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EATIVE KOREA 로고에 대한 아쉬움
관련기사 : http://www.hani.co.kr/arti/culture/culture_general/750941.html
http://news.jtbc.joins.com/html/311/NB11266311.html
우선 이 프로젝트의 작명비만 35억이 들었다고 한다....
그런데 그 35억짜리 슬로건이 좀 이상하다. 국가의 슬로건은 그렇게 되고 싶은 바램을 쓰는 것이 아니라 이미 오랫동안 그래와서 대표성을 갖는 것을 쓰는 것이 맞다. 가뜩이나 창조성이 떨어지는 한국에서 '크리에이티브'라니 바보들이 '난 똑똑해지고 싶어'라고 말하는 것과 뭐가 다른가? 위 기사와 로고를 보며 이런 디자인과 슬로건이 세계에 자랑스럽게 소개한다는 것에 대해 부끄러워졌다. 과연 이게 최선인가? 이게 정상인가? 하면서 말이다.
정부 관련 사업을 진행하다 보면 꼭 따라붙는 과정이 설문조사나 통계자료에 근거해서 프로젝트의 정당성을 만드는 것이다. 그런데 다년간 디자인을 해본 경험을 토대로 이야기하자면 정부사업이던 대기업의 중요 프로젝트던 설문조사 또는 통계에 근거해서는 절대 크리에이티브한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국가를 상징하는 것은 무엇입니까?", "우리 회사를 대표하는 이미지는 무엇입니까?"같은 추상적인 질문에 대한 답은 다양하게 나올 수밖에 없다. 그런 설문에 근거할 때 취하는 방법은 조금 더 높은 수치로 묶이는 단어를 선택하는 것인데 이것 역시 최종 심사에 가면 주관적일 수밖에 없다. 무슨 말이냐면 자료에 대한 사람들의 제안이 각자 주관적인 경우가 많고 A, B, C... 등으로 번호를 먹인 시안 또는 자료의 최종 선택은 아무리 다수결이어도 주관적 판단이 개입된다는 말이다.
그런데 이런 과정은 왜 거치는 것일까? 쉽게 이야기하면 '책임지기 싫다'라는 귀차니즘과 무사안일 주의가 그 기저에 깔려있기 때문이다. 자칫 실패하고 욕먹을지도 모르는 결과에 대해 공무원들은 익숙하지 않다. 실패는 인사고과에 차곡차곡 반영되니 나중에 올지도 모르는 평가절하를 미연에 방지하는 것이다.
이런 무책임, 책임전가식 작업방법은 사실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디자인 회사도 마찬가지다. 자신들의 작업에 정당성을 줄 통계를 찾고 원하는 결과를 도출할 설문조사를 하는 것 역시 책임져야 할 결과에 대한 계산된 회피에 불과하다.
최근 'Co-Creation Design'이란 방식을 통해 작업을 진행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시민참여를 유도하여 하나의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이 방식은 굉장히 객관적으로 보이고 정당성 있는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 같이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한국은 해외와 다르다. 디자인을 바라보는 시민들의 디자인 시선에 대한 퀄리티가 그리 높지 않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해외의 Co-Creation결과물들의 퀄리티가 높은 이유는 그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디자인(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의 실력과도 직결된다. 디자인의 역사와 폰트, 컬러, 환경 등에 대한 복합적 지식을 다양하게 가진 디렉터가 아니면 좋은 결과를 이끌기 힘들다. 그런면에서 해외에는 이미 오랜 경험과 결과를 통해서 좋은 결과를 이끌 수 있는 디렉터가 존재한다. 또한 시민들의 디자인 취향과 지식도 꽤 퀄리티가 높다. 이런건 죽도록 공부한다고 해서 얻어지는게 아니다. 오랜시간 차근차근 환경에 녹아든 좋은 결과물을 보며 습득된 것이다. 그런데 한국은 어떠한가 대부분의 정부주도 디자인 결과물들이 선장 없는 배처럼 이리저리 풍랑에 휘말리다가 엉뚱한 곳에 정박하고 그게 최선의 선택과 결과인 것처럼 포장한다. 우리의 세금이 바로 이런 병신 같고 부끄러운 프로젝트에 낭비되고 있는 것이다. 도둑놈들이 따로 없다.
