법 : 땡큐카드

부끄럽지도 당당하지도 않던 까탈스러운 고객의 고백

소비자가 누릴 수 있는 최고의 권리는 갑질이 아닌 땡큐카드다. 


 고백컨데, 나는 소비자로써 유별스런 고객이었다. 말도 안되는 이유를 걸고 넘어지진 않았지만, 소비자로써 내 권리를 침범당하거나 상식밖의 행동이 일어날 때 주저없이 컴플레인을 걸었다. 물론 컴플레인을 걸때도 최대한 예의를 차려서 내 논리를 상대에게 설명한 후 피드백을 받는 식이었다. 특히나 먹을 것에 있어서는 더욱 예민해졌다. 식당에서 한참을 줄을 서서 기다리는데 중간에 새치기를 한다던지, 주문을 먼저하고 기다리는데 뒤에 앉은 사람들 몇 팀들보다 한참 우리의 음식이 늦게 나온다던지, 계산이 잘못되어 영수증을 확인하고 이야기하면 계산의 불찰에 대한 사과의 제스쳐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던지 등의 이에 대한 컴플레인을 걸었을 때 상대의 태도가 궁색한 변명이나 적반하장식으로 나오면 그때부터 화가 나기 시작했다.  


 음식뿐만 아니라 전자제품에서도 나는 내가 소비자로써의 권리를 제대로 누리고 살고 싶다고 외쳤다. 언젠가 하드형태로 된 아이리버 mp3를 샀는데 버그가 너무 심해서 3번 이상 고치면 새 제품으로 바꿔준다고 해서 3번 고장이 나서 as센터를 왔다갔다하면서 기계를 고쳤고 5번째 고장이 나면 환불을 해준다하여 환불을 받았다. 친한 친구들이 아이팟을 써도 꿋꿋히 아이리버에 만족하고 좋아했던 사람으로써 이 제품을 만나고 아이리버하면 학을 떼었다. 환불을 받기까지 1년안에 5번이 고장이 나서 as 센터를 왔다갔다할 정도면 제품뿐만 아니라 아이리버 브랜드에 대해서 환멸이 느껴질 정도였다. 기계를 고치러가면 심드렁하게 소비자가 잘못한 것이 있나 침수한 적이 있는지, 스크래치를 찾아내 기계를 떨어뜨려서 그렇다는 식의 변명을 늘어놓는데 급급한 태도가 너무 싫어 기계 고장 5번을 채우고 환불을 받을 때까지 오기로 이를 갈았다. 맥북도 마찬가지였다. 맥북이 지금보다 더 대중화되기 전, 생일선물로 큰 맘 먹고 맥북을 사서 잘 쓰고 있었는데 진짜 쎄게도 아니고 화면을 눌렀는데 갑자기 크랙이 가서 화면의 1/6이 깨져버렸다. 살다가 전자제품으로 이렇게 황당한 적은 없었다. 기계라면 나름 조심히 다뤄서 늘 사용자 부주의로 기계가 고장나서 as센터에 맡긴 적은 pmp말고는 없었는데 100만원 좀 넘게 주고 산 애플 컴퓨터 화면을 고치려면 수리비로 60만원을 내야한다는 소리를 듣고 황당하기 그지 없었다. 내 잘못도 아니고 물건을 이런 식으로 만들어놓고 물건값의 반 이상을 화면을 고치는 수리비를 내라고 했고 인터넷에 맥북 제품 수리 케이스를 찾아다보니 모두에게 공평한 천편일률적인 서비스가 이뤄지지 않음에 더 분개했다. 그리고 하루종일 핸드폰을 잡고 상식밖의 일이 일어난 것을 어필한 결과 자기네들이 줄 수 있는 건 무선 키보드밖에 없다고 그것을 보내준다하였고 굉장히 황당하고 마음이 허함을 동시에 느꼈다. 시간을 지체할 것 없이 나는 곧장 11만원쯤을 주고 용산에서 화면을 갈았다. 그리고 그 무선 키보드는 캐나다에서 한국으로 짐을 보낼때 평소 택시로 잘 이용했던 북한 아저씨한테 맡겼는데 돈되는 헤드폰이랑 정품 키보드는 쏙 빼고 한국 집으로 왔다.


