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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ke Kim Jul 14. 2015

거인 연대기 4

거인과 오타쿠 - 에반게리온

1995년에 등장한 '신세기 에반게리온'은 그 당시 등장했던 많은 애니메이션 사이에서 단연 오타쿠를 양산하는데 기폭제 역할을 한다. 마치 성경에 구약과 신약이 있듯 일본 거대 로봇물은 이 애니메이션의 전과 후로 나뉘는 계기가 된다. 창조적 오타쿠란 무엇인가? 과연 오타쿠가 사회적인 지탄을 받을만한 대상인가를 이야기할 때 성공한 오타쿠인 에반게리온의 감독 '안노 히데아키'를 빼놓고는  이야기할 수 없다.

이분이 오타킹(오타쿠중 왕)이라 불리는 안노 히데아키.

안노 히데아키는 에반게리온 이전에도 많은 오타쿠 성향의 작품을 연출했지만 에반게리온을 연출하며 사회적 으로 엄청난 유명인사가 되어버렸다. 일본의 국민 애니메이션이라고 불리는 '사자에상'이나 '마루코는 아홉 살'같이 일반인 가정에 많은 사랑을 받아오던 TV 애니메이션 계에 마츠모토 레이지의 야마토 붐, 토미노 요시유키의 건담 붐에 이어 에반게리온으로 이어지는 일본의 제 3차 애니메이션 붐을 일으키며 사회적인 이슈를 만들어왔다. 에반게리온은 그 인기의 진원지가 기존의 다른 애니메이션과 다르다. 대부분의 애니메이션들이 대중의 인기를 끌고 사회적인 파장을 불러일으킨데 반해 에벤게리온은 오타쿠들에게 먼저 인기를 끌고 그것이 사회현상으로까지 파급효과를 가져온 건 거의 최초라 해도 될 것이다. 결국 에반게리온은 2006년 일본 문화청이 주관하는 일본 미디어 예술 100선에서 애니메이션 부문 1위로 선정되며 일본 애니메이션의 크게 한 획을 그은 작품으로 인정받는다.

일본 로봇 애니메이션의 분기점이 되는 신세기 에반게리온.

에반게리온의 내용은 사실 굉장히 복잡하다.


2000년, 인류는 유례없는 대재앙인 세컨드 임팩트를 맞게 된다. 유성 충돌로 알려진 사태로 남극의 얼음이 융해, 바닷물의 수위가 높아지면서 온갖 기상 재해와 환경 재앙이 일어난다. 거기에 기아, 내전 등의 여러 요소까지 겹쳐, 순식간에 인류의 절반이 절멸하는 대참사가 벌어졌다.

시간이 흐르고, 2015년 하코네의 지하 요새 도시인 제 3 신도쿄시에는 사도라는 정체불명의 적이 습격해온다. 이에 대해 국제연합(UN)군은 총공세를 펼치나 어떤 무기도 사도를 저지하지 못했고, 네르프라는 산하 비밀 조직에 작전 수행권을 넘긴다. 이에 대해 네르프가 대항점으로 삼은 것은 에반게리온이라는 비밀 병기, 그리고 그것을 조종할 14살 소년 이카리 신지였다. 

에반게리온의 신화의 주인공이었던. 이카리 신지.

네르프의 총사령관은 다름 아닌 그의 아버지 이카리 겐도. 이후 이카리 신지는 새로운 거리에서 여러 사람을 만나고 여러 일을 겪는다. 에바 조종사라는 게 밝혀지자 갑자기 많은 관심을 보이는 급우들, 그 와중에 동생을 상처 입혔다며 자신에게 화내는 운동복의 소년 스즈하라 토우지, 샴시엘과의 전투 이후 독단적인 가출, 그리고 특촬물 마니아인 아이다 켄스케와의 만남, 활달함의 뒤에 상처를 숨기고 있는 그의 보호자 카츠라기 미사토, 그리고 첫 만남부터 정체불명이었던 아야나미 레이와의 합동 전투, 콧대 높은 파일럿 소류 아스카 랑그레이와의 만남을 겪으면서 이카리 신지는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는데…….

풋풋했던 TV판 에반게리온의 등장인물들 이것은 주인공 소년과 소녀의 성장스토리다.

기존의 로봇물이 열혈이란 요소 아래 권선징악형의 단순 구조를 따라갔다면 에반게리온은 처음부터 끝까지 무엇이 선인지 무엇이 악인지에 대한 구분이 애매모호하다. 여기엔 많은 대립구도가 펼쳐지는데 아버지 vs 아들, 인간 vs 클론, 에바 vs 사도, 조직 vs 개인, 열혈 vs 찌질, 거인 vs 소년 등등의 아주 복잡한 구도가 이어진다. 

