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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ke Kim Jul 27. 2015

오즈의 난쟁이

거꾸로 쓰는 동화

난쟁이왕은 먼지가 수북이 쌓인 상자를 열어 은빛으로 반짝이는 예쁜 구두를 꺼냈다. 창문으로 들어온 햇살을 받아 무지개 빛으로 빛나는 은색 구두는 도로시의 작고 하얀 손에 올려졌다. 도로시는 기쁨에 겨워 울먹이며 난쟁이왕에게 물었다.

"이제 집에 갈 수 있는 건가요?"
"그 구두에 마녀의 축복이 불어 넣어지면 집에 갈 수 있단다."
"어디 가면 마녀를 만날 수 있나요?"

"에메랄드 성을 나가 길게 뻗은 노란 길을 따라가렴~"

도로시는 뛸 듯이 기뻤다. 에메랄드 성을 나와 노란 벽돌로 이어진 길을 폴짝폴짝 뛰어 걸으며 꽃밭에서 만난 요정들에게 자랑했다.

"요정들아. 날개 달린 요정들아. 이걸 보렴. 은빛으로 반짝이는 예쁜 구두가 날 집으로 데려다 줄 거야."

숲을 지나며 만난 동물들에게도 자랑했다.

"새들아. 토끼들아. 사슴들아. 이걸 보렴. 은빛으로 반짝이는 예쁜 구두가 날 집으로 데려다 줄 거야."

노란 길 끝에 있는 마녀의 집에 도착한 도로시는 춤을 추며 마녀를 찾았다. 앞마당에도 뒤뜰에도 마녀는 없었다. 도로시는 곧 집에 갈 생각에 기쁨이 차올랐다. 다시 따각거리는 소리를 내며 기쁨의 춤을 추고 있을 때 집의 안쪽에서 나이 든 마녀의 목소리가 들렸다.

"도대체 누구냐? 왜 남의 집 앞에서 시끄럽게 춤을 추고 있는 게야?"
"오즈의 난쟁이왕께서 제 은빛 구두에 마녀님의 축복이 닿으면 집에 갈 수 있다고 했어요!"
"나는 저주를 걸지 축복은 하지 않는 단다. 돌아가거라. 시끄럽다."

도로시는 울먹이며 마녀에게 다시 말을 걸었다.

"어서 집에 가고 싶어요. 제발 도와주세요. 무엇이던 할게요."
"오호라! 무엇이던 말이야?"

마녀는 무거운 다리를 질질 끌며 문을 열고 나와 울고 있는 도로시를 바라보았다. 그리곤 희미하게 웃으며 그르렁거리는 목소리로 말을 건넸다.

"네 어여쁜 얼굴을 다오. 그럼 구두에 축복을 내려줄게"
"제 얼굴이 바뀌면 엄마도 아빠도 절 못 알아 보실 거여요"
"그럼 네 귀여운 목소리를 다오. 그럼 구두에 축복을 내려줄게"
"제 목소리가 바뀌면 엄마도 아빠도 절 의심하실 거여요"
"그럼 네 곧게 뻗은 다릴 다오. 그럼 구두에 축복을 내려줄게"
"다리가 없으면 구두를 신지 못해요!"
"그렇다면 잠시만 구두를 빌려다오. 그렇게 예쁜 구두는 지금까지 본 적이 없구나. 잠깐만 신고 춤을 춰보고 싶구나"

도로시는 잠시 머뭇거리다 은빛 구두를 벗어 마녀에게 주었다. 마녀는 발에 맞지 않는 구두를 낑낑거리며 신고서 어기적거리며 춤을 추다가 잠시 멈춰 땀을 닦고는 구두의 뒷 굽을 "탁탁탁"하고 세 번 부딪혔다. 마른 하늘에 멀리 벼락이 떨어졌고 하늘이 갑자기 어두워졌다. 돌풍이 몰아쳐 회오리바람을 만들었다. 바닥에서 올라온 안개가 회오리바람을 타고 마녀의 몸을 감쌌다. 안개가 걷히기 시작하자 거기엔 마녀가 아닌 도로시와 비슷한 나이의 소녀가 꼿꼿하게 서있었다. 도로시가 어리둥절하게 바라보자 방금 전까지 마녀였던 소녀는 깔깔거리며 웃었다.

"깔깔깔. 속았지 요것아?!! 난 드디어 집으로 돌아간다. 이제 네가 이집을 지키는 마녀가 되었구나~!"

도로시는 깜짝 놀라 두 손을 올려 얼굴을 만져 보았다. 쭈글쭈글한 주름이 만져졌다. 손을 내려 손등을 바라보니 검버섯이 군데군데 박혀 있었다. 다시 휘몰아친 회오리바람은 마녀였던 소녀를 하늘로 들어 올려 멀리멀리 데려갔다. 그리고 마녀가 되어버린 도로시는 바닥에 주저앉아 하염없이 울었다.

"오즈의 노란 길 끝에 새로운 마녀가 태어났다!"

숲 속의 새들은 여기저기 지저귀며 소식을 전했고, 토끼는 집으로 돌아가 새끼들에게 마녀의 집에 가까이 가지 말라고 타일렀다. 사슴은 긴 뿔이 보일까 동굴에 숨었고 요정들은 하늘거리는 날개를 접고 꽃 속에 바들거리며 숨어버렸다.

회오리바람이 몰아쳤던 하늘엔 언제 그랬냐는 듯이 아름답게 무지개가 펼쳐졌다. 도로시의 울음과 절규는 멀리멀리 울려 퍼져 에메랄드 성까지 닿았다. 무거운 성문이 오랜만에 굳게 닫혔고 에메랄드 성에 사는 사람들은 집에 들어가 문을 꽁꽁 걸어 잠갔다. 난쟁이 왕은 창문을 닫아 어두워진 방 침대에 누워 길게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나지막이 속삭였다.

"도로시. 불쌍한 아이야. 너와 같은 아이가 다시 올 때까지 참으렴. 그 때가 되면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 테니... 그 때까지 기다리렴.."

— 오즈의 난쟁이 3장 중 서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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