 소비자를 상대하는 직업이 특히나 우리나라에서는 심각한 3d직업이라고 한다. 감정노동이 얼마나 힘든지 해본 적은 없지만 헤아려질만큼 고된 업무라 생각한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고객은 왕이라고 생각하여 마치 노비를 부리듯 막말을 퍼붓는 사람들이 제일 문제고 물건을 다 써놓고 교환 혹은 환불해달라는 뻔뻔한 소비자들때문에 제 돈 주고 물건을 산 후 진짜 물건에 하자가 있어 바꾸거나 교환해야할 때 불이익을 본다. 미국이나 캐나다는 워낙 교환이나 환불서비스가 확실해서 영수증이 있으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교환/환불 서비스를 해준다고 한다. 들은 이야기로는 한인 교회에서 가족들이 행사있을 때마다 정장같은 옷들을 전부 산 뒤에 행사가 끝나면 그걸 환불하는데 전혀 문제가 없다는 우스갯소리를 듣고 한국의 홈쇼핑에서도 빈번히 일어나는 일임을 느꼈다. 특히 연말에 모임에서 빛나기 위해 모피를 사서 환불로 제품이 들어왔는데 모피 주머니 안에 라이터가 들어있었다는 웃픈 에피소드는 소비자로써 권리를 외칠 수 있는 사람들이 몇이나 있는가 반문하게 된다.


컴플레인을 걸 때는 충분히 상대를 이해시킬 수 있는 논리와 예의는 늘 빼놓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조금 별나긴 하지만) 합리적인 소비자라 여겨왔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내가 맞다고 생각했던 삶의 방식들에 내 스스로가 조금씩 지쳐가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남에게 생색내는 기부라도 기부라는 것 자체가 좋은 행위다 보니 남에게 알리는 것도 좋은 시작이라고들 하는 것과 같다.

이렇게 남에게 생색내는 A/S직원을 대하는 태도와 언행등을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알리거나 땡큐카드를 통해 자신에겐 작은 시간투자지만 상대에겐 큰 에너지를 가져다주는 것또한 우리 사회에 만연해있는 손님의 갑질또한 조금씩 나아질 수 있는 실마리가 되리라 믿고 있다. 



밀레니엄 힐튼 방콕의 라운지 직원분이 머무는 동안 너무 친절하게 대해주셔서 여행중 마음이 너무 편안했다. 든든한 현지 친구를 만난 것처럼, 자신의 일인 것처럼 성심성의껏 대답해주고 문제들을 처리해주려했다. 그녀는 프로페셔널했으며 그녀의 서비스에는 진심이 담겨있었다. 그리고 무언가 먼저 묻기전에 조금이라도 불편한 사항들이 있는지 언제나 신경썼다. 그리고 그녀의 친절과 호의가 과잉되었다는 생각, 배워서 하는 친절, 일이라서 하는 멘트가 아니라 더 좋았다. 그녀의 이름을 수첩에 기억하고 땡큐카드를 쓰기로 결심했다. 결과야 어찌되었든 땡큐카드를 쓰는 행위 자체는 내가 손님으로써 누리는 최고의 특권이란 생각이 든다. 

얼마전 태국 여행에서 공항에서 우버가 깔리지 않아 현지 택시를 불렀는데 택시아저씨들이 말이 통하지 않으니 자꾸 전화를 끊어서 지나가다 퇴근길에 ANA 현지 분들께 도움을 청했다. 인턴중이셨는데 출국장까지 택시 아저씨와 통화하며 데려다주고 이름을 물어봐 회사에 땡큐카드를 잊지 않고 보냈다. ANA를 탄 적이 없지만 이런 감사함으로 이런 직원들의 서비스덕분에 이 항공사를 꼭 이용하고 싶다고 말이다. 그리고 실제로 ANA항공에 대한 이미지가 좋아져 한국에서 뉴욕까지 가는 장거리비행에 이 항공사를 이용하기로 마음먹고 티켓팅도 마친 상태다. 




여행뿐 아니라 일상에서도 땡큐카드는 중요하다. 특히나 면접 때 우리의 문화는 아니지만 좋은 문화는 세계화시대에 받아들여 우리의 삶을 더 풍성하게 만드는 구실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함께 살아가는 사회, 고마움 감사함 즐거움표현하다보면 남도 좋아지고 표현하고 있는 내 자신도 웃고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좋은 것만 감사하기에도 바쁜 삶임을 깨닫는다.

무뎌질때 쯤 다시 나를 일깨워줘야하는 땡큐카드로 내 삶은 함께 살아가는 사회의 일원으로써 한층 더 풍성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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