동인녀에게 꾸준히 사랑받는 BL의 요소도 다분...ㅎㅎ

그래서인지 대부분의 콘텐츠가 결말과 분석을 알고 보면 재미없는데 에반게리온은 오히려 모든 시리즈의 내용을 알고 보는 편이 더 재밌다. 이유는 그 복잡한 내용들에 대해 감독은 아주 불친절하기 때문이다. ㅎㅎ(사실 초기의 기획과 굉장히 다르게 이야기가 진행되었으며 감독 자신이  괴로워할 정도로 이 애니메이션의 설정들은 복잡하다. 아마도 감독인 안노 히데아키는 초기부터 세밀한 설정을 하지 않고 시간이 흐르면서 자신의 머릿속에 담긴 여러 가지 상징들을 해법 했을 가능성이 높다)

애니메이션 속의 다양한 대결구도는 스토리에 엄청난 중력으로 작용한다.

개인적으로 처음 에반게리온을 보게 된 건 1999년이었다. 군대에서 재대한 후 복학하기 전 시간이 날 때 있는데 처음 에반게리온을 보며 많은 부분에 열광했지만 충격의 25,26편을 보곤 멘붕을 겪었기에 잠시 잊고 있다가 극장판 데스 앤 리버스에서 다시 한번 멘붕하고 엔드 오브 에반게리온에 와서야 전율을 느꼈다. 그리곤 최근 개봉한 에반게리온 서, 파, 큐를 보고는 다시 열광하고 있다. (아마 대부분의 에바팬들이 몇 번 우려내는 스토리를 비하하며 사골게리온이라 욕하면서도 나와 같이 열광할 것이다)

그리고 다시 시작하는 에반게리온.

에반게리온에 열광할 만한 요소들을 꼽자면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츤데레와 얀데레가 등장하고 주인공은 기존 주인공중 가장 지질하며, 적으로 등장하는 기체들은 모두 유니크하다. 거기에 현실에 기반한 리얼한 묘사가 일품이고 감독 자신의 덕력이 모두 녹아 있을 만큼 많은 덕질의 하이브리드가 하나의 애니메이션에 등장한다. 그중 개인적으로 열광하는 부분은 지구에 존재하는 대표적인 종교관이 모두 녹아 있다는 점이다. 여기엔 성경에 기반한 죽음과 부활의 메시아가 존재하고 사해문서라는 비밀에 휩싸인 제3의 성경이 등장한다. 거기에 선과 악이 싸우는 최후의 전쟁인 아마게돈 같은 상황이 등장하고 주역에 등장하는 개벽 같은 상황이 극장판에 와서 보인다. 거기에 더해 최근 극장판에서는 윤회사상을 기반에 깔고 가는데 여기엔 서양과 동양의 종교적 전설과 신화를 한데 뭉뚱그려 굉장히 논리적이고 찰진 스토리텔링이 이어진다.

그중에서 최고는 여성 캐릭터들의 개성!!!! 마리~ 하악!!!

특히나 에반게리온의 가장 기반이 되는 건 그리스로마 신화인데 여기에 우라노스와 가이아의 일화가 큰 축을 잡아준다. 특히 이야기의 말미에 등장하는 에반게리온의 정체가 기계와 금속으로 만들어진 메카닉이 아니라 살과 뼈 위에 갑옷을 입힌 거인형 생체병기라는 사실이 밝혀질 때 쯤이면 이 복잡한 이야기가 어디에서 기반한 건지 감을 잡기 시작할 것이다. 

에반게리온 극장판 '파'에 등장하는 충격의 장면
에반게리온 스스로 신이되어 서드 임팩트를 만들어 버린다.

아버지 겐도와 아들의 이카리의 증오관계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에 떠올리게 하며 어머니의 클론인 레이는 일렉트라 콤플렉스를 열혈 캐릭터인 아스카에게는 아테나의 일화가 농후하게 느껴진다. 특히나 엔드 오브 에반게리온에 등장하는 신세기의 첫 인물은 이카리와 아스카인데 이는 최초의 인간인 아담과 이브를 떠올리게 할 만큼 상징적이다. (게다가 작중에 실제로 아담과 리리스라는 성경 이야기의 모티브가 등장한다. 사실 이외에도 일본 신화까지 엮여 에바에 등장하는 종교적 기호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무수하다.)