말이 쉽지 아이덴티티라는 것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도 않고 어설프게 만들어 온갖 좋은 말을 갖다 붙인다고 정당성이 생기는 것도 아니다. 어디서 디자인 책 한 권 읽고 마치 디자인을 모두 아는 것처럼 말하는 공무원이나 클라이언트가 늘어나고 있는 것을 볼 때마다 나는 앞으로 얼마나 많은 똥덩어리들이 탄생할지 예상되어 한숨부터 나온다. 책 한 권으로 디자인을 배우고 논할 수 있었다면 우리 디자이너의 삶은 얼마나 쉬웠겠는가? 기본 3년 입시 준비하고 4년 죽도록 과제하고 3년 피눈물 나게 일해야 입에 담을 수 있는 게 디자이너라는 직함이다.
'센스의 재발견'을 쓴 미즈노 마나부는 자신의 책에서 비슷한 예를 들며 설문조사와 통계의 허구성에 대해 피력한다.
"호불호로 이야기하기 시작하면 그 사람의 센스, 즉 그 사람이 가진 지식의 범위 내에서만 대화가 성립된다. 같은 회사의 같은 프로젝트 팀이라도 모두 같은 양의 지식을 갖고 있지 않다. 그런데도 취미 기호로 회의를 하면 결론은 없고 시간만 간다. 대기업의 경우에는 이 과정 다음에 준비된 것은 다름 아닌 '시장조사'다. 하지만 무작정 설문조사를 한들 생각만큼 답을 얻을 수 없다."라고 말이다.
호불호 자체가 주관적인데 거기서 무슨 객관성을 찾는단 말인가? 지식의 깊이가 없는 데 거기서 무슨 인문학을 논하고 퀄리티가 나오겠는가? 디자인을 센스의 차이로 이야기하시는 분들이 계신데 센스는 객관화된 정확한 지식의 화학작용이 있어야 발현되는 것이다. 당연히 더 많은 정보를 머릿속에 담고 있으며 그 지식을 유연하게 쓰는 사람이 디자인을 잘하는 것이고 디자인에 있어 감각적이란 것은 과정과 결과에 있어 철저히 이성적이고 논리적이었다는 것의 검증에 불과하다.
크리에이티브 코리아. 좋은 말이다.
그런데 크리에이티브를 얻으려면 먼저 커먼 센스(상식)부터 채우기 바란다. 그리고 무슨 큰 일하는 것처럼 시민참여 유도해서 책임 전가하지 말고 당신들이 스스로 책임질 수 있는 제대로 된 결과물부터 만들어 놓길 바란다.
'CREATIVE KOREA' 로고 디자인한 디자인업체(또는 디자이너)에게 한마디 하자면 아방가르드는 미국의 대표적인 서체 디자이너 '허브 루발린'이 만든 서체고 이 서체가 크리에이티브와 무슨 상관이 있는지 한국의 역사적 배경과는 무슨 연관이 있는지 알고 썼는지 묻고 싶다. 당신 그냥 마우스 클릭하면서 컴퓨터에 있는 서체 하나씩 적용해 보다가 "아! 좀 괜찮네?"하고 이 서체 고른 것 아닌가 싶다. 거기에 C100, M100을 아이덴티티 컬러로 사용했는데 이 색은 전혀 한국적이지도 않고 크리에이티브 하지도 않다. 그리고 CREATIVE에서 I는 소문자 i를 사용하였는데 이건 또 천지인에서 사람에 해당하는 인을 모티브한 거고 좌우 이상한 작대기 두개는 건곤감리를 상징한다고 한다. 과연 그렇게 보이는가 싶다. 이 모든게 위에서 시킨 일이라고 책임전가하지 말자. 얼마 전 내가 들었던 말 그대로 전하자면 "그따위로 일하는데 클라이언트가 만족했다면 당신은 돈 받고 클라이언트에게 사기 친 것이다." 그러니 좀 똑바로 하자. 이거 해외 온갖 곳에 소개될 것인데 부끄럽지도 않은가?