으.....깔려있는 스토리가 너무 복잡해...젠장

사실 에반게리온의 이야기는 하나의 연대기와 짧은 소개글로는 부족할 정도로 정밀한 분석이 많다. 에반게리온 하나의 이야기로만 몇 권 분량의 해설서가 나올 수 있기 때문에 궁금한 독자라면 본인이 직접 보고 빠져드는 게 맞다. ㅎㅎ

에반게리온에 대한 정보를 모두 습득한 후 당신의 모습일지도 모른다. 기절!

거인 연대기에서 에반게리온은 굉장히 중요한 위치에 해당한다. 이글을 읽는 독자들이 관심 있어하는 대다수의 거인 이야기가 이 애니메이션 한편에 모두 녹아있기 때문이다. 진격의 거인을 이야기하기 위해 시작한 거인연대기에서 에바의 이야기를 쓰기 전에 고민한 건 에반게리온 자체의 이야기 외에 더 재밌는 비하인드 스토리들이 많기 때문이었다.(에반게리온 자체의 제대로 된 이야기와 야사까지 합치면 몇 날 밤을 새울지 모른다..ㅎㅎ)

다 이야기 해줄 수 없어 스...슬프다..

어쩌면 일본 애니메이션 중 로봇물을 거인의 시작으로 이야기한 건 에반게리온이라는 중요한 반환점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기존의 금속거인을 살과 피가 도는 괴수급 거인으로 전환한 가장 큰 일등공신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안노 감독이 극장판 에반게리온을 다시 시작하며 기존의 공식들을 재정립하였고 아직 완결되지 않았기에 이 이야기는 아직도 진행형이다. 거인연대기에 있어 에반게리온은 이후 거대로봇물에 일대 혁신이 되며 다양한 애니메이션에 모티브를 제공하게 된다. 또한 그 거대로봇들의 클리쉐들이 지겨워질 때쯤 진격의 거인을 탄생시키는 계기가 된다. 그리고 기존의 동양과 서양의 거인을 표현함에 있어 많은 것들을 포함하기에 차후 다른 몇 가지의 시리즈를 연재하며 종종 등장할 것이다.

기대해 주세요~ 마법소녀 연대기!! ^^

1995년은 어찌 보면 에반게리온이라는 거인의 등장과 함께 오타쿠의 커밍아웃이 자연스레 이어지는 계기가 되었다. 기존에 오타쿠는 음침하고 사회적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잠재적 범죄자로 보았던 일본에서 인식을 논리적인 분석과 철학적인 사색을 할 수 있는 마니아로  탈바꿈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했던 작품이기 때문이다. 

알맹이가 많이 빠진 이야기가 이어졌는지 몰라도 이후에 더 재밌는 이야기를 할 수 있게 잠시 갈무리하며 아쉽게도 거인에 대한 네 번째 이야기는 여기서 마친다. 
이글을 읽는 당신에게 즐거움이 되었기를~


추천작

안노 히데아키 TV판 '신세기 에반게리온', 

극장판 '엔드 오브 에반게리온', 

극장판 '에반게리온 서, 파, 큐'



에바게리온에 대한 몇가지 재밌는 사실...


에반게리온의 시초가 된 작품은 놀랍게도 미야자키 하야오의 '바람계곡의 나우시카'다. 당시 싹수가 보였던 오타쿠인 안노 히데아키는 미야자키의 회사인 지브리에 사사건건 편지를 보내 모자른점을 지적했다고 한다. 차츰 다른 애니메이션 회사에서 두각을 나타냈을때 미야자키 하야오는 어린나이의 안노를 당시 자사 최고의 기대작이었던 '바람계곡의 나우시카'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기게 된다. 

지브리의 기념비적인 작품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그때 안노가 맡았던 파트가 폭파신과 거신병이었다. 지금도 나우시카를 보면 거신병이 등장하는 장면에서 최고의 작화와 퀄리티를 보여주는데 그 거신병의 파괴신은 메카, 건물, 기계, 폭파 작화에 수준급이었던 안노 히데아키에게 전공분야였다. 오죽하면 하야오가 그만 디테일하게 그리라고 했을까? ㅎㅎ 안노의 집요함은 몇가지 비하인드 스토리로 알수 있는데 안노의 감독 데뷔작인 '톱을 노려라' 당시 다 그린 배경이 맘에 안들어 리테이크(다시 그리는 것)하려하자 주위사람들이 예산과 시간때문에 안된다고 강력하게 막았다. 이때 벽을 치며 '젠장, 젠장'거리며 엉엉 울었다고 한다. 그때 라커룸을 부수고 벽에 구멍이 나는 등 장난아이었다고 하는데 성격이 불같고 완벽주의에 집착하는 그의 성격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었다.

바람게곡 나우시카에 등장하는 거신병.

후에 안노히데아키 인터뷰에서 그때를 회상하며 아쉬움을 토로한다. 에반게리온 큐를 보면 서두에 '거신병 도쿄에 나타나다'라는 실사영화를 같이 보여주는데 여기엔 에반게리온의 벌거벗은 형체를 한 나우시카의 거신병이 등장한다. 기괴한 단편이지만 알고보면 오마주와 천재성이 동시에 드러나는 수작이다. 톱을 노려라의 원한은 '톱을 노려라 2'를 만들며 한풀이 하게된다.

거신병 도쿄에 나타나다(지브리 특별 단편)

안노를 마치 메카닉 오타쿠처럼 여기는 사람이 많은데 사실 안노는 순정만화와 특촬물 오타쿠 게이지가 더 높은 사람이다(하나더 포함하자면 밀덕=밀리터리 오타쿠). 실제로 결혼식에 가면라이더 복장으로 등장했으며 즐겨 듣는 노래역시 특촬 전대물 주제가다. 또한 에반게리온에 등장하는 '사도(적)'과 '에바'의 싸움은 철저히 울트라맨을 대표하는 전대물의 오마주이다. 오른편의 법칙(승자는 화면의 오른편에서 싸운다), 에바들의 색깔(파워레인져의 색), 괴수들의 뜬금없는 도쿄등장등을 볼때 안노는 특촬물 오타쿠중 만랩의 고수에 가깝다. 

전대물에서 자주 보여지는 컬러가 바로 에반게리온의 컬러.

순정만화에서 어라? 할 분들이 계시겠지만 한국에서 '그와 그녀의 사정'이란 제목으로 방영한 애니메이션은 안노히데아키가 감독한 '카레카노'라는 작품이다. (사실은 에반게리온 그린후에 땜방용 애니메이션 이었음. 그러나 엄청나게 흥행함) 또한 결혼한 아내도 순정만화를 그리는 만화가다. ㅎㅎ

그와 그녀의 사정이란 제목으로 더 유명한 카레카노

에반게리온은 히브리어로 '복음'을 이야기하지만 오타쿠들의 분석중엔 'EVANGELION'의 단어를 분리시켜 'EV(E)+ANGEL+LION"이라는 해법을 내놓는다. 여기서 등장하는 이브는 리리스 또는 레이를 상징하며 엔젤은 사도, 라이온은 기호학적 의미로 왕을 말한다. 의도된 사실인지 모르겠지만 하나의 단어에 많은 이야기거리를 무수히 낳는다는건 에반게리온이 전설이 된 이유 중 하나이다. 안노의 천재성은 분석글이 나올수록 더 깊어지는 것 같다.

종종 앤드오브 에반게리온의 이 장면이 기독교의 성령강림과 비견된다.

에반게리온 이후에 히키코모리가 되어 폐인으로 추락하는 안노히데아키에게 "더 이상 에반게리온에 손대지 말아라!!"라고 일침을 가한건 미야자키 하야오 였다. 하지만 그 일침 이후에 극장판 에반게리온 프로젝트가 가동되었으며 안노는 기존의 음침함을 버리고 바깥세상으로 소통을 시작한다. 여기엔 스승인 하야오와 더불어 안노와 결혼한 아내인 '안노 모요코'의 공이 크다. 안노 모요코는 한국에 영화로도 소개된 '사쿠란'과 '슈가슈가룬'의 원작을 그린 유명한 만화가다. 결혼생활 이후에 안노는 극단으로 치닫던 염세주의에서 희망을 주는 스토리를 갈망하며 신 에반게리온 시리즈를 기획했다고 한다. 역시 여자를 잘만나야한다는 말이 맞는것 같다. 안노는 며칠전 일본에서 엄청난 시청률로 시작한 '기무라 타쿠야' 주연의 '안도로이도'에서 자문역을 맡았다. 전편을 본 소감은 안노 히데아키가 참여했기 때문인지 SF적 요소들이 독특하고 디테일하다. (일드 좋아하는 분들께는 강추!!) 이제 에반게리온의 또다른 극장판이 대기중이다. 그래서 그의 앞으로의 행보는 더욱 기대된다.

에반게리온 큐에 등장하는 거대한 우주선은 이상한 바다의 나디아의 노틸러스호를 스스로 오마주한 것이다.
에반게리온이 메가 콘텐츠인 이유는 끈임없이 새로운 상품을 만들어내고 수익으로 연결시키며 다양한 업체들과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스테디상품을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가장 좋하는 마리와 아스카
아아 마리~!!
아아아~ 비스트모드 최고!! 마리최고!!
원래 아스카 팬이었지만 지금은 마리로 옮겼습니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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